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한의대병원이 들려주는 한방이야기] 자궁절제술 후유증과 관리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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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10 07:54  |  수정 2021-08-10 08:08  |  발행일 2021-08-10 제17면
수술 전후 몸 변화 커 산모처럼 조리해야
자궁근종·기능성자궁출혈 등 원인 질환 다양
수술후 피로감·허리통증·우울·두통 나타나
기혈 보강·어혈 제거 등 한의치료 회복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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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궁근종이나 내막증, 선근증 등의 부인과 질환으로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자궁절제술은 자궁을 부분적 혹은 전체적으로 잘라내 제거하는 것으로,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술 다음으로 많이 시행되는 수술이다. 자궁절제술은 출혈이나 통증이 내과적 치료와 보존적 치료 등 비수술적인 치료로는 조절되지 않을 때 선택하게 된다. 자궁근종, 기능성 자궁출혈, 자궁내막증, 만성골반통 등 다양한 원인 질환으로 자궁절제술을 하고, 자궁근종의 빈도가 가장 높다. 자궁을 절제한 이후에는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임신 계획이 없는 경우에만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보통 40~50대에 수술을 받는 환자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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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여성의학과 안수연 교수

◆자궁절제술을 하는 이유는

자궁절제술은 수술 범위와 접근방식에 따라 수술 방법이 다양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최소 침습을 위한 복강경술이 많이 시행된다. 복강경 수술은 개복 수술에 비해 절개 부위가 작아 통증이 적고 회복에 유리한 장점이 있지만, 골반 안쪽은 혈관이 많고 구조가 복잡해 수술 과정 중 출혈이나 조직 손상의 위험이 높다. 전문의들은 어떤 방식의 수술이든 수술 후유증에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자궁절제술을 받은 여성은 일반적으로 아랫배의 통증, 질 출혈, 골반통을 경험하게 된다. 소화불량, 변비, 복부팽만감, 무기력 등의 증상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자궁 절제로 여성성을 상실했다는 생각에서 오는 우울감, 스트레스 등이 불면이나 불안, 우울 등의 정신적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자궁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50% 이상에서 피로감, 허리 통증, 비뇨기계 증상, 안면홍조, 불면, 두통, 우울 등 한 가지 이상의 신체·정신적 증상이 나타나고, 이를 '자궁적출술후증후군(post hysterectomy syndrome)'이라고 부른다.

한의학에서는 부인과 수술 후 환자를 다허(多虛), 다어(多瘀)한 상태로 본다. 각각 허로(虛勞)가 매우 심하고, 어혈(瘀血)이 많은 상태를 의미한다. 극심한 허로와 어혈 상태가 치료되지 않을 경우 통증이나 출혈, 소화불량, 무력감, 우울 등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또 오래 지속된다. 특히 자궁절제술은 다른 부인과 수술과는 달리 수술 전후 몸의 변화가 큰 탓에 수술 후 환자는 출산 후 산모처럼 일정 기간을 두고 회복을 위해 몸을 조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의 치료는 기혈(氣血)을 보강해 허로를 개선하고, 어혈을 제거, 염증과 유착을 방지해 수술 후 회복을 촉진하고, 후유증을 줄여주는 형태로 이뤄진다. 부인과 수술 후 한의 치료는 장운동의 정상화, 골반 내 유착 방지, 수술 전 원인 질환의 재발 방지, 체력 회복을 목표로 시행된다. 이를 위해 침·뜸치료, 개인별 몸 상태에 맞춘 한약 치료 외에도, 어혈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약침 치료나 좌욕 등이 도움을 줄 수 있다. 만약 수술 과정에서 난소를 함께 절제했다면 안면홍조, 가슴 두근거림 등 폐경과 관련된 증상이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추가적인 치료와 관리도 필요하다.

◆수술 후 회복은

최근 들어 수술 전후에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수술 후 환자의 빠른 회복에 집중하는 치료 패러다임인 수술 후 조기회복(ERAS-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이 주목받고 있다. 같은 의미로 한의 치료에서는 부인과 수술, 특히 자궁절제술 후 환자의 후유증을 완화해 일상으로의 빠른 회복을 돕고, 수술 후 여성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술로 치료가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수술 이후 환자의 삶의 질을 관리하는 것까지 치료의 연장선으로 보는 관점에 따른 것이다. 부인과 수술 후 한의 치료는 많은 환자의 임상 케이스를 통해 그 효과와 필요성이 입증되고 있다고 대구한의대병원 측은 전했다. 국내 연구를 통해 부인과 수술 후 한방 부인과에서 협진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 두통, 어지러움, 무기력, 피로, 잔뇨감, 빈뇨, 변비, 요통, 관절통 등의 후유 증상이 유의미하게 호전된 결과가 확인된 것.

수술 직후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 본인의 생활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자궁절제술을 받고 7~10일 후에는 가벼운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2주까지는 격한 운동을 자제해야 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술 후 한 달까지 평소보다 심한 피로와 무기력증이 지속될 수 있어 활동 범위와 강도를 환자의 컨디션을 확인하며 서서히 올려야 한다. 또 질분비물이나 질출혈은 수술 후 약 2~4주까지 있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양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출혈량이 많은 상태로 지속되거나 발열 혹은 새로운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수술 후 2주 동안에는 충분한 휴식과 함께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 가벼운 신체활동을 통해 후유증상을 최대한 줄이도록 하고, 오래 서 있거나 쪼그려 앉는 등 골반저근을 약화시킬 수 있는 동작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에 한방에서는 자궁절제술 후 1~2주간의 입원을 통한 집중 회복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첫 1주간은 수술 부위의 어혈 및 염증 상태 개선과 후유 증상 완화에 집중하고, 2주차부터는 원인 질환의 재발 억제와 체력 회복에 도움이 되는 치료가 함께 시행된다.

대구한의대 부속 대구한방병원 안수연 교수(한방여성의학과)는 "부인과 수술 후 건강하고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수술 후 한의치료와 생활 관리를 꼼꼼히 챙기고 계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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