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이준석보다 당 중진들이 더 큰 문제

  • 김신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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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19   |  발행일 2021-07-19 제27면   |  수정 2021-07-19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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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곤 논설위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정치행보를 보는 눈이 불안하다. 좌충우돌하는 그의 언행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당 중진들의 부화뇌동과 일탈, 내부 총질이 더 큰 문제다. 좋게 보면 갓 출범한 이준석 체제가 정상 궤도를 찾기 위한 진통으로 볼 수 있다. 당 대표라는 무게감보다 여전히 정치 평론가처럼 속사포같이 말을 쏟아내는 이 대표를 보면서 습(習)을 버리긴 쉽지 않구나 싶다. UFC를 보면서 훈수를 두는 것과 링 안에서 직접 맞붙는 것과는 차이가 많다. 이 대표의 이런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당내 중진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국민들이 좀 잘 해보라고 이준석 체제를 출범시켰으면 당이 잘 굴러가도록 다독이고 협력하는 게 선배 정치인의 도리다. 여당에서 이 대표를 깎아내리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우리 정치의 속성이 서로를 죽이려고 하는 상사(相死)정치가 전형이 아닌가. 그렇다고 야당의 당내 중진과 대선주자들까지 이 대표의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 주장에 맞장구를 치거나 비난을 퍼붓는 것은 옳지 않다. 자기 정치만 하려는 구태다. 남녀와 이념을 편 갈라서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는 현 정권의 갈라치기 수법과 다르지 않다. 당 최고위원이 상대 당의 국민선거인단에 등록해 누구를 찍겠다고 우롱하는 처신 또한 야비하고 역겹다.

재난 지원금 지급 혼선이 비록 실책일지라도 당내 대선주자들이 이 대표를 여당보다 더 모질게 깎아내리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기다. 그렇게 해서 얻는 반사이익은 오히려 마이너스다. 물론 이 대표는 최근의 각종 실책을 반성하고 일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 실전 경험이 풍부한 당내 중진과 대선후보들이 이 대표와 함께 새로운 물결을 창조해 나가는 것이다. 뒤치다꺼리만 할 게 아니라 사전에 충분히 숙의해 협상에 임하는 신중함이 시스템화 되도록 해야 한다. 최고위원회의와 원내대표는 왜 존재하나. 자기 당 대표가 여당 대표와의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면 당연히 사전 조율로 의견을 통일해야 하지 않는가.

당 밖 대선주자들과의 합종연횡 문제도 그렇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을 윽박지르기만 해선 안 된다. 윤 전 총장이 조기 입당을 꺼리는 이유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광복절 사면 여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부여당이 사면 카드로 당내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 윤 전 총장 간의 적전분열을 꾀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현재의 당헌·당규도 문제다. 일반 여론조사 비율을 대폭 늘려 최근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당 밖 주자들이 당내 입지를 넓힐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 현 규정대로 대선주자를 뽑으면 이들은 지지기반이 탄탄한 당내 대권주자들보다 불리하다. 이런 오만과 불공정을 고치지 않는 것은 이들에게 들러리만 서고 산화하라는 말과 같다.

이준석의 당 대표 경선 승리도 일반 국민여론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여당이 국민경선인단 꾸리는 것도 국민적 관심과 흥행을 재연하기 위해서다. 변화된 정치 환경을 무시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고 당 대표와 중진들이 오만방자해지면 국민들은 언제든 돌아선다. 당 중진들은 이 대표 체제를 성공시킬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 대표의 최근 실책들에 대한 책임공방이 이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당의 이미지 개선과 개혁적 보수 재정립의 가치를 능가할 순 없다. 당이 내건 공존의 가치는 서로를 배려하면서 함께 바른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 아닌가.
김신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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