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이철현 교수에게 듣는 '타비' 시술

  •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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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19 07:43  |  수정 2021-10-19 08:43  |  발행일 2021-10-19 제16면
"경험 많은 전문의 협진으로 대동맥판막협착증 가슴 열지 않고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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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동산병원 심혈관센터를 맡고 있는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교수들이 심장을 상징하는 손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는 타비(TAVI)시술 전문의, 초음파 전문의, 수술하는 전문의가 함께 이야기를 해서 종합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수술 혹은 시술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이들의 소통이 잘 이뤄져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손동욱기자 dindong@yeongnam.com

"심장을 열지 않고 허벅지를 절개해 대퇴동맥을 통해 인공 판막을 삽입하는 타비(TAVI·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시술은 전 세계적으로는 20년, 우리나라에서도 10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수술 자체를 받기가 힘든 고령 환자의 치료를 위해 타비와 같은 시술이 대두됐고, 관련 장비들이 계속 발전하면서 수명 연장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타비 시술 권위자로 평가받는 계명대 동산병원 이철현 교수(심장내과)의 설명이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노화에 따른 질환도 늘어나고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 대표적이다. 신체 노화로 '심장의 문(門)' 역할을 하는 대동맥판막이 닳거나 좁아져 굳는 질환으로, 국내 전체 심장 판막 질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의 발생 자체가 나이와 비례하기 때문에 높은 연령대에서 치료를 해야 한다. 수술밖에 선택지가 없었던 예전에는 수술 자체를 받기 힘든 고령 환자의 경우 아무 조치도 하지 못한 채 돌아가실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TAVI시술은 가슴을 열지 않아도 돼 수술이 힘든 환자를 살릴 수 있게 된 덕분에 나온 지 20년도 되지 않았지만, 최근 발표된 2021유럽심장학회·심장흉부외과학회(ESC·EACTS)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75세 이상 환자의 경우, 수술보다 우선시될 정도로 좋은 임상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허벅지 대퇴동맥 통해 인공판막 삽입
75세 이상 고령환자도 안전하게 시술
하이브리드 수술실 갖춰 병합치료도
시술 후 뇌졸중·혈관 합병증은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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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동산병원 이철현 교수가 타비시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dong@yeongnam.com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어떤 질환인가.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노화에 따라 몸에 석회가 쌓이면서 판막의 틈이 좁아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판막의 틈이 좁아지는 이유는 석회화 때문이다. 보통 노화에 따라 석회가 침착되는데, 심장 판막에 칼슘이 침착되어 석회화가 되면 대동맥판막협착증이고 관상동맥에 석회화가 생기면 관상동맥경화, 머리 쪽으로 가면 뇌경색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중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어릴 적 가지고 놀았던 동서남북 종이접기처럼 심장 판막이 열리면서 혈류가 흐르는 것인데, 협착으로 인해 판막이 열리지 못한 상태에서 혈류가 흐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좁아진 혈관 틈으로 피를 빨리 내보내기 위해서 심장이 무리해서 일하는데 그런데도 피가 잘 통하지 않는 경우 숨이 차고, 가슴이 아프고, 실신하게 되거나 급사를 하게 된다."

▶치료 방법이 수술이나 시술 밖에 없나.

"약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목을 밧줄로 졸랐는데 산소를 공급한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고 밧줄을 끊어야 하듯, 기본적으로 약물로는 치료가 되지 않는다. 다른 판막 치료에서 효과를 보이는 이뇨제도 대동맥판막협착증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의 경우 이뇨제를 통해 물을 빼게 되면 당장 넘어갈 피가 없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하다. 수술 혹은 시술을 하거나 경과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질환의 전조 증상이 있다면.

"(전조 증상이라고 알려진) 가만히 있을 때 숨이 차는 건 심장이랑 별로 연관이 많지 않다. 심장은 움직일 때 피가 5~6배 정도 더 필요한데 이러한 상황에서 숨이 찬다면 심장 기능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의심이 드는 경우 보험이 되는 심장 초음파를 통해 판막의 문제인지 심장 기능 자체의 문제인지 확인하면 좋다."

▶초음파 결과로 진료 방향이 결정되나.

"그렇다. 협착 정도가 상(上)이고 증상이 있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협착이 중 혹은 중상인데 증상이 아무것도 없을 때는 고민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 해마다 심장 기능과 크기를 관찰하고, 상황이 적합할 때 수술이나 시술을 하는 것이 좋다."

▶수술보다 안전하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타비 시술을 하는 게 좋지 않나.

"고령의 경우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시술로 치료하는 게 우선 권고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에는 타비 시술을 많이 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기하급수적으로 많은 시술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선택의 기준을 나이로 정확하게 나누는 건 아니다. 수술적 방법의 판막의 종류에는 조직 판막과 기계 판막이 있고 시술적 방법으로는 조직판막으로만 가능하다. 기계 판막은 영구적인 것이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에게 많이 적용하는 편인데, 와파린이라는 약을 먹어야 한다. 와파린은 출혈 위험도도 높고, 관리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어느 정도 나이가 있으신 분들에게는 남아있는 수명을 고려해 20년 정도 사용이 보증되는 조직판막을 적용한다. 또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는 시술 전문의, 초음파 전문의, 수술하는 전문의와 함께 이야기를 해서 종합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수술 혹은 시술 여부를 결정한다. 나이가 많지 않더라도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담당 의사와의 협진을 통해 '수술할 수 없음'이 확인되면 시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수술이냐, 시술이냐 치료옵션을 선택하는 기준은 병원마다 다르지만, 동산병원은 75~80세는 수술과 시술 비율이 50대 50이고, 80세 이상은 시술 쪽으로 추천을 하는 편이다. 80세가 넘었더라도 판막 모양 등의 이유로 시술이 불가능할 경우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치료 옵션 선택에 딱히 정답은 없고 팀의 소통이 잘 돼야 된다고 볼 수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의 타비 시술을 평가해달라.

"타비 시술 자체로만 따졌을 때, 시술의 난이도는 중상이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시술을 받는 환자의 상태가 최상의 위험도를 가진 상황이다.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치료할지에 대한 결정이다.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심장 수술을 해온 축적된 경험이 필요하다. 해당 시술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지, 수술보다 시술이 나은 선택일지에 대해 토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88세, 91세 등 고령 환자 케이스는 엄청난 고민을 한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진료 간 협진이 잘 된다. 또 대구·경북 최초인 심뇌혈관질환센터 내 하이브리드 수술실에는 다양한 혈관진단기기와 시술, 수술장비가 한 공간에 설치되어 있어 대동맥판막협착증을 비롯한 심뇌혈관 질환에 대해 진단, 시술, 수술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병합치료를 할 수 있다. 치료가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뤄져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타비 시술로 생길 수 있는 위험은 없는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뇌졸중이다. 찌꺼기(석회)가 온몸에 끼어있어 시술 과정에서 석회의 부스러기가 뇌 쪽으로 날아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대퇴 혈관을 통해 시술하기 때문에 혈관 합병증이 있을 수 있다. 굉장히 드문 케이스로는 관상동맥이 막히는 등 합병증이 있을 수도 있다."

▶환자들에게 꼭 조언할 게 있다면.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연세가 많아서 생기는 병이고 시술 비용 자체도 고가이다 보니 치료를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 고령 환자들은 '나는 그냥 죽으련다'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몇 년 뒤에 상태가 더 안 좋아져 수술을 해달라고 오는 경우가 많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지만 숨이 차서 너무 불편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 치료 여부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가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눠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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