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의 소소한 패션 히스토리] 패션과 건축...神에게 조금 더 가까이…모자도 첨탑처럼 치솟아

  • 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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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6   |  발행일 2021-11-26 제37면   |  수정 2021-11-2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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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 원추형의 에넹. <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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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트르담 성당의 첨탑. <출처: 위키백과>

위드 코로나로 접어들면서 해외 여행업체의 광고를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트래블 버블 국가를 넘어서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유럽 여행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유럽 여행에서 볼거리로 오래된 성당과 같은 건축물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건축을 포함한 거의 모든 디자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능과 효율성, 그리고 예술성과 시대적 감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해체주의 건축으로 대표되는 프랑크 게리의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관광객을 이끌어 쇠퇴하는 작은 도시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그 건축의 예술성은 인간의 감성과 가장 가까운 디자인인 패션에도 통용되어 루이비통 메종 서울 건물의 유려한 선은 전통적인 틀을 깨고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하는 패션브랜드의 가치를 보여주는 듯하다.

많은 디자인 분야 중 건축과 패션은 주변 생활 속 어디서나 볼 수 있고 그 시대와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감성을 나타내고 있다. 건축은 사람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 활동할 수 있는 큰 규모로 지어지고 조각이나 형태 등을 통해 직접적인 상징성을 나타내는 반면, 패션은 사람에게 직접 착용되어 착용자의 개성, 사회적 통용성, TPO(시간· 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 등 보다 많은 요소들을 고려하여 한 시대의 가치와 감성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하다 보니 패션은 건축보다 예술적 표현의 범위는 제한되지만 건축과 패션은 사회적·문화적으로 공통된 표현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국가와 종교의 권력이 강하고 다양성이 인정되기 어려웠던 근대 이전의 시대에는 한 시대, 한 사회 속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사상과 사고의 범위가 다소 제한되었고 그 안에서 예술적 표현과 그것이 접목된 건축과 패션(의상)에서 어느 정도 공통된 표현성으로 나타내고 있다.


건축과 패션, 시대정신 반영
종교가 중심이었던 중세시대
간절한 신앙심 뾰족하게 표현

인간이 중심이던 고대 그리스
인체 아름다움과 조화 중요시
건축서도 비례와 균형 나타나
신전 기둥, 옷 주름처럼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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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 <출처: 위키백과>

현대 건축과 패션의 근간이 된 유럽의 건축과 패션을 살펴보면 기원전 고대 그리스 문명에서 먼저 찾아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 건축물은 도오릭, 이오닉, 코린트 양식으로 흘러가면서 화려하고 섬세한 장식성을 볼 수 있는데 공통적인 것이 높은 기둥에 세로로 긴 홈, 마치 늘어뜨린 원단의 주름과 같은 입체적 결이 있다. 이는 의상에서도 발견되는데 그리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 '트로이'와 '알렉산더'에서 보면 부드러운 하얀 원단이 어깨와 허리에 고정된 튜닉(tunic)과 큰 원단을 신체에 둘러싸 어깨에 핀으로 고정한 히마티온(himation-소크라테스의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럽고 유연한 흐름의 긴 주름은 마치 신전 기둥과 같은 흐름의 조형성을 보여준다.

고대 그리스는 신도 인간이 가질 수 없는 신비한 능력과 위엄은 있으나 인간의 약점을 가지고 때론 실수도 하는 존재로 그린 인간 중심의 인본주의적 관념의 시기였다. 의상에서도 인체의 아름다움을 인지하고 그 형태를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나타내고자 부드러운 원단으로 단순하게 감싸고 고정하는 방식으로 발달하였고 건축에서 또한 인간의 모습과 유사한 비례와 균형을 지닌 건축물로 완성되었다. 이 안에서 세부적으로 도오릭과 이오닉 양식을 비교해보면 도오릭 건축인 파르테논 신전은 세로 홈이 파인 모습이 단순하고 힘찬 느낌으로 도오릭 의상 또한 굵은 주름이 보이면서 어깨와 허리를 단순하게 고정한 스타일이었다. 반면 이오닉 양식의 신전은 건축 기둥과 홈이 가늘고 소용돌이 모양의(마치 양머리 모양으로 말린 수건 같은) 화려하고 섬세한 장식으로 이는 동일 시대의 의상인 이오닉 튜닉에서도 신체가 비칠 듯한 얇은 원단과 어깨에서 팔로 내려오는 섬세한 고정 부분으로 보다 가늘고 은은한 주름과 장식미의 스타일로 보여주면서 그 시대 건축과 동일한 맥락으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인본주의적 고대 그리스 이후 로마를 넘어 이후 1천년 이상 종교 중심의 중세시대가 도래하면서 그리스 문화와 로마제국의 정치, 기독교 사상이 융합된 4세기 이후 비잔틴 문화권, 서방 기독교가 중심이 된 10세기 이후 로마네스크 문화, 그리고 종교와 교황권이 쇠퇴하게 된 중세 말 12~15세기 고딕 시대로 가면서 시대의 중심축은 종교로 이동하게 되었다. 특히 중세를 대표하는 고딕 시대의 건축양식은 하늘로 향하는 듯한 수직적인 높은 첨탑이 대표적으로 이는 고딕 양식이 가미된 로마네스크 건물인 대구 중구의 계산성당과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건축물이 뾰족하게 위로 올라간 첨탑뿐 아니라 둥근 아치가 아닌 가운데가 뾰족하게 위로 올라가는 아치는 천상의 신에게 다가가고 싶어하는 간절한 신앙심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시대적·예술적 가치는 의상에서도 연결되어 긴 원뿔 모양 등 하늘로 치솟는 형태의 장식인 에넹(hennin)과 앞끝이 뾰족하게 긴 신발로 종교적 이념이 표현되었다. 이 시기에는 종교적 엄격함으로 의상은 신체를 가리고, 종교적 신념으로 신 앞에서 인체를 부각시키지 않는 날씬한 실루엣의 의상 형태였다. 종교적 이념과 인간의 장식적 욕망은 혼합되어 의상의 날씬한 형태에 반해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머리 장식이 발달하였는데 이는 시대적 양식과 더불어 현대의 미사보와 같이 머리를 베일로 가리는 장식과 과장되게 확장한 장식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또한 성당 내부의 스테인드 글라스의 다채로운 색감은 의상 안의 색조합으로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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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고대 그리스와 중세 시대의 건축과 패션은 인본주의와 종교적 신념이라는 각기 다른 시대적·문화적·예술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반영되어 한 시대 사람들의 사고와 일상을 이끌었다. 이 두 시대의 건축과 패션은 현대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현대적으로 재해석되고 건축적 조형성은 패션과 상호교류하면서 재창조되고 있다.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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