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대구경북, 상생을 넘어 '더 큰 대구경북'으로

  • 이재훈 아이스퀘어벤처스 대표
  • |
  • 입력 2021-11-26   |  발행일 2021-11-26 제22면   |  수정 2021-11-26 07:14
균형 통한 상생 선순환 위해
공정경쟁·신뢰 요건 갖춰야
합의한 규칙은 철저히 준수
이해관계 충돌 땐 양보 필수
시·도 각 경쟁력 확보도 중요

2021112301000740000029141
이재훈 아이스퀘어벤처스 대표

1981년 대구가 직할시로 독립하면서 대구와 경북은 두 지자체로 분리되었다. 수도권 집중화와 인구감소 등으로 지방소멸이 가시화되고 있어 뿌리가 같은 대구경북은 더 이상 '상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물론 2006년부터 대구와 경북은 전국 최초로 지자체 간 자생적 상생협력기구인 '대구경북 경제통합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며 한 걸음씩 동행해왔다. 2018년 권영진 시장과 이철우 도지사의 대구경북 한뿌리 공동선언문 채택, 시도의회의 '대구경북 한뿌리상생위원회' 조례 제정, 2019년 시도 간 간부 공무원 인사교류를 비롯해 시급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관광분야에도 협력해왔다. 그럼에도 1% 부족으로 지역민들은 상생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본래 상생이란 음양오행설 가운데 자연을 구성하는 오행(五行)의 관계를 설명하는 말이다.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등이 차례대로 앞의 것이 뒤의 것을 생(生)한다는 의미다. 즉 상대를 북돋아주는 플러스(+)적 관계다. 상생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오행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지나치게 많거나 적으면 상생의 수레바퀴가 더는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버린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균형'이 상생을 완성한다. 상생의 편익을 일부 지역만 누리고 희생은 타지역으로 넘긴다면 결과는 파국이다. 대구경북 역시 한쪽에만 무게 중심이 기울어서는 안 된다.

균형을 통한 상생의 선순환을 가능케 하는 두 가지 필요조건은 '공정경쟁' 게임 규칙과 '신뢰'다. 합의한 규칙은 철저하게 준수해야 하며, 윤활유인 신뢰는 행위자들 간 감시와 통제 비용을 줄이는 사회적 자본의 핵심이다. 특히 신뢰는 오랜 세월 빈번한 상호작용을 통하여 좋은 성과를 얻을 때, 서서히 축적된다. 두 가지에 더하여 충분조건은 '역량'이다. 이때 각자의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 대구경북이 수도권과의 경쟁을 넘어 글로벌 경쟁에서도 강점을 가진 차별화된 역량을 구축해야만 상생의 동력은 이어진다.

상생의 필요충분조건들을 충족하기 위한 첫 번째 전략은 '스마트 특성화'로, 지역의 특화자원과 혁신역량을 활용하는 지역기반 산업육성이다. 홍콩과 중국 광둥성이 세계시장을 향한 전시장과 제품생산의 배후공장으로 특화해 상생하듯, 대구경북도 각자 경쟁력을 지닌 분야에 특화하여 상호보완과 협력해야 한다. 다음은 '양보' 전략이다. 양 지역 간 이해가 충돌할 경우 일정한 양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구조적으로 대구는 교육, 주거, 문화 등과 같은 정주 환경이 경북에 비해, 경북은 일자리와 자연환경, 전통문화 등이 대구에 비해 우위에 있다. 대부분의 젊은 인력들은 자녀교육 등의 이유로 대구를 합리적으로 선호한다. 하지만 '합리적 선택'만을 고집하면 상생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상대적 비교우위 차원에서 서로 양보하여야만 한다. 마지막은 팃포탯(tit for tat) 전략이다. 이는 '상대가 치면 나도 가볍게 친다'는 의미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같은 맞대응 전략이다. 처음에는 협력하고, 그 이후에는 상대방이 바로 직전에 취한 전략에 똑같이 반응하는 것이다. 대구경북 역시 합의를 벗어나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 가차 없이 맞불을 놓아 다시는 반칙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음양오행에서는 상생과 상극이 잘 균형을 유지하면서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가르친다. 즉 '상생 속에 상극이 있고, 상극 속에 상생이 있다.' 따라서 대구와 경북 간에도 상생만 있어서는 더 큰 발전이 없다. 때로는 파문을 던지거나, 반대해 정지시키는 힘, 즉 상극이 필요하므로 상생과 상극의 균형이 잘 유지되어야만 발전과 도약이 가능하다.
이재훈 <아이스퀘어벤처스 대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