[밥상과 책상사이] 태도, 믿음, 성장

  • 윤일현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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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12 08:04  |  수정 2021-08-30 17:29  |  발행일 2021-07-12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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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 (시인·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

캐럴 드웩은 학습 동기에 관해 다양한 연구를 수행한 심리학자다. 드웩은 초등학교 고학년 실험집단에 처음에는 쉬운 문제를 풀게 하다가 예고 없이 불쑥 어려운 문제를 주었다. 문제가 잘 안 풀리자 일부 학생들은 자신의 머리가 안 좋다고 자책하며 좌절했다. 그들은 문제 풀이에 싫증을 내거나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려고 했다. 반면 일부 학생들은 어려운 문제를 보자 오히려 즐거워했다. 그들은 '도전할 기회'라고 말하며 더욱 문제풀이에 집중했다.

드웩은 학생의 목적에 따라 문제를 대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성과목적(performance goal)'을 가진 학생들은 문제풀이는 자신의 똑똑함과 능력을 증명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정답을 구할 때는 행복하지만, 답을 구하지 못하면 불안하고 의기소침해진다. '학습목적(learning goal)'을 가진 학생들은 문제풀이 과정 자체를 배우고 도전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답을 못 구해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성과목적은 결과중시주의, 학습목적은 과정중시주의와 궤를 같이한다.

드웩은 지능에 대한 학생의 태도에도 주목했다. 과학적 이론과 관계없이 성과목적을 가진 학생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지능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이런 학생들은 공부하면 더 좋아질 것이란 믿음도 없다. 그들은 쉽게 자신감을 잃고 좌절하고 자신의 장점은 드러내지만 단점은 감추려고 한다. 학습목적을 가진 학생들은 노력하면 지능도 더 좋아진다고 믿는다. 그들은 지금 문제를 못 풀어도 끈질기게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난관에 부딪힐수록 더욱 분발한다.

모든 학생을 이분법으로 나눌 수는 없다. 학습목적을 가진 학생도 상황과 때에 따라 실패하면 성과목적을 가진 학생처럼 좌절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성과목적을 가진 학생도 때로는 자신의 발전 가능성을 믿으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누구나 두 요소를 다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은 학습목적을 더 믿고 공부한다. 자녀가 시험을 치고 오면 '애썼다, 수고했다'라며 학습목적에 입각한 격려의 말보다는 "몇 개 틀렸나? 공부 안 하더니 그럴 줄 알았다" 같은 말로 질책하는 부모가 많다. 학부모 절대다수가 성과목적에 따른 자녀 양육에 익숙하다.

기말시험이 끝났다. 부모·자녀가 시험 결과를 두고 얼굴을 붉히며 따지기보다는 부족하고 미흡한 점을 차근차근 찾아보자. 그런 다음 보완책 마련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자. 부모·자녀가 가지는 학습에 대한 관점과 태도, 성장에 대한 믿음 여부가 성적과 행동 등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친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가족이 함께 행복했던 시간을 돌이켜보자. 자신감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면 모든 것이 변한다는 믿음을 가슴 깊이 새겨보자.
윤일현〈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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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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