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남도초등 2학년 학생들이 국어 수업 시간에 그림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교사와 서로 주고받는 활동을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
스마트폰 활용이 일상이 되면서 아이들의 책 읽는 모습을 보는게 쉽지 않다. 책 읽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해력·창의력 등을 기르기 위해서는 독서가 중요하다. 책을 읽지 않거나 책 읽는 것을 낯설어하거나 어려워하는 아이 때문에 불안하고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다. 우리 아이들이 책 읽기를 좋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현직 교사의 조언을 들어보자.
Q: 책 읽기를 꼭 해야 하나요.
A: 거의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우리 아이는 유치원에 다닐 때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잘 읽는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책을 잘 읽지 않는다는 답을 하면서 불안해합니다. 하지만 막상 학원을 모두 그만 두게 하고 집에서 책을 읽히라고 하면 과연 학부모님들 중 몇 분이 이렇게 실천할까요? 아마도 대부분의 부모님은 중요한 학원이 많아서 포기하지 못한다고 답하실 것 같습니다. 더구나 맞벌이를 하시는 경우라면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기 때문에 더욱 불안한 마음으로 학원에 보내고 계시겠지요. 고학년의 경우 오후 수업까지 하고 난 뒤에 학원 두 군데 정도를 다닌다면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거의 저녁시간이 됩니다. 당연히 책을 읽을 시간이 확보되지 못할뿐더러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지친 아이가 책을 읽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해법은 없는 것일까요? 무엇보다도 아이가 책을 많이 읽기를 원한다면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해 주어야 합니다. 학원을 매일 다니기 보다는 요일제로 다니게 한다든지, 학원시간을 줄인다든지 하여 책을 여유롭게 읽을 수 있는 시간확보가 중요합니다. 책읽기는 초등학생 시기에 중요합니다. 책을 통해 얻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초등학생 시기에 책읽기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면 중학생이 된 다음부터는 본인이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하여 책을 읽을 것입니다. 책은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에 평생의 동반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책 읽기의 기초가 되는 초등학생 시절에 책 읽는 시간을 잘 확보하여 아이가 책 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아이가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확인을 꼭 해야 하나요.
A: 책을 읽으면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면 건성으로 읽고는 다 읽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아이가 흥미 있어 하는 분야를 찾는 동안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아이와 주말마다 '어린이 전문 서점'에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처음에는 책 읽는 분위기를 낯설어하거나 다른 것에 한눈을 팔수도 있겠지만 꾸준히 서점나들이를 실천한다면 몇 달이 지나면 책을 읽는 것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어떤 종류의 책에 흥미를 가지는지를 유심히 관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분야의 책을 많이 읽게 해주고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아이가 책을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 확인을 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부모님들이 함께 책을 읽으면 아이와 자연스럽게 책에 관해 대화를 할 수 있기에 그런 시도를 권해드립니다.
Q: 책을 읽고 느낌을 잘 말하고, 생각을 글쓰기로 잘 표현하려면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나요.
A: 책을 많이 읽은 아이가 말도 잘하고 글도 꼭 잘 쓰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은 논술학원을 따로 보내는 등 글쓰기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요. 위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책 읽기를 수단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목적으로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난 뒤에 자신의 생각을 글쓰기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따로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정규 교육과정 속에서 성실하게 수업을 받는다면 글쓰기 실력은 충분히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적극적인 방법을 소개해 드린다면 가정에서 '책 읽고 토론하기, 밥상머리 교육'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님들이 아이와 같은 책을 읽고 토요일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책에 관한 간단한 토론을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책 한 권을 읽기가 부담스럽다면 한 장(章)을 읽고 그 내용을 서로 이야기합니다. 책 속의 중요한 사건이나 주제를 서로 유추하고 토의나 토론을 할 주제를 정합니다. 정해진 주제에 관해 검색하거나 생각을 다듬어서 가족끼리 '대화'를 해 나갑니다. 이때 대화의 절차는 토의와 토론의 단계를 정확히 거치는 것이 좋습니다. '대화'가 끝나면 그것을 정리하여 글쓰기를 해봅니다. 글쓰기에 관한 첨삭지도를 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장기간 이런 식의 토의와 토론을 진행하다보면 아이는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아이는 토의 주제에 관한 검색 결과를 냉장고 문에 붙이기도 할 것이고, 그 분야에 관한 전문가를 궁금해 하기도 할 것입니다. 조사한 자료에 대한 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논리적 사고력이 서서히 길러지기도 합니다.
책 읽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그러므로 초등학교 기간 내내 이러한 '책 읽고 토론하기, 밥상머리 교육'을 실시한다면 아이는 고급사고력을 지닌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미래형 인재로 자라날 것입니다.
▨도움말=김성이 대구남도초등 수석교사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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