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미술시장 진짜 활황?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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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18   |  발행일 2021-10-18 제27면   |  수정 2021-10-1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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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논설위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국내 미술시장은 활황이라고 한다. 원래 먹고 살기 힘든 게 예술가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더 고달파졌다는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한데 미술시장이 호황이라는 소식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하지만 미술계 이곳저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활황의 신호가 맞다.

지난 5월 부산에서 열린 아트페어 '아트부산'이 역대 최대 관람객은 물론 최대 판매액 기록을 세웠다. 올해 8만여 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작품 판매 총액이 350억원에 달해 국내 아트페어 사상 최대 판매액을 달성했다. 작품 판매액이 10억원을 넘어선 화랑도 10여 곳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부산에 참가한 대구지역 화랑들도 "작품을 내놓기가 무섭게 팔려 2006~2007년의 활황기가 떠올랐다"고 전했다.

미술 경매사 낙찰률도 급등했다. 국내 주요 경매사의 낙찰률이 90%가 넘고 최고가 기록 경신이 이어진다는 보도다. 오죽하면 '오늘이 가장 가격이 싼 날'이라는 푸념까지 나올까. 젊은 컬렉터의 진입은 향후 미술시장 전망도 밝게 한다. 컬렉터 층이 젊어지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사 UBS의 보고서 '미술시장 2021'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활발하게 컬렉션을 한 고액자산가는 밀레니얼(23~38세)세대와 X세대(39~54세)다. 경매 프리뷰 전시장을 찾는 고객층을 보면 이전보다 확실히 젊어졌다는 국내 미술품 경매사의 후일담이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젊은 고객의 유입은 미술계로서는 반길 소식이다. 그만큼 한국 미술시장의 장기적 성장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도 내년부터 서울에서 열린다. 한국화랑협회가 매년 여는 키아프 아트서울을 영국 프리즈와 공동 개최키로 한 것이다. 두 행사가 함께 열리면 말로만 듣던 가고시안 등 세계 최고 화랑들이 서울에서 미술품을 선보이게 된다. 세계적인 화랑들까지 눈독을 들일 정도로 한국 미술시장이 불 장(Bull Market)이다. 유동자금은 넘치고 투자처는 찾기 힘든 상황에서 재산세, 양도세 등을 내지 않아도 되는 미술품만 한 투자대상도 흔치 않다는 말이 일리가 있다.

이런 소식을 들으며 지역미술가의 얼굴을 살펴봤다. 미술시장이 돌아가는 상황을 봐서는 분명히 밝아야 할 그들의 얼굴에서 어둠은 걷히지 않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지갑을 닫고 사라진 컬렉터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왜일까. 부동산, 주식 거래 등으로 생겨난 막대한 유동자금이 미술시장에 몰리면서 몇몇 유명작가의 고가 작품은 판매가 되지만 나머지 작가의 작품은 아직도 동면상태다. 김환기, 이우환, 박서보, 김창열 등 유명작가들이 주도하는 미술시장의 어두운 이면이다. 코로나 여파로 인한 화랑의 전시 감소가 여전하고 화랑을 찾는 관람객의 발길도 뜸하다. 그나마 오는 11월 개최되는 대구아트페어에 기대를 걸어보지만, 이 또한 그림의 떡일 수 있다. 컬렉터의 발길이 여전히 유명작가에게 쏠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생전에 한 작품만 팔린 고흐, 평생을 아마추어 작가라며 냉대받은 앙리 루소 등의 삶을 보며 위로 삼는다"는 한 작가의 말은 듣는 이를 숙연하게 한다. 자신이 죽고 난 뒤에도 그림은 살아남아 언젠가는 조명을 받으리라는 소망이다. 그래도 하루하루가 힘들다. 새털같이 많은 날의 고통은 늘 당하는데도 언제나 처음처럼 아프다. 미술시장 활황 소식이 지역작가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하는 이유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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