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제자에서 후배로

  • 김동준 영남이공대 호텔·와인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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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13 07:35  |  수정 2021-09-13 07:38  |  발행일 2021-09-13 제20면

김동준
김동준〈영남이공대 호텔&와인전공 교수〉

방학이 되면 학생들이 실습하고 있는 호텔을 방문한다. 집을 떠나 실무를 하며 첫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국내 관광객 증가로 호텔에서의 실습 기회가 많아 다행이다. 자신의 적성, 회사문화, 업무를 파악하는 취업전선 출발점에 선 학생들을 만나면 무척 기쁘다. 큰 격려를 해주고 싶고 나 역시 여행을 간다는 기분으로 얼마 전 부산을 다녀왔다.

아주 오랫동안 못 본 것도 아닌데 너무 반가웠고 눈물이 핑 돌았다. 먼저 눈에 들어온 모습은 야외 근무로 인해 검게 탄 얼굴이었다. 몸도 좀 말라 보이고 마음이 다소 불편했다. 고생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고, 호텔 담당자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제자들이 참 기특했다. 칭찬이 많았고 무엇보다도 어른스러워진 표정과 태도에 새삼 놀라웠다.

갑자기 '이제 제자가 아니라 후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학생 신분인데도, 손님을 대하는 직업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모습을 보니 뭉클했다. 강의실에서 보지 못한 에너지가 분명히 느껴졌다. 호텔에서 근무했던 나의 젊은 시절이 떠올랐고, 동시에 흐뭇했다. 나는 학생들 발뒤꿈치에 붙은 1회용 밴드를 살폈다. 구두에 익숙하지 않고 서서 일하다 보니 신입 호텔리어에게는 쉽게 상처가 나기 때문이다. 역시나 1회용 밴드가 여러 장 두툼하게 붙어져 있었다.

선생은 가족을 돌보는 것과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업만이 아닌, 사회생활에 대해서도 챙겨주며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수업을 반복하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해 본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학생들을 보며 나의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진실 되고 관심 있는 사랑의 말 한마디가 그 무엇보다 크다는 것을 다시 느낀다. 발뒤꿈치 영광의 상처를 보며, 나는 학생들에게 '제자에서 후배로'라는 마음의 상을 주고 싶다.

화려한 호텔에서 손님을 위해 소박하지만 따뜻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은 영웅들이 있다. 인생에서 각자 영광의 상처를 새기고, 미래를 위해 뛰는 바로 제자들이다. 졸업해서 취직도 하고 결혼해서 가끔 연락이 오는 학생들이 떠 오른다.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다시 대구로 돌아오는 시간 내내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운전을 하며 기억나는 학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본다.
김동준〈영남이공대 호텔&와인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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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준 영남이공대 호텔·와인전공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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