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방령'-'인현왕후'...김천만의 옛이야기 뮤지컬로 만들어 화제

  •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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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03 07:50  |  수정 2021-11-03 07:56  |  발행일 2021-11-03 제19면
지역 뮤지컬제작사 하람컴퍼니
과거보러가던 고갯길 작품화
'괘방령' 초연서 관객들 큰 박수
2019년 발표 인현왕후는 정기공연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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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괘방령'은 경북문화재단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사업으로 제작됐다. <하람컴퍼니 제공>

경북 김천에 전해오는 얘깃거리를 창작 뮤지컬 등 대중성이 담보된 문화상품으로 가공하려는 노력이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에 의해 펼쳐지고 있다. 향토기업인 뮤지컬 제작사 <주>하람컴퍼니는 지난달 1일 김천문화회관에서 열린 자신들이 제작한 뮤지컬 '괘방령' 초연에서 관객의 갈채를 받았다. 김천시 대항면에 위치해 경북과 충북을 잇는 고갯길(지방도 906호선) 괘방령은 조선조 과거 길에 오른 영남 유생들이 넘나들던 유서 깊은 길이다.

과거 급제자 이름을 고갯길 어디쯤 써 붙인(걸掛, 붙일榜) 데서 명명돼 전래 된 괘방령(掛榜嶺)은 입신양명을 꿈꾸는 유생들에겐 '희망의 길'이었던 셈이다. 반면 인근의 '추풍령'은 괘방령과는 상반된 속설을 지녔다. 교통 요충지 추풍령(秋風嶺)이지만, 이 고개를 넘어간 유생들은 과거에서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는 것이다. 유생들이 추풍령 지름길을 두고 괘방령을 넘어 북상한 이유다.

앞서 김천시는 괘방령을 '장원급제길'로 조성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수험생과 그 가족들이 찾게 하는 등 관광상품으로서의 상품성을 가늠해 왔다. 괘방령 속설을 바탕에 둔 창작 뮤지컬 '괘방령' 도 그 일환이다.

이슬 하람컴퍼니 대표는 "뮤지컬 제작자로서 김천만의 이야기를 작품화하는 게 꿈이었다. 앞으로도 시민들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을 꾸준히 만들 계획"이라며 "이번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했고, 지역 초등생 가운데 아역 배우들을 선발해 무대를 경험하게 하는 등 학생들 예술교육도 병행했다"고 밝혔다.

2019년 하람컴퍼니가 발표한 뮤지컬 '인현왕후'도 김천 청암사에 간직된 조선 19대 임금 숙종의 계비 인현왕후의 이야기를 작품화한 것이다. 인현왕후는 지아비 숙종의 사랑을 장옥정(장희빈)에게 빼앗긴 데다, 자신이 속한 서인(西人)이 남인(南人)과의 정쟁(기사환국·己巳換局)에서 패하는 등으로 폐위됐다. 이후 1694년 갑술옥사(甲戌獄事)를 거쳐 복위되기까지 3년여 동안 청암사에 머무는 등 연적(戀敵) 장희빈 못잖게 드라마틱한 삶의 궤적을 보였다. 여기에는 흥행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따른다.

이 대표는 "뮤지컬 '인현왕후'에는 숙종과 나라(조선)의 안녕을 기원하고, 가뭄과 역병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위로하며 복위의 꿈을 실현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며 "청암사를 중심으로 인현왕후의 일대기를 재조명하는 한편 김천과 함께한 (그녀의) 희로애락을 웅장한 멜로디와 화려한 무대로 표현했다. 국내 뮤지컬계의 주목받는 젊은 예술가들이 일궈낸 역작"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 같은 노력이 지역의 문화적 역량을 한층 더 숙성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천시 관계자는 "뮤지컬 '인현왕후'는 지역문화상품으로서의 충분한 가치를 지닌 만큼 정기공연을 통해 보다 많은 관객이 관람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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