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

  • 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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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26   |  발행일 2021-10-26 제26면   |  수정 2021-10-2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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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어사전인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한국에서 유래된 영어 표제어 26개가 지난달 새로 등재되었다. 올해 등재된 단어로는 '치맥(chimaek)' '먹방(mukbang)' '언니(unni)' '오빠(oppa)' '만화(manhwa)' 등이다. 한국 드라마, 유튜브, 콘텐츠들을 접하면서 해당 단어에 대한 외국인의 궁금증이 급증했기에 친절히 사전적 정의들을 내리게 된 것이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끊이질 않고 있다. 연일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핫하다. 우리의 어린 시절 추억 한쪽을 담당하던 달고나는 이제 'Dalgona'라는 영문이름으로 전 세계에 퍼져 너도나도 유행처럼 달고나 만들기 챌린지를 선보이고 있다. 그뿐인가, 신조어 '웹툰(Webtoon)'은 한국에서 유래된 콩글리시로, '스크롤 형태의 디지털 만화'를 의미하는데 이 스크롤 형태의 편집 방식 또한 한국에서 만들어진 후 전 세계로 퍼져 사용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전 세계 주요 시상식에서 수상 행렬 끝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달성하며 세계적인 이슈로 자리매김했고, 배우 윤여정은 미국 영화 '미나리'로 고섬어워즈 최고 여배우상 후보에 올랐으며 이후 총 37개의 트로피를 안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까지 거머쥐는 역사를 쓴 바 있다. 우리나라 가수 BTS가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아시아 가수로서는 처음, 4주째 빌보드 차트 1위를 석권하는 신기록까지 세우며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의 막강한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에는 분명 오류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또 국수주의를 내포한 과한 국뽕(?)은 항상 경계해야 하지만, 한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음악·영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고 있는 현재, 인구 5천만명의 이 작은 땅덩어리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콘텐츠의 발원지로 거듭나는 모습은 가히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급격하게 성장하는 한류 콘텐츠에 비해 콘텐츠 저작권 및 지식재산권 보호의 수준이 현저히 낮은 상황으로, 이를 보완할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중국에 불법 유통된 '오징어 게임'과 판권 계약 없이 2차 저작물로 탄생한 중국판 '오징어 게임' 등에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지금, 우리 저작물인 한류 콘텐츠가 세계 주류 문화를 선도하고 있듯 국내 저작권 법제 또한 글로벌 저작권의 표준이 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백범 김구 선생님의 말씀을 인용해 이 글의 끝을 맺어본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 관심조차 없던 나라들에, 또 해외에 여행이라도 가면 "Are you Chinese?" "Are you Japanese?"라고 숱하게 묻던 과거의 그들에게 'KOREA'라는 나의 나라의 이름을 알려준 이 땅의 모든 콘텐츠 산업 종사자들에게 대단한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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