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윤석열과 문재인, 탄핵의 강과 오만의 탑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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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06   |  발행일 2021-08-06 제23면   |  수정 2021-08-0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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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 윤석열 vs 문재인='윤석열 죽으면 국힘도 죽는다'고들 한다. '윤석열 리스크'를 심각하게 본다는 증좌다. 그의 전격 입당도 '(지지율)오를 때 보이지 않던 꽃(국민의힘)이 내려올 때 보인' 까닭일까. 무너져선 안 될 마지막 보루. 윤석열의 특장이지만 야권엔 아킬레스건이다. '대체 불가능성'이 지니는 고위험 요인이다. 이제 입당했으니 뜬소문으로 덧난 상처가 곪아 터지지 않도록 당 차원에서 잘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윤석열 저격수'를 자청했던 이가 당내 후보 검증단을 지휘한다니 예사롭지 않다. 분명 복선이 있다. 막 오른 검증 전쟁. 추격자들도 탄약을 일제히 장전했다. '경선은 치열하고 당당할수록 좋다'(유승민 전 의원)는 으름장은 결코 농이 아니다. 표적은 '윤석열'이 되겠지만, 그가 쓰러지면 자신도 쓰러진다는 사실이 슬픈 운명의 패러독스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 구도에서도, 여론에서도 밀린다. 이대로 가면 안정적으로 진다. 이게 무너지면 이재명, 이낙연도 무너지는 최전방 진지(陣地)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선거 끝까지 국민의힘의 모든 공격은 '문재인'을 겨냥할 것이다. 이게 가장 쉽다. 대통령 지지율만 무너지면 이 전쟁 끝난다? 틀리지 않는다. 이미 상처투성이니 조금만 더 공략하면 곧 무너뜨릴 것처럼 보일 만하다. 후보도 지키고 대통령도 지켜야 할 여당이 바쁘게 됐다.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를 버텨주면 '해볼 만하다'고 할 것이다. 50%를 넘으면 '낙승', 30%대는 '석패'를 예고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여당이 재집권을 실패한 경우는 딱 3번. 공통점이 있다. 바닥을 친 대통령 지지율이다. 김영삼 14%(5년차 1분기), 노무현 16%(〃), 박근혜 12%(4년차 4분기)였다. 대통령의 낮은 인기는 정권 심판론을 자극한다. 정권 심판론을 이긴 선거 구호는 없다. 지금은 어느 쪽도 만족스럽지 않은 경계를 감질나게 넘나든다. '문재인 지지율'은 가변성 높은 양날의 검이다.

# 탄핵의 강 vs 오만의 탑=다시 탄핵의 강 앞에 선 국민의힘. 윤석열 입당 이후 그 강변을 또 서성인다. '탄핵의 강에 들어가면 진다'(이준석 대표)는 경고도 소용없다. 파열음 없이 매끄럽게 후보를 뽑으면 승리는 떼 놓은 당상? 그 강은 분열의 늪이다. "(윤석열이)정치를 하려면 자신의 업에 대해 고해성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김용판 의원)는 시비는 약과다. "적폐몰이 수사한 윤석열, 우파 궤멸시킬 트로이 목마"(조원진 전 의원)라 직격한다. "법대로 수사했다고 강변하면서 사면 요구하는 것이 정상적인 검사의 태도냐"(홍준표 의원)거나 "윤 전 총장은 박 전 대통령 구속·기소·구형까지의 주체였다"(유승민 전 의원)는 말은 조금도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응대하는 즉시 탄핵의 강에 발 담근다. '탄핵'을 말할수록 오른쪽 이미지는 강화되고 중도 확장은 멀어진다. 국힘을 오른쪽에 묶어두기에 그만한 차꼬가 없다.

다시 오만의 탑을 바라보는 민주당. 재보선 참패의 제일 원인이 뭔가. 벌써 '오만의 죄'를 망각했는가. 심판의 불 맛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탑을 쌓고 있다. 180석 힘 자랑에 다시 중독되면 탑은 대선전의 돌무덤이 된다. 법사위원장 양보 합의했으면 그만이지 또 무슨 의원총회인가. '입법 독주'의 단맛에 취했던 시절이 그리운 거다. 개혁의 칼을 다시 꺼내든다? 때가 지났다. 지금은 협치의 시간. 국민이 그걸 원한다. "더욱 과감히 공정한 언론생태계 조성 입법, 사법개혁과 2단계 검찰개혁 입법, 한국판 뉴딜, 부동산투기 근절 입법 등에 속도를 내겠다"(윤호중 원내대표)는 말에 머리털이 쭈뼛 선다. '협치보다 책임정치가 우선'(김용민 최고위원)이란 미사여구로 '오만의 탑'을 회칠(灰漆)할 순 없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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