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참 좀스러운 일본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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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22   |  발행일 2021-07-22 제22면   |  수정 2021-07-22 07:52
독도 표기로 올림픽 정치화
우리 '이순신 현수막'엔 시비
'국화·칼'로 상징되는 이중성
오토코·손타쿠 문화 탓인가
公使의 천박함 일본 메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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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일본은 이중적이다. '야누스의 얼굴'의 화신이다. 일본인은 평화의 상징인 국화를 좋아한다. 일왕가의 문장도 국화다. 한편으론 사무라이의 표상 칼을 숭상한다. 군국주의 전범 국가 일본과 평화헌법 제정 후의 일본이 칼과 국화처럼 겹쳐진다. 일본은 예의 바른 나라다. "스미마셍" "아리가또"를 입에 달고 산다. 하지만 부라쿠민 같은 천민에겐 잔혹하리만치 차별적이다. 자이니치에도 그랬다.

일본은 전통을 존중한다. 옛것을 쉬 버리지 않는다. 전범의 혼을 모아놓은 신사 참배까지 신성시한다. 전통씨름 스모, 전통연극 가부키의 인기도 여전하다. 한편으론 신문물 수용엔 개방적이고 유연했다. 살짝 변형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도 능숙하다. 진공관은 트랜지스터가 됐고 한자(漢字)는 가나문자로 탄생했으며 서양음식 커틀릿은 돈가스로 바뀌었다. 미국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의 역저 '국화와 칼'은 일본인의 이중성, 문화와 가치관을 적확하게 해부했다.

일본은 문명국가이되 야만 DNA가 살아 있다. 2년 전엔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며 1천100개의 소재·부품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글로벌 밸류체인을 파괴한 폭거였다. 과거사·외교 문제에 경제를 끌어들인 자충수였다. 베네딕트는 '국화와 칼'에서 "일본인은 죄와 악의 의식이 결여됐다"고 진단했다.

일본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오토코와 손타쿠다. 오토코는 남성 중심의 사회를 말한다. 국제의회연맹에 따르면 일본 중의원의 여성의원 비중은 9.9%에 불과하다. 오토코 사회의 그늘이다. 우리나라의 여성 국회의원 비중은 19%, 이탈리아는 30%를 훌쩍 넘는다. 손타쿠는 윗사람의 심기를 알아서 헤아린다는 의미다. '알아서 긴다'고 하면 좀 더 적나라한 표현이 되겠다. 한국의 MZ세대가 똑 부러지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데 비해 일본은 여전히 손타쿠 문화가 조직을 지배한다.

뿌리 깊은 이중성과 오토코·손타쿠 때문일까. 일본의 찌질하고 좀스러운 행태가 갈수록 도드라진다. 도쿄올림픽조직위 홈페이지 지도에 독도를 넣어 올림픽을 정치화하고도 우리의 삭제 요구를 거부했다. 그랬던 일본이 한국 선수단 거주동에 내건 '신에겐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있사옵니다'란 현수막엔 시비를 걸어왔다. 참 얄짤없다.

주한 일본공사는 무례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소마 총괄공사는 JTBC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 정부는 한일 문제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 혼자만 신경전을 벌인다"며 "문 대통령이 마스터베이션(자위행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지가지 한다더니 이젠 주재국 대통령에 언어폭격까지. 넓적한 상판대기 소마 공사의 전두엽 구조는 어떤지 궁금하다.

강창일 주일대사 부임 땐 4개월 동안 신임장을 제정하지 않으며 진상을 부렸고, G7의 G11 또는 D10 확대에 앞장서 반대한 나라가 일본이다. 위안부·강제징용 판결엔 한국 정부가 먼저 해법을 내놓으라고 생떼를 쓴다. 간토대학살 하나만으로도 석고대죄해야 할 저들이 선린을 외면하며 억지 부리는 꼴이라니. 팔굉일우(八紘一宇) 제국주의의 미몽에 빠져 있나, 살상과 수탈로 점철된 식민 지배의 야만에 젖어 있나. 세기가 바뀌어도 국화와 칼로 상징되는 야누스의 얼굴은 그대로다. 일본의 야릇한 이중성이 마스터베이션이란 은어(隱語)와 묘하게 포개진다. 고위 외교관의 저급한 도발, 좀스러운 일본의 메타포 아닐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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