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측이 입주 예정자들에게 제공했던 아파트 홍보물의 영어교육 프로그램 사진. <입주민 제공> |
구미 최대규모(2천92가구) 임대아파트인 호반베르디움 엘리트시티 아파트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잇단 정전사고·원상복구비 과다 청구·수돗물 이물질 사태(영남일보 6월7일·8월16일·8월24일자 보도)에 이어 이번엔 '허위광고' 의혹까지 제기됐다.
임대사업자가 입주민에게 유명 영어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광고했지만 입주 2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사업 추진이 안 된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호반건설 계열사인 티에스자산개발(이하 호반 측)은 2016년부터 아파트 임대 계약을 진행했지만, 계약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자 2017년부터 아파트 홍보를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구미국가산업단지의 특성을 고려해 젊은 근로자의 이목을 끌기 위한 다양한 조건을 추가했다. 그 가운데 젊은 부부로부터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건 바로 'YBM 영어 교육 프로그램 무상 제공' 조건이다. 호반 측은 온·오프라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홍보했다.
호반 측이 입주 예정자들에게 제공했던 아파트 홍보물. 'YBM영어교육 프로그램 2년간 제공'이라고 명시돼 있다. <입주민 제공> |
영남일보가 입수한 해당 아파트 온라인 홍보자료에는 아파트명과 전화번호, 원어민 강사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모습의 사진이 게재돼 있다. 또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2년간 무상제공)'이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 현장·전화 상담을 통해서도 이 같은 내용을 알렸고, 수많은 근로자가 홍보 내용을 보고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호반 측이 제공한다던 영어 교육 프로그램은 입주(2019년 4월) 2년이 지났지만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입주민 A씨는 "당시 임대사업자가 '아이 키우기 좋은 아파트'라며 홍보했고, 영어 교육 무상 제공 등의 조건이 마음에 들어 입주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고, 기다리다 못해 퇴거한 입주민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호반 측 관계자는 "영어교실 장소를 선정해달라고 입주민들에게 요청했으나 사고 위험성이 있는 지하 공간으로 선정하는 등 장소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지연된 것"이라며 책임을 입주민들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올해 안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입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입주민 대표 B씨는 "지하 공간은 입주민들이 제안했던 여러 장소 중 하나일 뿐인데, 마치 입주민이 위험성 높은 지하 공간을 영어교실 장소로 요구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해 3월 입주민 회의를 열어 주민회의실 또는 다목적실에 영어강좌를 개설하는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구미 호반베르디움 엘리트시티 입주민들의 공식 회의 자료. YBM영어강좌 장소를 주민회의실 및 다목적실로 결정하고 호반 측에 요청했다. <입주민 제공> |
호반 측이 입주민들에게 보낸 공문. 입주민들이 장소를 정하지 않아 영어 강좌가 취소됐다고 알렸다. <입주민 제공> |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조규덕 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