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인근 놀이터서 매일 저녁 수백명 술판…방역당국 '속수무책'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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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22 13:27  |  수정 2021-09-23 07:33  |  발행일 2021-09-23 제9면
경북 안동지역 한 아파트 단지 인근 놀이터
영업점 밤 10시 문닫자 갈곳잃은 20~30대 청년 한꺼번에 몰려
주민들의 신고로 시청직원-경찰관까지 출동했지만 아랑곳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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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10시30분쯤 경북 안동지역 한 아파트 단지 인근 놀이터가 20~30대 청년 수백 명이 뒤엉켜 커다란 야외 술판으로 변해 있다.
추석 연휴 내내 경북 안동지역 한 아파트 단지 인근 놀이터에 매일 밤 수백 명의 사람이 뒤엉켜 커다란 술판을 펼치며 아찔한 상황을 연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한 데다 술집 등 영업점들이 밤 10시 문을 닫자 추석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20~30대 청년들이 갈 곳 잃어 한꺼번에 몰린 것이다.

실제로 지난 21일 오후 10시30분쯤 어림잡아도 200명이 훌쩍 넘는 청년들이 700여 평에 달하는 놀이터를 가득 메운 채 삼삼오오 모여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취기가 오르자 목소리 톤이 높아지는 청년들과 흡연하는 청년들도 많아졌다.

일부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활보하거나, 사회적 거리 두기는 고사하고 인원 제한 조치조차 외면했다.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참다못한 주민들의 신고로 시청 직원들과 경찰관까지 출동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청년들은 '술판의 흥을 깼다'며 시청 직원과 경찰관들에게 항의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단속 직원이 신분 확인에 나서자 슬그머니 자리를 옮긴 청년들은 또 다른 직원들이 다가서자 다시 반대 방향으로 달아나는 등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도 연출했다.

수백 명의 젊은 청년들을 10명도 채 되질 않는 시청 직원과 경찰관이 단속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청 직원들이 "도심 내 공원과 놀이터 등에서의 음주와 흡연은 과태료 대상"이라며 경찰 순찰차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도시공원 방역수칙 위반을 강조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주민 A씨는 "젊은 친구들의 위험천만한 행동이 추석 연휴 첫날부터 매일 밤 계속되고 있는데 주민들의 스트레스는 최악인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 안동에서 벌어질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누군가 술과 안주 등을 판매할 욕심에 파라솔 등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를 놀이터에 내놓았는데,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그 정도 작은 욕심은 버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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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10시30분쯤 경북 안동지역 한 아파트 단지 인근 놀이터가 20~30대 청년 수백 명이 뒤엉켜 커다란 야외 술판으로 변해 있다. 음주행위를 금지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밤 10시가 넘어서자 일부 술집과 식당 등이 놀이터에 테이블을 내놓고 꼼수 영업을 한다는 말이 있다. 포장 배달이라고들 하는데, 엄연히 방역수칙 사각지대를 노린 불법 꼼수 영업"이라며 단속을 주장했다.

놀이터에서 술을 마시던 30대 직장인 C씨는 "모처럼 친구들을 만났다. 밤 10시에 끝내기엔 아쉽고 갈 곳도 마땅찮아 놀이터에서 2차를 하고 있는 것이다. 술집도 아니고 4명이 넘은 것도 아닌데, 문제될 게 없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들이 돌아간 22일 새벽 3시 무렵 아파트 단지 인근 놀이터는 청년들이 먹다 남긴 술병과 안주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심지어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놀이기구 구석구석에도 쓰레기로 넘쳐났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시민들에게 조그마한 휴식 공간이 돼줘야 할 도심 속 공원과 놀이터 등이 일부 몰지각한 상인과 시민들이 활개 하며 무법천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에 따른 영업시간 단축으로 많은 사람이 도심 공원이나 놀이터, 야외 테이블 등을 찾고 있는 것 같다. 계도와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술에 취한 청년 여럿이 큰소리로 항의할 때 위협마저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도심 공원과 놀이터 등에선 음주와 흡연은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 착용과 인원 제한 등 방역수칙을 꼭 지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글·사진=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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