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의 옹졸함이 지나치지만 대화의 문은 열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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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21   |  발행일 2021-07-21 제27면   |  수정 2021-07-21 07:14

모레(23일) 도쿄올림픽이 개막된다.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에서 열리는 세계인의 축제이니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게 도리다. 1년7개월 전 평창동계올림픽에 아베 총리가 참석해 문 대통령과 1시간여에 걸쳐 한일정상회담을 했다. 그 품앗이로 문 대통령이 참석해서 대회를 빛내는 게 정리(情理)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아쉽게도 볼 수 없게 됐다.

책임은 일본 측에 있다. 일 정부가 정상회담 밥상을 걷어찼다. 꼬인 양국관계를 풀기 위해 스가 내각 출범 이후 첫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일본의 오만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손을 내민 쪽은 늘 문 대통령이었다. 교착상태를 풀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일본은 회담 시간으로 고작 15분 할애키로 했다. '현안 해결용'이 아닌 '의전용'으로 격하시키려는 의도였다. 회담 의제를 놓고 벌인 물밑 대화에서도 일본은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우리는 수출규제 문제 해소를 포함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면 징용 문제 등에서 국내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양보한다는 카드를 제시했다. 하지만 일본은 위안부와 징용피해자들에 대한 한국법원의 배상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한국의 국제법 준수를 거듭 요구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소마의 망언’이 터졌다. 일본이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자초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방일은 불가능했다. 결국 국민 정서를 따랐고, 현명한 선택이라고 본다. 문 대통령은 한일관계에서 성과물을 내놓고 싶다고 해서 서둘러선 곤란하다. 어차피 외교는 상호주의 원칙 하에 주고받는 게임이다. 못 다한 과제는 차기 정부로 넘기는 유연한 자세가 요구된다. 양국이 대화의 문은 닫지 않아 다행이다.

이런 와중에 경북지역 출신 국민의힘 소속 한 중진 의원이 "일본 자민당 정부가 한국의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다"고 한 발언은 역대급 망발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의 정권교체를 바란다는 것이 어쨌다는 건가. 자칭 '일본통'이란 의원이 내정간섭을 스스로 유도하는 듯한 발언을 하다니 어이없는 일이다. 도대체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가. 당 차원의 적절한 조치가 있을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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