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콜택시를 불렀다. 2~3분 후에 도착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는데 10여 분이 지나도 오지 않아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타이어가 펑크 나서 갈 수 없다는 답이 왔다. 대기 중인 다른 차도 없다고 한다. 급하게 대구에 가야 하는데 큰일이라고 하니 그때서야 차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몇 분 후 도착한 차에 올라타니 나이 지긋한 운전기사가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차가 고장 나서 가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아마 먼저 부른 고객에게 하는 말 같았다. 그 고객이 단거리 운행을 부탁하니 무시하고 필자에게 온 것 같았다. 승객이 타고 있는 택시에서 다른 고객에게 버젓이 거짓말하는 운전기사. 그러는 사이 중요한 회의에 20여 분이나 지각할 형편이 되었고, 기사에게 지금이라도 그쪽으로 가라고 할 수도 없었다. 조금 전 행선지를 말하지 않았을 때 타이어 펑크가 나서 오지 못한다고 했던 기사도 이런 경우가 아니었을까 짐작됐다.
경산시내에는 법인택시와 개인택시가 600여 대나 있다. 전화하면 근처에 있던 택시가 대개 2~3분 이내 도착한다. 그러나 일부 기사들이 장거리 승객을 선호하며 기본요금 정도의 단거리 승객을 홀대하고 있는 듯하다.
경산은 개인택시 매매가격이 1억4천만원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 인근 대구만 해도 5천만~6천만원으로 절반 가격도 되지 않는다. 그만큼 경산이 타 시·도에 비해 근무 여건이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동안 택시비를 올릴 때마다 서비스개선은 늘 입에 올랐다. 물론 승객 가운데 술에 취해 기사를 폭행하는 일이 뉴스에 오르고 있다. 필자가 겪은 일은 극히 일부이겠지만 당당하게 처우개선을 요구하려면 먼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최영현기자〈경북부〉
최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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