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결승전에서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이 승부차기 끝에 울산 현대를 잡아낸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포항 스틸러스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울산 현대를 잡고 결승에 올랐다.
포항은 20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맞대결에서 정규시간을 1-1로 마친 뒤 연장 혈투에도 승부를 가르지 못했다. 양 팀은 승부차기에서 들어갔고, 포항이 5-4로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포항의 결승 진출은 드라마와 같았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포항이 뒤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K리그1에서도 울산은 전북 현대와 선두를 다투지만, 포항은 한참 아래 7위에 머무르고 있다.
경기 양상은 오히려 포항이 근소하게 우위를 보이는 쪽으로 흘러갔다. 포항은 4-2-3-1 포메이션을 들고나와 4-1-4-1의 전형으로 나선 울산을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했고, 슈팅이나 점유율에서 앞서 나갔다.
그러나 후반 6분 만에 포항은 울산에 일격을 당했다. 울산 왼쪽 풀백의 설영우가 포항 진영 깊숙하게 오버래핑을 들어와 크로스를 올렸고, 이 공을 윤빛가람이 잡아 다시 골문 앞으로 보냈다. 이때 포항 수문장 이준이 공을 걷어내는가 싶었으나, 울산 윤일록이 가로채 골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후 포항은 좀처럼 점수를 내지 못했으나, 울산 주장 원두재가 후반 22분 임상협에게 위험한 태클을 날리며 퇴장당해 기회를 얻었다. 포항은 이호재와 김륜성을 투입하면서 승부를 뒤집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끝내 골을 넣지 못해 패배를 눈앞에 뒀다.
그런데 후반 45분 포항은 극적인 동점 골로 기사회생했다. 프리킥 상황에서 골문으로 날아든 공을 용병 수비수 그랜트가 훌쩍 뛰어올라 머리에 맞췄고, 커다란 포물선을 그린 슈팅은 울산 골키퍼 조현우의 손을 지나 골망을 흔들었다.
이어진 연장전에서 포항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몰아쳤으나, 경기를 뒤집진 못했다.
결국 승부차기로까지 연결된 양 팀의 맞대결. 선축은 울산의 몫이었다. 하지만 첫 번째 키커 불투이스의 공이 하늘 높이 솟구치며 포항에 분위기를 내줬다. 포항 선수들은 차분하게 킥을 처리했고, 단 한 명의 키커도 실축하지 않으면서 5-4 승리를 챙겼다.
지난 2009년 ACL 결승에 진출했던 포항은 12년 만에 다시 아시아 정상에 오를 기회를 잡았다. 포항은 다음 달 2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결승전을 치른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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