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갤러리 대구, 12월30일까지 김택상 작가 초대전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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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17   |  발행일 2021-11-18 제16면   |  수정 2021-11-1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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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상의 '淡'전이 열리는 리안갤러리 대구 전시 모습. <리안갤러리 제공>

색면 캔버스 앞에서 마주치는 어질어질한 느낌. 눈을 부릅뜬 채 자세히 살펴보면 색에 빨려 들어갈 듯하다.

리안갤러리 대구가 오는 12월30일까지 김택상 초대전 '담(淡·Daam)'을 연다.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이번 전시에서 김택상은 물과 바람, 시간 속에서 빛과 색으로 빚은 추상회화 25점을 선보인다.

김택상은 붓을 사용하지 않고 물에 색채를 풀어 자신만의 색을 구현하는 작가다. 아크릴 안료를 풀은 물속에 캔버스 천을 2~3일 둔 다음 안료 속에 있던 접착제가 물에 녹으면 입자만 천 위에 착색된다. 이때 착색된 캔버스를 물에서 꺼내 말린 뒤, 다시 아크릴 안료를 풀은 물에 작품을 담그고, 꺼내서 말리는 과정을 20~30회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캔버스 위에 반복한 만큼의 입자층이 생기게 된다. 물에 안료의 색이 묽어지며 채도가 상당히 떨어지는데도 모노톤으로 중첩된 층과 층 사이 생긴 공간감 때문에 밋밋한 색면은 입체적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색 자체가 발광하는 듯이 보이면서 신비스러운 후광이 나타난다.

물에 녹은 안료가 캔버스 천에 착상하지만, 입자와 입자 사이 채워진 물이 증발하면서 침전 흔적이 남아 광택 같은 게 생기는데, 이것이 일종의 '물광효과'다. 맑고 투명한 색채가 서로 배어들고 번져나가며 자기들끼리 조화롭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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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상 '淡'

이번 전시 타이틀 '담(淡)'은 물을 뜻하는 부수에 불꽃의 의미가 담겼다. 불꽃이 타서 재가 되고, 재가 물에 섞여 있는 상태다. 작가에게 물은 농담과 채도를 조정하는 수단 그 이상이다. 물로 통제된 색조의 농담은 반복된 공정으로 생긴 반투명한 층위들의 경계를 이루며 발색효과를 풍부하게 한다.

김택상은 러시아 추상회화의 선구자 말레비치부터 로버트 라이먼까지 이어진 모노크롬 회화적 전통과 무관하지 않게 작업을 해왔다. 작품을 손으로 칠하거나 뿌리기보다는 도구를 사용해 제작한다는데서 모노크롬적이다. 하지만 미술 사조와 그 흐름의 맥락을 따져보면 전혀 모노크롬과 상관이 없어 보인다.

그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랐다. 자연의 색에 매료되어 색으로 감각의 세계를 구축했고, 그 감각에 새겨진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펼쳐왔다. 중앙대 미대와 홍익대 미대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김택상은 청주대 미대 교수를 하다 재작년 명퇴해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90년대 후반 블루와 엘로우, 2000년대 레드시리즈를 선보인 바 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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