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국힘 경선의 마지막 합종연횡은?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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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21   |  발행일 2021-10-21 제23면   |  수정 2021-10-21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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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교육인재개발원장 겸 CEO 아카데미 부원장

정치권만큼 합종연횡이 자주 일어나는 곳은 없다.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구도일 때 합종연횡의 유혹은 크다. 합종연횡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 뭉치고 흩어지는 것이어서, 상대의 정치 성향이 반드시 같을 필요는 없다. 실제 대통령 선거 때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승리한 것을 적지 않게 봐왔다.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당선된 1997년 대선. 진보 진영의 김대중 후보는 보수 인사인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와 연대해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김대중은 정치적 스펙트럼으로 볼 때 반대편에 있는 김종필과 손잡아 첫 진보 대통령이 됐다.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신한국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년 전의 합종연횡인 '3당 합당'이 있었다. 노태우 대통령 재임 기간인 1990년 1월, 여당인 민주정의당과 김영삼이 이끄는 통일민주당 및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은 합당을 했다. 군부 종식을 외쳤던 김영삼은 문민 통치 시대를 열기 위해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노태우·김종필과 연대한 것이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의 단일화 합의는 대선 승리 앞에서 정치 성향은 큰 의미 없다는 것을 한 번 더 보여줬다. 노동자를 대변하면서 비주류의 삶을 살아온 진보 진영의 노무현이 재벌로 주류의 삶을 살아온 보수 인사 정몽준과 단일화했다는 것은 어떤 형태의 합종연횡도 가능하다는 것을 거듭 보여줬다. 투표일 전날 밤 정몽준이 단일화 무효를 선언했지만 노무현은 대통령에 당선됐다.

시선을 국민의힘 경선으로 돌려보자. 11월5일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 중 한 사람이 국민의힘 대권 후보로 결정된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로 볼 때 윤석열·홍준표 중 한 사람이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은 '전두환 옹호 발언'과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 조성은씨와 김웅 의원 간의 통화 녹취록에 등장하는 등 논란거리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을 둘러싼 논란이 막판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홍준표는 지난 17일 이후 20일 오후 6시까지 선관위에 등록된 2개의 전국 대상 여론조사에서 이재명과의 가상 양자 대결뿐 아니라 야권 후보 적합도에서 모두 선두를 차지했다.(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선관위 홈페이지 참조) 가파른 상승세를 타다가 잠시 숨 고르기 양상을 보였던 지지율이 막판에 다시 상승세를 이어갈지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홍준표·윤석열 중 어느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당연히 경선 후보 간의 합종연횡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합종연횡은 강자에게는 승리를, 약자에게는 기회를 준다. 원희룡과 유승민이 과연 경선을 중도 포기하고 누군가의 손을 들어줄까? 원희룡과 유승민은 그럴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이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나을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지더라도 경선을 완주하는 게 미래를 위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반면 중도 포기하고 강자와 손잡아 미래의 기회를 보장받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경선 후보들의 판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11월 들어서는 승자를 가리기 위한 여론조사와 당원투표가 시작되는 만큼 판단의 시간이 이달 말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다. 또 한 번 대선사에 남을 합종연횡이 이뤄질지 궁금하다.
김진욱 교육인재개발원장 겸 CEO 아카데미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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