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철 매일 6~10시간 산을 타...주민 대부분 수확 끝나면 5~10㎏ 몸무게 감소"

  • 남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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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16 18:14  |  수정 2021-09-19 07:25  |  발행일 2021-09-17
마을 주민 모두 송이버섯 채취 매달리는 영덕군 지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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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 채취가 본격화 되면서 전국 최대 송이 생산지인 영덕군 지품면 삼화리의 한 주민이 다 자란 자연산 송이버섯을 막대기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채취하고 있다.

전국 최대 자연산 송이 생산지 영덕 지품면 국사봉 줄기
인근 주민들 12월부터 5월까지 송이산 철통 관리
마을 주민 모두 한달간 산에 오르내리며 채취 매달려


경북 영덕군은 전국 최대 자연산 송이버섯 생산지로 매년 전국 생산량(산림조합 수매기준)의 15~20%를 차지한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생산량과 금액이 전국 1위를 기록했고, 많을 때는 한해 100t이 넘을 때도 있었다.


영덕군에서는 지품면 국사봉(해발 512m)일대가 최대 송이버섯 생산지다. 국사봉과 인접한 삼화1리와 삼화 2리 주민들은 송이 철인 9월 중순부터 마을 주민 모두가 국사봉 줄기를 타고 송이 채취에 나선다. 약 80가구의 삼화리 주민들은 송이를 캘 뿐만 아니라 국유림인 이곳을 관리도 한다.

30년 전부터 이곳 마을에서 관리하는 면적만 약 8만 9천㎢ (약 27만 평)가 넘는다. 마을 주민들은 국유림관리소에서 실시하는 채취 교육을 받고 60일 이상 관리했다는 기록까지 작성돼 있어야 산을 오를 수 있다. 해마다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매일 순찰조들이 주요 길목에서 마치 보초를 서듯이 산불방지를 위한 홍보, 예방 활동과 외지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렇게 관리하면서 송이 채취 전 2~3일은 마을 젊은이들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우거진 잡풀 등을 제거하며 송이를 캐기 위해 오를 산길을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마을회관에 모여 이장을 중심으로 수차례 마을 회의를 가지며 채취 동안의 중요사항 등을 논의한다.
송이 채취 기간에는 이장이 모든 것을 총괄하며, 마을 지도자가 회계 및 재정을 책임지고 있다. 또 3명의 마을 반장이 서로 채취구역을 나눠 3개 팀으로 주민들을 구성하고, 각 팀별로 송이 채취에 나선다. 이들은 이장↔지도자↔반장(팀)↔주민들로 연결고리를 만들어 수시로 현장 상황을 주고받으며 그날그날의 송이 상태를 공유하고 있다.

통상 송이 철은 9월 중순쯤 시작해 10월 중·하순까지 약 한 달 정도다. 이때가 되면 주민들은 매일 오전 6시쯤 산을 올라 점심때쯤이면 내려오는데 송이가 많이 발견될 경우 국사봉 줄기 전체를 샅샅이 흩는다고 보면 된다.
이때는 보통 날이 샐 때쯤 산에 올라가 오후 2~4시까지 무려 10시간가량 가파르고 험한 산줄기를 오르내린다. 매일같이 6~10시간 정도 산을 타다 보니 주민 대부분이 아무리 잘 먹어도 송이 철이 끝나면 5~10㎏ 정도 몸무게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삼화2리 이동석 (59) 이장은 "매일같이 거친 산을 오르기 때문에 마을주민들이 체력적으로 매우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송이 철 몰래 찾아오는 외부인의 무단 채취를 막기 위해 마을주민들이 교대로 산속에서 밤을 새우기도 한다.
그동안 많은 방송과 언론에서 주민들의 송이 채취과정의 취재를 시도했지만, 송이 산을 망칠 수 있어 주민들이 모두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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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군 최대 자연산 송이 생산지인 지품면 삼화리에서 주민들이 산에서 막 채취한 송이버섯 모습
자연산 송이는 적당한 비와 서늘한 기온속에 자연 상태로 자라기 때문에 '하늘이 내려주는 선물'이라고도 한다. 그늘진 소나무 아래에서 작은 손톱 크기의 포자 형성이 확인되면 약 5일 정도 지나면 상품 가치가 높은 상태로 캘 수 있다. 만약 이때 캐지 못하면 다 자란 송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 부분이 갓처럼 퍼지면서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하등급이 된다. 포자형성 확인부터 캐지 못해 썩어 없어질 때까지는 10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매일 산을 오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힘든 송이 채취가 끝나면 판매금액 중 마을 적립금을 제외하고 주민 모두에게 골고루 배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자치규약에 따라 송이 채취기준과 수익 배분을 하므로 이에 따른 주민들의 불만이 거의 없는 것도 특징이다. 두 마을에서 적립해둔 마을 기금 규모는 수천만 원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재정이 튼튼하다 보니 각종 마을 행사에 주민들의 단합과 참여도 적극적이다.


이 이장은 "귀향 귀촌도 매년 1~2가구씩 생겨나고 마을에 대한 애착심도 남다르게 높다"라고 말했다.
글·사진 =남두백기자 dbna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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