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의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 도기봉 대구청소년성문화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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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06   |  발행일 2021-10-06 제25면   |  수정 2021-10-06 08:36

도기봉1
도기봉 대구청소년성문화 센터장

마음이 어디 있는지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며 마음이 그곳에 있다고 한다. 과연 마음은 가슴에 있을까? 보통 때는 무심코 지나치다가 어느 날 문득 가을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나뭇잎에 눈길이 가서 걸음을 멈추고 바라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살랑거리는 나뭇잎에 눈길을 멈추는 것은 내 마음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이 우리의 마음은 가슴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세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대구 서구 비산동에서 일어난 10대 형제의 조모 살인 사건은 충격 그 자체였다. 부모 없는 친손자들을 10년 가까이 길러온 조부모의 나이는 각각 93세, 77세였다. 조모는 손자가 휘두른 흉기에 30여 차례 찔린 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머리, 얼굴, 팔 등 전신에 부상 정도가 심해 결국 사망했다.

경찰 조사에서 A군은 "할머니가 잔소리를 많이 하고 심부름을 시켜 짜증났다"는 이유로 홧김에 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많은 사람들은 이 10대 형제의 폐륜범죄에 대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을 비난하기에 앞서서 사회가 이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짐으로써 이러한 행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막았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프로파일러 표창원은 "10대 형제가 할머니를 살해한 이유로 할머니가 잔소리, 심부름을 많이 시킨다고 했는데 이것은 촉발요인으로 볼 수는 있으나, 살인 행위에 대한 본질적인 원인은 이 형제의 내면적인 문제, 이상 성격 인격의 문제라고 봐야 하고, 그것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단어가 품행장애"라고 했다.

이런 품행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을 도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사회가 그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바람직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다. 사회가 그들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것을 깨달으면 그들의 행동은 달라질 것이다. 물론 이 형제들은 그동안 학교에서 진단검사를 통해 관심군으로 분류되어 지속적인 상담을 받기도 하고,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지정되어 매달 정부지원금을 지급받기도 했고, 지역사회에서의 여러 가지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대 형제의 살인 사건이 터졌다. 이런 노력만으로는 그들에게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부족하고 청소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음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이 가정에 얼마만큼 마음이 있었을까.

많은 전문가들이 근시안적인 해결책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의 해결책을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는 주기적인 가정방문을 통해 위기가정의 현황 파악과 원스톱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통합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본다. 일부 사람들은 개인정보 보호를 중요시하는 시대에 역행하여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하겠지만,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가정조차도 개인정보 보호라는 미명 아래 오히려 가정이 위험한 곳이 되고 있다. 가정방문 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청소년들에게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수 있고 소외된 가정에 마음이 머무는 효율적인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도기봉(대구청소년성문화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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