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대선에 이렇게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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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15   |  발행일 2021-07-15 제23면   |  수정 2021-07-1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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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교육인재개발원장 겸 CEO 아카데미 부원장

필자가 투표권을 가진 이래 지금처럼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나보다 훨씬 많은 인생을 살아온 분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무엇이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필자는 태평성대의 노래, 격양가(擊壤歌)에서 찾는다. 고대 중국의 요(堯)임금이 백성들의 삶을 살피러 나섰을 때 한 노인이 거리에서 부른 노래다.

"해가 뜨면 일하고(日出而作), 해가 지면 쉬고(日入而息), 우물 파서 마시고(鑿井而飮), 밭을 갈아 먹으니(耕田而食), 임금의 덕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으리( 帝力于我何有哉)."

마지막 구절이 핵심이다. 세상이 편하면 임금이 누가 되든, 무엇을 하든 관심 없다는 의미다. 요즘 상황에 맞춰 보면, 세상 살기가 편치 않으니 대통령 선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수많은 대권 후보 중에 필자가 관심을 갖는 잠룡은 유승민·홍준표다. 평소 알고 있는 분들인 데다 필자가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영남일보 CEO아카데미의 올해 강사로도 왔기에, 수강생의 반응에서 그들에 대한 지역 유권자의 기대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승민은 지난 4월 특강을 했다. 그는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의 혁신'이라는 주제의 PPT 자료까지 만들 만큼 열의를 보였다. 강의 후 자신과 사진을 찍으려는 수강생들에게 매우 다정다감한 자세로 대했던 게 인상적이었다.

유승민은 작년 4·15총선 때 불출마했다. 하지만 그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했던 인사들은 출마 지역 최다 득표율로 당선됐다. 류성걸(대구 동구갑)은 대구에서, 김희국(군위-의성-청송-영덕)은 경북에서, 하태경(부산 해운대구갑)은 부산에서, 조해진(밀양-의령-함안-창녕)은 경남에서 최다 득표율로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달에는 이준석이 국민의힘 대표가 됐다. 유승민이 내걸었던 따뜻한 보수, 합리적 보수의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이젠 유승민이 인정받을 일만 남았다.

홍준표는 5월에 강사로 왔다. 필자가 봤던 홍준표의 모습 중 가장 피곤한 모습으로 강의장에 나타났다. 목도 잠겼다. 그런데 강의가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힘이 넘쳤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에 수강생들은 집중했다. 그를 보려고 몰려든 사람들과 강의 후 그와 사진 찍으려고 수강생들이 줄을 선 것을 보면서 열렬 지지층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홍준표의 말투는 직설적이고 공격적이어서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본인도 고치겠다고 한다. 홍준표는 치고 올라오는 힘이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화법은 정확한 현실 인식과 분명한 메시지가 돼, 치고 올라오는 힘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2017년 대선 때 그는 지지율 4%였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후보가 돼 득표율을 24%로 끌어올렸다. 그때 보여줬던 힘이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 5선 국회의원, 재선 광역단체장, 당 대표 두 번, 대선 후보 한 번. 잠룡 중 가장 화려한 정치경력을 가진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 알 수 없다. 누가 되든 국민이 살기 편한 세상을 만들어, 2027년 대선 때는 격양가를 떠올릴 일이 없길 바란다. 대통령을 정말 잘 뽑아야 한다.
김진욱 교육인재개발원장 겸 CEO 아카데미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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