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희 변호사의 청년과 커피 한잔] 새로운 양상의 젠더갈등…'퐁퐁단' '설거지론'이 뭐길래…온라인서 과열되는 '男女 혐오'

  • 조상희 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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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6   |  발행일 2021-11-26 제38면   |  수정 2021-11-26 09:10
"연애경험 없는 전문직 남성, 연애경험 많은 여성과 결혼 후 경제권도 맡겨
남성 조롱하는 신조어, 커뮤니티 등서 남발…일부 청년 공감 얻으며 화제
군대·임신 인한 경력단절, 사회 불안정한 요소 커지며 '젠더 갈등' 부추겨
논리적 오류 가진 막무가내식 대립보다 건강한 갈등통해 성숙해지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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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퐁단' '퐁퐁이' '퐁퐁시티'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 언론이나 인터넷 등에서 이미 단어를 접해본 독자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무슨 단어지라면 추측을 하고 있을 독자도 있을 것인다. 그런데 이 단어들이 최근 청년들, 특히 남자들 사이에서 엄청난 화젯거리가 되었다. 과연 퐁퐁단, 퐁퐁이, 퐁퐁시티는 무슨 의미일까?

필자가 처음 단어를 접하였을 때 두 가지 정도의 의미가 떠올랐다. 첫째는 '스카이콩콩'처럼 폴짝 폴짝 뛰는 느낌의 의태어 '퐁·퐁', 그래서 하늘이나 도심을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을 의미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하나는 과거 설거지를 할 때 사용하는 주방세제의 대명사인 '퐁퐁'에서 차용한 단어라면 설거지를 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필자 역시 위 단어들이 왜 청년들 사이에서 화젯거리가 되었는지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검색을 해보니 필자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의미가 담겨 있는 신조어였다. 퐁퐁단이란 설거지를 하는 배우자들, 특히 남성을 조롱하는 신조어다. 퐁퐁이는 퐁퐁단에 소속된 사람을 의미하며 퐁퐁시티란 퐁퐁단이 많이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도시를 의미하는 단어다. 표면적으로 단어가 가지고 있는 느낌과 조금 차이가 있어 보이는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퐁퐁단이 가지고 있는 그 내면의 의미이다. 그 내면의 의미의 중심에는 바로 '설거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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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희 법률사무소 대표

일반적으로 설거지의 사전적 의미는 '먹고 난 뒤의 그릇을 씻어 정리하는 일'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설거지가 최근 다른 의미로 청년들 사이에서 이슈화가 되었다. 바로 설거지론이다. 설거지론이란 '학창시절에 공부 및 스펙 등의 이유로 연애경험이 없거나 극히 적지만 이후 대기업이나 전문직 등으로 경제력을 갖춘 남성이 학창시절에 수많은 남성을 만나본 경험이 있는 여성과 결혼을 하여 경제권 등을 여성에게 맡기고 사는 것'을 설거지에 비유한 내용이다. 즉 여성의 복잡한 과거 이력에 관하여 경제력을 가진 남성이 '설거지'를 통해 과거 이력을 깨끗이 씻어 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이러한 내용이 굉장히 거북할 수 있을 것이지만 주목할 점은 이런 내용에 관해 일부 젊은 남성 청년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위 신조어들의 등장은 결코 단순히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는 앞으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청년들의 생각 속에서 등장한 단어인데 위 단어들의 공통된 이념의 징표는 '젠더갈등'이다. 즉 남녀 사이의 갈등에서 등장한 것이다.

과거 젠더갈등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논쟁은 '군대'와 '임신'이었다.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부여하면서 병역법에 따라 '18세 이상의 남성'에 한해서만 징집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전 칼럼에서도 이야기 한 바와 같이 군대가 가지고 오는 특수성으로 인해 '18세 이상의 남성'만이 가지는 특유의 부조리를 몸소 겪을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여성의 신체적 특성으로 인하여 등장하는 주제가 '임신'이다. 임신으로 인한 감내의 시간과 출산의 고통 그리고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요소들·경력단절 등이 젠더갈등의 이슈화를 만들어갔다.

그런데 최근 젠더갈등의 이슈화는 이러한 군대와 임신의 논쟁에서 더욱 벗어나버렸다.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발달하면서 남성과 여성의 세력화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담론이 형성되다보니 사회 전반적인 이슈를 몰고 다녔다. 그러면서 커뮤니티 간에 젠더에 대한 논리적 대응이 아닌 논리적 오류를 통한 대응으로 갈등이 고조화가 되었고, 2016년도 5월경에 발생한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은 젠더갈등의 화약고에 폭탄을 던지는 시초가 되었다. 이후 페미니스트 운동, 일간베스트 사태, 메갈리아 및 워마드 사태, 미투사건, 알페스 공론화 사건 등등 다양한 젠더갈등이 등장했고 최근 젠더갈등의 새로운 양상으로 '설거지론'과 '퐁퐁단'이등장한 것이다.

전통사회에서 갈등은 나쁜 것으로 평가받았으나 현대 사회에서는 사회적 성장 과정에서 등장하는 현상으로 평가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갈등에 관해 연구하고 분석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그리고 그 갈등의 전제는 '건강한 갈등', 즉 논리적 요소를 수반해야 한다. 하지만 앞서 청년들에게 등장하고 있는 '젠더갈등'은 건강하지 못한 갈등, 즉 논리적 요소들을 수반하지 않은 '논리적 오류'를 가지고 있는 갈등으로 치닫고 있어서 문제시된다. 더욱이 이러한 문제가 앞으로 우리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이끌어나가야 할 청년들의 사고 속에서 등장했다는 점은 더욱 문제가 된다. 따라서 하루빨리 막무가내식 젠더갈등이 종착되고 건전하고 건강한 젠더갈등을 토대로 우리 사회가 한 발짝 더 성숙하길 기대해본다.

조상희 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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