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항 출신으로 국토부 노조 사상 최초로 3선 성공한 최병욱 노조위원장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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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17 16:17  |  수정 2021-10-17 16:38  |  발행일 2021-10-17
"공무원노조는 국민을 볼모로 투쟁을 할 순 없다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 펼칠 수 있도록 노력
지진 고통받는 포항 발전과 관련해 관심 갖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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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노조 설립 이후 최초로 3선 위원장에 당선된 최병욱 국토부 노조 위원장이 17일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구경모 기자.

포항 출신의 최병욱 국토교통부 노동조합 위원장이 국토부 노조 설립 이후 처음으로 3선(7대·8대·9대 위원장)의 역사를 썼다. 최 위원장은 지난 14일 치러진 제9대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선거에서 단독 후보로 입후보해 85.2%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이로써 그는 2022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 국토부 및 산하 노조원 2천 5백 명, 국토교통 공공기관 노조 연대회의 노조원 5만 명을 이끌게 된다. 영남일보는 17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노조 사무실에서 최병욱 위원장을 만나 당선 소감 및 향후 노조 운영 방향을 들어봤다.

▶노조 역사상 첫 3선 위원장이다. 소감은.
 

"지난 6년간 가져온 성과들을 조합원들이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짐작해 본다. 그만큼 조합원들의 기대가 크고, 제 어깨에 놓인 짐도 막중하다. 조합원들의 선택이 후회되지 않게 더욱 노력하겠다."

▶성과를 소개한다면.
 

"단체교섭을 10년 만에 체결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종합건강검진비 지원사업과 노사가 합동으로 진행하는 장학회를 설립하고, 퇴임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불공정한 인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동운동도 적극 전개했다. 승진 적체 해소, 5급 공채 축소, 일반직의 고위공무원단 기회 확대 등의 성과를 거둬 인사 문제에 불만이 많던 조합원들의 요구를 조금씩 해소해 나가고 있다. 또 국회와 정부를 직접 설득해 지방국토관리청 건설안전국 출장여비 예산을 신설하고, 인천에서 대구로 이전하면서 사라진 항공교통본부 특수 업무 수당도 신설했다. 이밖에 국토관리사무소 운전직 위험수당 신설, 성과상여금 지급 격차를 줄이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물관리 일원화 차원에서 지방국토관리청이 담당했던 하천국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된다. 기능 약화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 문제는 국토관리청의 존속과 관련되는 사안이다. 국토부의 많은 업무가 국민안전과 직결돼 있지만, 특히 국토관리청은 실제 현장을 살피는 곳으로 안전 문제를 최일선에서 관리하는 곳이다. 따라서 국토관리청의 새로운 업무를 발굴해 줄 것을 정부 기관과 국회 등에 지속 요청하고 있다."


▶향후 노조가 펼칠 노동 운동 방향은
 

"보통 조합원들을 대표하는 노동운동을 펼칠 때 '투쟁'이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공무원 노동자는 투쟁을 쉽게 할 수 없다. 저희를 고용한 사용주는 정부이지만, 저희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들이다. 공직자들이 국민을 볼모로 투쟁을 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공공성 확보와 조합원 동지들의 권익 증진이란 고차 방정식을 풀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한 노조의 노력과 고민은 대한민국 전체 노동운동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 것이다."

▶공공성과 노조 권익 간 조화를 추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복지·인사·제도 등 다방면에서 상식이 통하는 조직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다. 일하기 좋은 직장문화를 만들어 노동의 가치를 정립하고, 일반직 출신의 공무원 노동자도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인사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자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는 공정의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사비를 털어가며 출장을 다니는 악습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 공헌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대부분 정부청사가 있는 대전·세종지역에서 주로 이뤄졌는데, 이제는 그 영역을 넓히려고 한다. 전국 33개 지부·지회가 있는 만큼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되면서 균형 발전이 화두다. 특히 국토부가 균형 발전에 관심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 33개 지부·지회를 통해 지역사회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역사회간 가교역할에도 힘쓰겠다. 공무원 노동자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최일선에서 듣는 노동자들이다. 정부 정책 발전과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국토부 노조 조합원들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조합원들의 권익 향상뿐 아니라 국민의 권익 향상을 위해 힘쓰는 위원장이 되겠다."

▶포항이 고향이다. 포항의 발전을 위해 공헌할 수 있는 바가 있다면
"포항국토관리사무소에서 처음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도로 현장에서 일을 했는데, 이때 많은 국민이 불합리한 제도로 고생을 하고 있음을 직접 경험했다. 이런 문제를 일선 공무원이 개선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노조의 문을 두드렸고, 공공성 강화가 공무원 노동운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치란 점을 마음에 새기게 됐다. 특히 지진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포항의 도시 재건을 국토부가 담당하고 있어 어떤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노조가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추진할 수는 없지만, 조합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지역의 발전, 특히 포항지역의 발전 방안에 관심을 갖겠다."

▶공무원 노조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도 있다.
"공무원 노동운동은 일반적인 노동운동과는 다르다. 대한민국 공무원 노동운동 역사에서 국민을 볼모로 투쟁을 벌인 적이 없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특히 국토부 노조는 산하 공공기관 노조들과 연대한 '국토교통 공공기관 노동조합연대회의'란 조직을 만들어 공공부문의 노동운동을 이끌고 있다. 투쟁을 위한 연대가 아니라 정책 노조의 길을 걷고 있는 이상 노동운동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 믿는다. 국토부 노조를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

글·사진=구경모 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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