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시대공감] 연예계에 재앙이 닥쳐왔다

  •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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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23   |  발행일 2021-07-23 제22면   |  수정 2021-07-23 07:15
공공연하게 마스크 미착용
여럿이 실내 밀접접촉까지
안전불감증 만연한 방송가
줄줄이 감염에 결방 등 파행
이제부터라도 방심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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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사실은 그동안 한국에서 기적이 펼쳐지고 있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와중에 방송연예계에서 별다른 사고가 터지지 않은 것이다. 이게 기적인 이유는 방송연예계가 코로나19 감염에 가장 취약한 부문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방역에서 1차적으로 중요한 수칙은 마스크 착용이다. 그런데 방송·공연 등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방송연예계는 코로나19 국면에 공공연히 마스크 미착용 상태에서 위험한 접촉이 집단적으로 이루어진 유일한 분야였다.

단순 접촉도 아니고 정말 해선 안 된다는 행동들을 다 한다. 가장 위험하다는 실내에서 여럿이 밀접 접촉해 소리 지르며 대화하기, 음식물 나누어 먹기, 노래하기 등을 거침없이 이어갔다. 유사한 행위를 한 일부 종교시설이나 클럽 등에선 집단감염 사태가 터졌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방송연예계에선 그동안 큰 감염사태가 터지지 않았다. 그래서 기적이라고 한 것이다.

기적인 이유는 또 있다. 과거 신종플루 유행 당시 젊은 연예인들이 잇따라 감염됐다. 그때 왜 젊은 연예인이 많이 감염되는가에 의문이 제기됐는데, 연예인들의 낮은 면역력이 문제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부분의 스타급 연예인들은 과중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항상 과로 상태에 있어서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마자 연예계가 취약 부문 1순위로 거론됐다. 하지만 놀랍게도 별일이 없었다. 이제 그 마법 같은 기적의 시간이 끝나가는 것 같다. 올여름이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연예계 감염사태가 이어졌다. 뮤지컬·드라마 등을 준비하던 김성규와 차지연이 확진되면서 줄줄이 제작파행 사태가 빚어졌고, DJ로 활동 중인 방송인 임백천, KBS 드라마 아역배우, 뮤지컬에 출연 중인 김민혁에 KBS 드라마 센터장까지 줄줄이 감염됐다. 뒤이어 러블리즈 멤버 서지수, 서인영, 트레저 멤버 도영과 소정환 등이 잇따라 감염되더니 JTBC '뭉쳐야 찬다2'에서 초유의 방송계 집단감염 사태가 터졌다. 김요한, 박태환, 윤동식, 모태범, 이형택 등이 감염된 것이다. 김요한이 '리더의 연애'에 출연하며 한혜진도 감염됐고, 박태환과 모태범이 TV조선 '뽕숭아학당'에 출연하며 '미스터트롯' 톱6 멤버인 장민호·영탁·김희재도 확진됐다. 특히 톱6는 국민적 스타이기 때문에 충격파가 대단히 크다. 바로 뒤이어 EXID 출신인 하니와 윤정희의 확진 소식도 전해졌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KBS '아침마당'은 방송 직전에 제작진 중에서 확진자가 나와 예고 없이 결방했다. 그 밖에 많은 프로그램이 파행을 겪었고, 콘서트 등의 일정도 줄줄이 취소됐다. 특히 기대가 컸던 나훈아, '미스터트롯' '미스트롯2' '싱어게인' 콘서트 등이 모두 취소 또는 연기돼 많은 국민이 실망했고, 공연업계는 벼랑 끝에 몰렸다. 봄까지 붕괴지경이었던 영화계는 올여름에 어느 정도의 회복을 기대했지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최악의 보릿고개로 진입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방송연예계가 취약 부문인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긴장이 풀어져 있었다. 이렇다 할 감염사태가 터지지 않는 기적이 이어지다 보니 안전불감증이 커진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사라졌던 방청객이나 시청자와의 만남 방송, 집단 방송 등이 하나둘씩 살아나는 추세였다. 그러다 지금 된서리를 맞고 말았다. 바이러스는 방심한 틈을 놓치지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방송계는 카메라가 바이러스 막는 부적이 아니며, 스튜디오가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당연한 진실을 확실하게 인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재앙이 올 수 있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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