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소방의 자세

  • 정남구 대구소방안전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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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01   |  발행일 2021-10-01 제20면   |  수정 2021-10-0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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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구 <대구소방안전 본부장>

유사 이래 계절과 지역에 상관없이 자연재난은 항상 존재해 왔다. 현대 사회에 접어들면서 자연재난은 급격히 증가했고 그 위력도 매머드급으로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주범으로 기후 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는 평년기온보다 20℃나 높은 38℃의 이상 고온현상이 나타났고, 같은 해 9월 미국 콜로라도에선 70일 넘게 32℃ 이상을 유지하다 불과 하루 만에 영하 2.2℃까지 떨어지면서 폭설이 내리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장마는 54일에 이르는 사상 최장기간으로 기록됐고 이 기간 전국 평균 강수량은 686.9㎜로 평년의 두 배 수준이었다. 올해는 반대로 짧은 장마에 폭염이 이어지고, 8월 중순부터 늦은 장마가 찾아왔다. 이처럼 기상이변은 특정 지역에 한정된 게 아닌 전 세계적 현상이 되고 있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가 단순히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상기후는 폭염, 홍수, 집중호우 등의 자연재난으로 이어져 많은 피해를 동반한다. 연도별 차이는 있지만 최근 5년간 대구소방에서 자연재난으로 인한 출동은 2016년 150건, 2017년 27건, 2018년 161건, 2019년 216건, 2020년 526건으로 2017년을 제외하고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소방은 육상 재난 전체를 관장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임무를 맡고 있다. 점차 빈번해지고 규모가 커지는 자연재난을 대비하여 우리 소방도 재난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다. 지난해 4월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를 통해 전 소방력에 대한 효율적 지휘체계를 구축해 전국 단위의 집중 대응이 가능해지는 등 자연재난 맞춤형 대책도 강화하고 있다.

대구소방은 때를 가리지 않는 풍수해 발생에 대비해 관련 장비의 100% 가동률을 상시 유지하고, 기상 특보를 고려한 취약지역 예방순찰 강화와 비상대비태세를 구축해 소방력을 선제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폭염에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폭염 특보가 발령되면 55개 모든 119구급대에 얼음조끼, 생리식염수, 정맥주사 세트를 비치하고 온열질환자 응급처치와 병원 이송체계에 차질 없도록 힘쓰고 있다.

그 밖에 가뭄, 홍수, 폭설, 지진 등의 자연재난 발생에 대비해 대응 매뉴얼을 정비하고 재난상황 발생 시 119상황실 비상 접수대 확대 운영과 재난안전 문자 발송으로 시민 혼란을 최소화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소방공무원 612명을 증원했고, 소방차량 255대를 도입하는 등 인력과 장비를 보강하고 노후율도 개선했다.

급변하는 기후 환경과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 수집과 훈련 방법도 다양화하고 있다. 기상청과 협력하여 실시간 기상 정보를 확인하고, 시청, 경찰 등 재난 관련 기관의 CCTV를 119와 연계해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또 다양한 재난 상황을 가정한 훈련과 소방 드론, 열화상 카메라 등 첨단 장비 활용 훈련을 통해 인명구조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소방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리고 대구소방은 전문 현장지휘관과 재난유형별 전문 대응 인력 양성을 위해 대구소방학교를 2023년 건립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옛말에 '천리 제방도 개미굴에 무너진다' 했다. 우리 소방은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꼼꼼히 살피는 자세로 기후변화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급변하는 자연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정남구 <대구소방안전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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