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위드 코로나' 그리고 '위드 평양'

  • 박문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
  • |
  • 입력 2021-09-13   |  발행일 2021-09-13 제26면   |  수정 2021-09-13 07:14
세계 각국 '일상의 회복' 준비
남북관계나 북한 핵 문제도
코로나 이유로 미뤄선 안돼
국민적 합의·정책적 대응 등
'평화의 회복' 위해 노력해야

2021091201000359700014681
박문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 북한학 박사

지난 주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 수가 3천200만명을 넘었으며,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도 거의 2천만명에 다다르고 있다. 한편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제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일명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2년 가까이 멈춰 서 있을 수는 없기에 코로나와 함께하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조심스럽게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 9일은 북한 정권수립 73주년이 되는 일명 '9·9절'이었다. 우리 정부를 포함해 세계 각국은 또 한 번 평양을 주목했다.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새로운 무력시위가 있을지,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대외 메시지를 내놓을지 눈여겨봤다. 하지만 이번 기념일 행사에는 무력시위는 물론 김 위원장의 메시지도 없었다. 다양한 해석이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표면적인 북한 정권의 최우선 목표는 방역과 경제회복임을 강조한 행사였다.

북한은 코로나19 백신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 최근 국제백신공동구매 협의체 '코백스(COVAX)'가 300만회분에 달하는 중국 시노백 백신을 지원코자 했으나 다른 나라에 양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90만2천회분 역시 도입이 미뤄진 상태다. 아마도 북한은 보건 위기 상황을 정치적 위기 상황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듯하다. 즉 '자력갱생'과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김정은 정권의 탓이 아닌 코로나19 '보건 위기'와 미국과 남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국제제재 위기'로 돌리려 하는 듯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역사의 시계를 멈춰 세울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코로나19를 이유로 멈춰 섰던 미국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외 비난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 조치를 함으로써 20년 넘게 묵은 숙제를 끝냈다. 아프가니스탄보다 더 오래된 미국의 숙제는 '북한 핵' 문제다. 최근 들어 성 김 대북 특별대표가 빈번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 외교당국과 잦은 접촉은 물론 일본 등 주변국과의 접촉 횟수도 늘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해서도 '언제 어디서든 만날 것'이라며 대화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가 멈춰 세웠던 시간은 이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세계는 코로나를 극복하는 것보다 코로나와 함께 일상을 회복하려 하고 있다. '남북관계' '북핵문제'도 더 이상 코로나19를 이유로 미뤄둘 수는 없다.

이번 주 17일은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주년 되는 날이다. 또한 19일은 '평양공동선언' 3주년이 되는 날이다. 남북이 상호 동등한 '국가'로 인정한 지 30년이 지났으며,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을 남북 정상이 약속한 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다시 원점 같지만, 남북관계의 역사는 더디게 그렇게 진전하고 있다.

코로나19는 한반도 평화의 시계를 잠시 멈춰 세웠다. 하지만 영원히 멈춰 있을 수는 없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일상회복을 위해서는 '위드 코로나'라는 국민적 합의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듯, '위드 평양'이라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국민적 합의와 더불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대응과 준비 역시 필요하다. 더 이상 코로나19를 이유로, 더 이상 '평양'을 이유로, '일상의 회복'은 물론 '평화의 회복'을 미뤄서는 안 된다. 일상을 회복하고 평화를 찾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때로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 철저한 준비를 한다면 '위드 코로나'도 '위드 평양'도 가능할 것이다.
박문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 북한학 박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