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흑인 음악가 제시 몽고메리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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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13   |  발행일 2021-09-13 제25면   |  수정 2021-09-1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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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작년 미국에 들불처럼 번진 흑인의 시위는 미국음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관현악단들이 팬데믹으로 프로그램을 고쳐 짜면서 흑인 음악을 많이 넣은 것이다. 제시 몽고메리는 1년에 20회 정도 연주하였지만 올해엔 거의 400회를 채울 것 같다고 한다. 그것도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같은 쟁쟁한 곳에서고 보면 그녀 자신도 믿기지 않는 표정이다. 그녀의 음악에는 미국의 다문화가 녹아 있어 유럽중심의 고전과는 색다른 데가 많다. 2015년에 낸 '스트럼'이라는 첫 고전실내악 앨범 속에는 민속음악·영가·즉흥·시·정치 등이 엉켜 있으며, 그중에 '스트럼'이라는 현악4중주곡은 상당 부분이 탄주로 되어 있어 우리 가야금 연주를 떠올린다. '국기'라는 작품은 미국국가를 바탕으로 하지만 그것을 해체하고 멕시코·푸에르토리코 음악과 블루스·재즈의 이디엄까지 섞어 넣어 다문화 용광로로 만들었다. 그것이 미국의 음악이고 역사이고 정체성이라는 것이다. "광포하면서 야성적인 색깔의, 생명이 폭발하는" 그녀의 음악이 '미국 관현악곡의 카논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라고 비평가가 말한다.

몽고메리는 작곡·연주·교수를 하는 금년 39세의 흑인 여성이다. 뉴욕의 로어 이스트사이드에서 음악과 연극을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랐다. 하우스음악과 힙합에 휩쓸렸지만 어떤 마약보다도 그녀를 구원한 것은 바이올린이었다. 줄리아드를 졸업한 후 젊은 흑인과 라틴계 클래식 음악가를 배출하는 '스핑크스 협회'에 가입하여 다양한 문화를 섭취하였다. 스핑크스 버추오시 실내악단과 캐털리스트 4중주단에서 활동을 하였는데, 후자는 그녀의 음악을 세상에 알리는 창구가 되었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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