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잡은 경기 체력 싸움에 밀려 놓쳤다"...이란 원정 1-1 비긴 벤투호, '과감한 교체' 숙제로 남아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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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13   |  발행일 2021-10-14 제19면   |  수정 2021-10-1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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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4차전 한국 대 이란의 경기 후반 2분 한국 손흥민(가운데)이 선제골을 넣은 뒤 세리머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벤투호'가 이란을 원정에서 잡고 한국 축구 역사에 큰 획을 그을 뻔했으나, 체력 싸움에서 뒤지며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2일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각)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4차전 이란과의 맞대결에서 1-1로 비겼다.

아자디 스타디움은 한국에 단 한 번도 정복을 허락하지 않은 '철옹성'. 손흥민을 비롯해 황의조·황희찬·김민재 등 해외 리그에서 맹활약하는 선수들로 전력을 꾸린 만큼 벤투호는 사상 첫 이란 원정 승리도 내심 바랐다.

벤투 감독은 최정예를 스타팅 멤버로 내보냈다. 황의조가 원톱 스트라이커를 맡았고, 손흥민이 그 아래에서 공격을 조율할 수 있게 했다. 양 측면 공격은 황희찬과 이재성이 맡았고, 황인범과 정우영이 수비벽을 보호하기 위해 중원에 배치됐다. 포백은 홍철-김영권-김민재-이용이 섰고,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지난 7일 홈에서 열린 시리아전 선제골을 집어넣는 등 맹활약하며 벤투 감독에 힘을 실어준 황인범은 이날 이란을 상대로도 안정적인 경기 조율 능력을 보여줬다. 정우영과 손발을 맞춰가면서 중원을 지배했고, 번뜩이는 패스로 좋은 공격 기회를 창출하기도 했다.

최후방의 김민재는 그야말로 '괴물' 같은 실력으로 '한국 킬러'로 군림하던 이란의 공격수 아즈문을 철저하게 무너뜨렸다. 단단한 몸으로 상대 공격을 무력화시켰고, 패스 길목을 예측해 끊어내는 수비는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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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4차전 한국 대 이란의 경기 후반 교체투입된 한국 나상호(오른쪽)가 드리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번에도 마무리가 아쉬웠다. 한국은 전반전 8차례 슈팅을 날렸지만, 유효슈팅은 하나도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정확성이 떨어졌다. 황희찬과 이재성은 활발하게 뛰어다녔지만, 상대 수비 발에 걸려 공을 내주길 반복했다.

다행히 한국은 후반 시작 2분 만에 터진 손흥민의 선제골로 자신감을 얻었다. 황인범이 이란 선수 3명 사이에서 공을 뺏기지 않으며 중앙선 부근에 있던 이재성에게 내줬다. 빈 공간을 확보해뒀던 이재성은 그대로 상대 최종 수비수 사이로 예리한 침투 패스를 찔렀고, 손흥민이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이란 원정에서 골을 넣은 건 2009년 2월 박지성의 득점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그러나 한국은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모습을 보이면서 기세를 잃었고, 이란에 동점골을 헌납했다. 한국 선수들은 공수 전환 시 상대의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김민재의 철벽같은 수비와 김승규의 선방, 골대의 도움이 없었다면 역전을 내주고도 남을 후반전 막판이었다.

벤투 감독의 용병술이 아쉬웠다. 아자디 스타디움은 해발고도 1천273m에 위치해 원정길을 떠나온 선수들의 체력은 금방 고갈된다. 예상 가능한 변수에 대응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경기 내내 뒷공간을 내주던 홍철을 후반 24분에야 뺐고, 자취를 감춘 황의조·이재성도 경기 종료 10분을 남긴 시점에 빼는 등 뒤늦은 교체로 분위기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이들을 대신해 투입된 김진수와 나상호, 이동경이 무언가 보여주기엔 시간도 부족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경기력은 한 단계 발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이란 원정 첫 승을 위한 선수들의 각오가 빛을 발했다. 이란을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는 전력임을 확인했다. 지난 4경기에서 발견한 문제를 보완해 11월 치를 아랍에미리트전과 이라크전에선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길 축구 팬들은 기다리고 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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