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기후위기대응 교육과정으로 전면 개정해야 한다"

  •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 대구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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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02 07:54  |  수정 2021-08-02 07:57  |  발행일 2021-08-0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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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 대구지부장)

십여 분 뙤약볕에 서 있기도 힘들다. 작은 그늘과 바람이 얼마나 고마운지 알게 되는 계절이다. 이른 아침 여명이 분홍빛으로 물들면 숲에선 새들보다 먼저 참매미가 운다. 한낮이 되면 말매미들이 운다. 대낮 시골 느티나무 아래에 앉으면 '싸름' '쓰름' '새알'하고 각자 마음에 맞추어 쓰름매미가 운다. 한해 가장 먼저 우는 매미는 깊은 산속에서 듣는 '이초롱' '시이츄' '총총총' '고치자지' 등 온갖 다양한 소리로 우는 작고 날씬한 애매미다. '찌이이이' 우는 털매미 소리는 '마르르르' 우는 말매미 소리에 묻혀 겨우 들린다. 한 가지 부탁을 하면 제발 매미는 '맴맴' 운다고 아이들에게 주입하지 말고 매미소리를 글로 써 보거나 흉내내 보라고 하면 좋겠다.

작은 매미들도 이렇게 제각각 기후와 하루 온도에 맞추어 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기후과학자들은 날씨는 기분이고 기후는 성품이라고 한다. 성품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듯이 기후도 일정한 규칙으로 변화해야 하는데 지금은 변화 예측이 어려운 기후위기 시대라고 한다.

교실을 떠난 지 한 학기가 지나갔다. 모처럼 환경동아리 친구 셋과 영남자연생태보존회가 진행하는 곤충생태를 공부하러 수밭골 당산나무 아래에 모였다.

곤충을 관찰하려면 채집을 해야 한다. 표충망을 들고 풀숲을 휘저어 잡은 곤충을 독병에 넣거나 나비들은 가슴을 지그시 눌러 기절을 시킨다. 아이들에겐 어려운 채집방법이다. 더구나 대부분 여자아이들은 날아다니는 곤충만 봐도 기겁을 한다. 자기 눈앞만 지나가도 꺄악 소리를 지른다. 체험목표는 곤충을 지나치게 겁내지 않게 하는 것이다. 잠자리 날개를 잡아보고, 접사로 사진을 찍어보면서 날개가 얼마나 신비하고 아름다운지 알게 했다. 놀라는 일은 크게 줄지 않겠지만 생명을 귀하게 여기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옛날엔 곤충채집이 방학 숙제였다. 생명존중교육으로 폐지되었지만 나는 학교마다 과학자들을 초청하여 곤충교실, 탐조교실, 천문교실, 하천탐사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자연을 직접 만나게 하는 방학교실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래야 자연생태와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탐구하는 인재들이 나타날 것이 아닌가?

어렵게 열린 2020도쿄올림픽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김제덕 선수가 양궁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얼마나 개구쟁이였으면 선생님이 좀 차분해지라고 양궁을 권했을까? 이처럼 아이들에겐 우연하고 다양한 체험기회가 성장과 발달의 계기가 된다는 신비로움을 교사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곤충체험을 마치고 가는 길에 나눈 이야기 중에, 친구들에게 기후위기가 이제 6년 조금 더 남았다고 말했더니 믿지를 않는다면서 모든 학교에서 환경교육을 해야 하는데 선생님들이 교과서만 가르치니 친구들이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른다며, 나에게 글도 더 많이 쓰고 책도 만들어서 선생님들이 기후위기를 가르치게 해 달라고 부탁이 든든하면서도 무거웠다.

동대구역 광장엔 기후위기시계가 설치되어 있다. 탄소배출을 줄여서 동식물의 대멸종을 막고, 인류에게 닥칠 위험을 알려주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심각하게 보고 지나갈까? 공무원들과 교사들부터 모두 의무연수를 받고 시민들과 학생들의 환경학습권 보장 차원에서 기후위기가 우리 삶과 문명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를 인식하고 지금 당장 행동하도록 나서야 한다. 깨어있는 시민들은 정부나 공공기관과 기업이 구체적으로 실천에 나설 것을 요구해야 한다. 캠페인이든, 시위든, 교육이면 더 좋고 하다못해 계몽이라도 해야 한다. 기후위기를 그저 심각한 뉴스 정도로 인식하면 안 된다. 이러다 정말 위기가 코앞에 닥쳐서야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는 이미 늦다.

지금 교육계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열중하고 있다. 개정 이유가 교육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교육으로의 대전환을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화와 교육기술(에듀테크) 활용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인식은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반영하지 않은 탓이다. 지금 우리가 개정해야할 교육과정은 교육대전환을 위한 '기후위기대응 교육과정'이어야 한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 대구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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