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맘 상담실] 영어공부 어떻게 해야 하나…"좋아하는 영어책 골라 자주 반복해서 읽기 추천"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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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26 07:45  |  수정 2021-07-26 07:49  |  발행일 2021-07-26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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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영선초등 4학년 학생들이 학생 주도형 영어 뮤지컬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영어를 배울 때 영어 단어 외우기에만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기도 쉽다. 많은 학원에서 필수 영단어 암기를 강조한다. 학원의 영어 단어 시험을 치기 위해 하루에 20~30개씩 영어 단어를 외우기에 몰두하는 아이를 볼 때 부모의 마음은 아프기만 하다. 우리 아이들이 영어를 잘하고 좋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현직 교사의 조언을 들어보자.

책 읽다 보면 문법 자연스레 습득
단기간 필수 단어 암기 다그치면
영어 흥미 잃고 싫어하게 만들어


Q: 초등학생이 영어 단어를 많이 외워야 할까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맥락이 전혀 제시되지 않은 단어목록을 주고 단기간에 외우라고 아이들에게 다그치는 것은 오히려 아이의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고 결국 영어를 싫어하게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어휘를 익히는 것은 당연히 언어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지만 유의미한 상황과 맥락 속에서 익히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이고 학생의 흥미를 지속시킬 수 있습니다. 연령을 고려하면 초등학생 시기에는 어휘 지식(의미)보다는 문법 지식(형태),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5형식이라는 문형에 익숙해지도록 지도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여기서 말씀드리는 문법은 언어의 특징과 구조입니다.

우리나라 말은 주제 우세 언어(Topic -prominent language)입니다. 우리나라 말에서는 주어가 빠져도 문법적 오류가 없는 경우가 많지요. '너를 사랑해'라고 할 때 '나는'이라는 말이 빠져도 문제가 없는 것이죠. 그러나 영어의 경우는 주어 우세 언어(Subject-prominent language)입니다. 즉 'I love you'와 같이 일반적으로 주어가 빠지면 비문이 됩니다. 또한 문형도 우리나라말은 '목적어+동사(너를 사랑해)' 구조인데 영어는 동사가 먼저 오고 목적어(I love you)가 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영어를 배우기 힘든 이유는 언어의 성격과 문장 구조 등의 문법적 성향이 매우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법적 능력(언어의 특징이나 문장구조를 잘 아는 능력)은 운동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연습을 많이 하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체득되는 기능과 비슷합니다. 피아노를 배우거나 수영을 배울 때 어린이들이 훨씬 습득이 빠르다는 것을 체감해 보셨을 겁니다. 개인차는 있지만 어른이 되면 확실히 운동 기능과 같은 것들은 학습이 더딥니다. 이러한 외국어의 문법적 능력은 어릴 때 습득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은 많은 언어습득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릴 때는 어휘 리스트를 단순 암기하기보다는 하나의 어휘로 여러 가지 상황에 맞는 영어 표현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러한 영어 문형이 습득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Q: 그러면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의 문법 능력을 길러줄 수 있나요.

A: 제일 좋은 방법은 지속적으로 실제 영어 문형에 노출시키는 것입니다. 우리가 미국에 가서 살면 제일 좋겠지요. 하지만 그게 안 되니 차선책으로 영어 그림책, 영어 영상, 영어 노래와 같은 실질적 자료에 꾸준히 노출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영어책은 반드시 아이의 수준에 맞는 책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고, 다독도 좋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같은 책을 자주 반복해서 읽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외워질 때까지 읽으면 금상첨화입니다. 아이를 키워본 분들은 공감하겠지만, 한글을 익힐 때 아이가 좋아하는 책은 10번, 20번도 더 읽을 때가 있지요. 그처럼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 있으면 여러 번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 욕심에 너무 많은 책을 들이밀면 아이가 오히려 흥미를 잃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워낙 좋은 책들이 많아서 조금만 조사해 보면 서평이 좋고 수준에 맞는 책들을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단, 아이마다 성향이 달라서 아이가 좋아하는 장르가 무엇인지부터 면밀하게 파악하고 책을 선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요. 아이의 수준에 맞는 책, 모르는 어휘가 너무 많지 않은 책 위주로 선정하십시오. 아무리 쉬운 영어책이라도 일반적으로 그 속에는 영어의 주요 기본 문형이 많이 담긴 경우가 많습니다. 책 읽기를 반복하다 보면 문법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어휘 습득은 덤으로 이뤄집니다. 아이의 특성에 따라 영어 영상을 자주 접하는 것도 문법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영상은 화면으로 영어 표현이 쓰이는 상황(맥락)을 생생하게 제공하므로 아이들의 흥미와 이해를 돕습니다. 단, 지나친 영상의 노출은 사고력 증진에 방해가 되니 과하지 않는 게 좋겠지요.

Q: 진정한 영어의 고수가 되려면.

A: 영어 유치원을 나온 아이들조차도 6학년이 되어 영어를 잘하지 못하고 심지어 싫어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았습니다. 반면 3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영어에 달려들어 고학년이 되니 외국에 나갔다 왔나 싶은 생각이 드는 아이들도 몇 번 만나봤습니다. 이 아이들의 차이점은 뭘까요? 바로 '동기' '흥미'의 유무입니다. 대충 생활영어나 잘하는 선에 그치는 것이 아닌, 우리 아이가 나중에 성인이 돼 외국 아이들과 토론하고, 영어로 발표를 하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영어 원서를 읽고 감동을 하는 사람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면 반드시 기억하십시오. 어떤 경우라도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 주세요. 즐기는 사람을 따라갈 자는 없습니다. 그러면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맥락도 없는 단순 어휘 목록을 주고 외우고, 잊어버리고, 좌절하며 결국 흥미를 잃는 경험을 아이에게 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이가 BTS를 좋아한다면 영어 노래 가사를 달달 외우고 춤추고 따라 부르는 걸 격려해 주세요. 아이가 어릴 때 뽀로로를 좋아했다면 뽀로로 영어판을 함께 시청하세요. 아이가 해리포터 소설을 좋아했다면 영어로 영화도 함께 보고 추후에 책도 읽도록 격려해 주세요.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보기를 권해드립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도움말=방정선 대구영선초등 수석교사(영어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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