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기념관 수도권 건립 반대에 관한 전국 비수도권 8개 시·도 한국미술협회 지회장 성명서 발표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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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19 17:21  |  수정 2021-07-19 17:21

이건희 기념관 수도권 건립 반대에 관한 전국 비수도권 8개 시·도 한국미술협회 지회장은 19일 오전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지난 7일 황희 문체부 장관의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발표를 수용할 수 없고 무효화를 촉구한다면서 비수도권 공모를 통해 재결정하기를 요구했다. 이들은 △국가 균형 발전 무시 △지역 전문인력 폄하 △지역간 문화 불균형 심화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 비전문성 등을 예로 제시했다.

■전문
우리는 한국미술협회 8개 시·도 지회장으로 전국 비수도권 미술인들을 대표하여 이 자리에 서게 되었다. 지난 7월7일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장관의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에 대한 불합리한 발표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전격 무효화를 촉구하는 바이다.

첫째. 이건희 기증품 활용의 세 가지 기본 원칙에 대한 불합리성이다.
국민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국가기증의 취지 존중과 기증가치의 확산에 대한 언급과 문화적 융·복합성에 기초한 창의성 구현이야말로 고(故) 이건희 회장의 기증 정신에서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소중한 공공의 역사적 자산으로 모든 국민이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 지역으로 기증관을 유치 결정하는 것은 문화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자치와 분권을 강조하는 정부 방침과 어긋날 뿐만 아니라 시대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세계 유례없는 수도권 문화 집중현상은 지방의 문화 부재현상을 초래하고 있고 이는 결국 대한민국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이건희 미술관 건립 유치의 당위성 및 설립 취지를 감안한다면 이러한 결과를 제시해서는 안 되는 상황임이 틀림없다.

둘째. 전문인력 및 국내외 박물관과의 확장성에 관한 내용 역시 지방에서 활동 중인 수 많은 미술품 연구가 및 해당 기관 인력의 전문성을 폄하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인력들만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는 일방적 판단은 전국의 수많은 미술사학자와 지방대학의 관련학과 인재양성을 저해하고 전문인력을 양극화시키는 데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는 간접증거다.

셋째, 문화적·산업적 가치창출을 통한 문화강국 이미지 강화가 수도권이어야 문화적, 산업적 가치 창출한다는 말인가? 정부의 이같은 발언은 지역간 문화불균형 상태를 심화시키는 행위이며 정부 스스로가 지방낙후의 해결이나 문화 불균형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 비스카야의 도시 빌바오는 문화와 관광산업이 구(舊) 산업의 쇠퇴로 몰락하는 도시경제를 재건할 중요한 수단이라 판단하여 문화를 통한 도시마케팅 전략을 구사하였고, 탈산업화 과정을 겪으며 도시재생 운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바로 '미술관 신화'를 만든 도시다. 1997년 가을 개관한 구겐하임 미술관이 그 신화의 주인공. 미술관 하나만으로 인구 40만명의 작은 도시가 뉴욕, 파리 못잖은 브랜드파워를 갖게 됐다. 이 같은 사례만 보더라도 지역 간 문화균형 발전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있다. 이번기회에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의지를 보여주길 촉구하는 바이다.

끝으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 구성에 관해 그들의 전문성이 의심스럽다. 이들 위원회 구성이야말로 지극히 편파적이며 수도권이라는 답을 정해 놓은 상태에서 짜맞추기식의 결론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위원회 구성 자체가 구체적인 절차나 정당성 없이 구성된 위원회며 이미 위원회 구성되기전에 황희 장관이 언급했던 수도권을 후보지로 정했다.

이러한 원천적으로 불공정한 결정은 그들 스스로가 정한 '이건희 기증품 활용의 네가지 기본원칙' 중 '국민의 문화향유기회 확대를 위한 국가기증의 취지 존중과 기증의 가치 확산'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문화의 수도권 집중이 비수도권 국민의 문화향유기회를 배제하고 있다는 것을 위원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또한 이들 위원들의 제안을 검증없이 그대로 받아들여 정부당국의 무능함을 여실히 보여준 결과이다.
이에 정부는 이번 결정을 전면 백지화하여 다시 재검토하여 비수도권 공모를 통해 결정하길 바란다. 우리 한국미술협회 8개 비수도권 지회장들은 힘을 모아 끝까지 투쟁할 예정이다.
2021년 7월20일
(사) 한국미술협회 대구광역시지회 회장 이점찬
(사) 한국미술협회 경북도지회장 권오수
(사) 한국미술협회 경남도지회장 천원식
(사) 한국미술협회 전북도지회장 김영민
(사) 한국미술협회 전남도지회장 나안수
(사) 한국미술협회 광주광역시지회장 곽수봉
(사) 한국미술협회 부산광역시지회장 박태원
(사) 한국미술협회 울산굉역시지회장 김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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