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 100주기

  • 우대현 독립운동정신계승 사업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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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20   |  발행일 2021-10-20 제25면   |  수정 2021-10-20 08:22

우대현
우대현 (독립운동정신계승 사업회 상임대표)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1일 일본 도쿄와 요코하마를 중심으로 간토 지방에 발생한 최대 진도 7의 대지진이다. 당시 지진이 화재와 해일, 토네이도로 이어지며 도쿄의 60%, 요코하마의 80%를 파괴했다. 지진 당시 혼란의 와중에서 일본 민간인과 군경에 의해 일본 거주 조선인들이 무차별적으로 학살당했다. 지진 다음날 일본은 흉흉해진 민심을 잡기 위해 조선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내각은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집어넣었다'는 유언비어를 조직적으로 유포시키고 이것을 구실로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 때문에 유언비어가 기정사실화되 전국적으로 조직된 3천689개의 일본인 자경단(自警團)이 조선인학살을 자행했다. 당시 일본인에 의해 살해당한 조선인은 가장 보수적인 통계에 의하더라도 2천500명이 넘고, 문헌에 따라서는 6천명에서 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2년 뒤 9월1일이 되면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 발생 100주기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시민사회 원로들이 나서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학술토론회와 국회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진상규명을 위한 여러 행사를 빈번히 개최했으나 지금까지 정부 차원의 조처가 없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나마 국회가 지난 14일 1923년 9월1일을 국가추모일로 지정하자는 촉구결의안을 발의했다. 60명의 여야 의원이함께했고 대표 발의는 우원식 의원이 했다.

일본 정부는 사건 발생 100년이 다 되도록 이 천인공노할 범죄에 대해 공식 사과는 물론 진상 공개도 하지 않고 있다. 도쿄 도지사가 연례적으로 간토대지진 학살 조선인 추도식에 보내오던 추도문도 5년째 보내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의 진상규명 노력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한 차례도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거나 일본 정부에 대해 진상규명 및 사죄를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시민단체들이 매년 9월1일 도쿄 요토아미초공원에서 조선인 희생자 추모식을 열고 있다. 2003년에는 일본 변호사연합회가 자국 정부의 진상규명과 사죄를 요구하는 등 대한민국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다.

작년 12월13일 중국 정부는 난징대학살 83주년을 맞아 추모식을 가졌다. 벌써 3년째 국가추모일로 정해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작년 행사에서 자오러지(趙樂際) 정치국원 겸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장은 연설에서 일본과 중국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희생자 수에 대해 "30만명"이라고 언급하고 "역사를 왜곡하려는 어떤 음모도 평화와 정의를 사랑하는 세계와 중국인의 비난과 경멸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가 난징대학살 희생자를 기리는 국가 차원의 추모행사에서 일본의 가해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은 과거 부끄러운 역사를 잊지 않고 있다. 우리도 잊어서는 안된다. 2023년 간토 대학살 100주년을 맞이하는 즈음에 미리 준비하고 갖춰 마땅히 국가 차원의 추모일로 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껏 진실규명과 사죄를 외면해온 일본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요구하고,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후속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실에 근거한 역사를 후세들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

우대현 (독립운동정신계승 사업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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