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재희 '체인지업' 날개 달고 무럭무럭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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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19   |  발행일 2021-10-20 제23면   |  수정 2021-10-19 20:28
1군 입성 후 원태인 등에 배워
한달만에 실전서 활용 '효과'
부담커진 계투진에 힘 보탤듯
이재희
지난 1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더블헤더 2차전 경기에 선발 등판한 삼성 이재희가 역투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선발 투수 원태인(21)은 올해 '황태자'로 성장했다. 데뷔 3년 차, 아직 앳된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지만, 마운드 위에선 베테랑에 버금가는 안정감을 보여준다.

비결은 체인지업에 있다. 올 시즌 16승을 수확하며 '다승왕'을 넘보고 있는 팀 동료 데이비드 뷰캐넌의 체인지업 수업을 적극 받아들인 성과다. 원태인의 체인지업은 지난해 0.225의 타율을 허용했으나, 올해 그 수치를 0.184까지 뚝 떨어트렸다. 체인지업이 잘 '긁히는' 날의 원태인은 그야말로 '언터쳐블'이었다.

뷰캐넌에서 원태인으로 이어진 사자군단 우완 투수 체인지업의 계보는 이제 '고졸 루키' 이재희(19)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재희는 "고교 시절에도 체인지업을 던져봤지만, 땅에 꽂히기도 하고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다"면서 "프로 무대에 데뷔하고 나니 선발 투수로 뛰기 위해선 체인지업을 반드시 장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후반기 1군에 와서 우리나라 최고 체인지업 투수인 (원)태인이 형에게 물어봤다. 태인이 형이 '영업 비밀'이라고 장난을 치다가 금방 또 하나하나 잘 가르쳐 줘 공을 잡는 그립부터 배웠다. 2군에서 권오원 투수 코치님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이재희가 체인지업을 장착한 건 1군 무대에 입성하고부터다. 이재희의 1군 데뷔전은 지난 8월 15일 수원 kt전. 3⅓이닝 4피안타 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2실점(2자책점)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그런데 당시 이재희는 체인지업을 던지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선발 등판일인 9월 16일 대구 KIA전에서 이재희는 99개의 공을 던졌는데 체인지업 13개(13.1%)를 섞었다. 제구가 불완전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시간상 체인지업이 필요하다고 느낀 지 한 달 만에 실전에서 구사할 수준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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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투수 이재희가 지난 1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공식 인터뷰에 참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이재희는 이달 16일 대구에서 펼쳐진 키움 히어로즈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2자책점)으로 호투했다. 승패를 기록하진 못했으나, 두 경기 연속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허삼영 삼성 감독도 "(이재희는) 주눅 들지 않고 자기 공을 던질 줄 아는 투수다. 마운드에서의 기백이 훌륭한 선수"라며 "구종(체인지업)을 하나 더 추가했는데, 그 덕분에 더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만큼 이재희는 '역대급 재능'을 가진 특급 유망주다. 좌완 이승현과 함께 올해 삼성에 입단해 부상과 잡음에 시달리던 팀 마운드에 큰 힘을 보태기도 했다. 다만, 아직 체력적으로 완성되지 못한 단계인 탓에 구단에서도 여러모로 관리에 들어간 모습이다.

허 감독은 "처음보다 임팩트는 줄었다. 선발로 뛰다 보니 체력적 한계에 부딪힌 것 같다"면서도 "아직 어리다. 체력적 보완이 우선이다. 최대치를 수치상 확인했기 때문에 향후 활용도나 발전 가능성을 넓히기 위해 어떻게 육성해야 할지 답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재희는 오는 22일 kt 위즈전에서 중간 계투 역할 시험 무대를 갖는다. 최근 삼성은 불펜진 불안으로 마무리 투수 오승환의 부담 커졌다. 이재희의 컨디션과 활약이 정규리그 마무리와 포스트시즌 소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재희는 "퓨처스(2군)에서도 계투로 던져봤다. 경기에 출전 시켜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곧바로 적응할 수 있다"며 "올겨울 보완할 점이 많아 행복하다. 비시즌에 체력적으로 준비를 많이 해오겠다"며 당찬 각오를 밝혔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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