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비수도권 票의 힘으로 '分權(분권) 개헌'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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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6   |  발행일 2021-11-26 제23면   |  수정 2021-11-2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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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반전을 노리던 홍준표 의원이 'TK 5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TK GRDP 20년째 전국 꼴찌'라고 말한 게 논란이 된 적 있다. 이게 팩트체크 대상에 올랐다. 물론 거짓이다. '대구 1인당 지역내 총생산 전국 꼴찌'가 맞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GRDP는 일정 지역내 생산된 모든 최종재화와 서비스의 합을 나타낸다. 경제 규모를 파악하는 유용한 지표다. 지난 20년간 대구는 17대 시·도 중 10~11위, 경북은 4~5위다. 이를 인구수로 나눈 게 '1인당 지역내 총생산'이다. 대구의 1인당 지역내 총생산은 홍 의원의 말처럼 20년이 아니라 30년 가까이 꼴찌다. 전국 평균의 64% 수준이다. 두 지표 사이의 차는 왜 생겼고 뭘 의미하나. 고부가가치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결과이고, 생산활동이 없는 인구가 많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진단하면 '대구엔 고부가가치 창출 대기업이 없다'이다. 실제 전국 100대 기업에 대구 기업은 단 한 개도 없다. 경북은 겉보기엔 괜찮다. 20년 동안 1인당 GRDP가 시·도 중 4~6위, 2019년에는 전국 평균보다 7% 포인트 높다. 속을 들여다보면 대구와 다를 바 없다. 1인당 소득 전국 꼴찌, 1인당 민간 소비 13위다.

10명의 대통령 중 5명을 배출하고 이들이 무려 40년을 집권했지만, 대구경북은 발전의 동력을 잃고 있다. 내년 상반기가 중요하다. 대한민국과 대구경북의 리더십을 한꺼번에 순차적으로 선택한다. 선거는 새 시작의 설렘을 준다. 없던 희망도 작심케 한다. 그래서 또 꿈을 꾼다. 꿈은 선거에서 공약으로 발현된다. 최근 대구시와 경북도가 발표한 대선 공약과 경선 과정에서 나온 후보들의 TK공약에 대한 평가는 추후 일견키로 하자. 여기서는 '비수도권 공동 공약' 하나 제안하고자 한다.

균형발전과 분권이란 담론의 결론적 액션 플랜은 '지방분권 개헌'이다. 지역마다 자기 밥그릇 조금씩 더 챙긴다고 당면한 지방 문제는 절대 해결 못 한다. 지방이 SOC와 인프라 확충 경쟁에 매몰되면 중앙정치와 지방 기득권의 악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유용한 솔루션은 대학과 기업에 있다.

미국 10대 명문대 소재지를 보자. 1위 프린스턴(뉴저지 소재)을 비롯 컬럼비아(뉴욕)·하버드(매사추세츠)·매사추세츠공대·예일(코네티컷)·스탠퍼드(캘리포니아)·시카고·펜실베이니아 ·캘리포니아 공대·듀크(노스캐롤라이나)·존스 홉킨스(메릴랜드) 모두 전국에 산재해 있다. 각자의 커뮤니티에서 기업 성장과 기술 혁신, 인재 배출의 시너지를 낸다. 우리의 대학과 기업은 수도권에 빼곡히 모여있다. 인구의 절반이 1/10의 땅에 밀집해 그들만의 리그로 그들만의 행복을 놓고 싸운다.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생존경쟁이다.

대학과 기업의 위치가 왜 중요한가. 우리가 안고 있는 태반의 부조리와 연관 있다. 부동산·집값·육아·저출산·교통난·과중한 교육비·취업난과 구인난·일자리·지방소멸 위기·인구집중·성장동력 상실 등 제 문제를 푸는 게임체인저가 그곳에 있다. 영남일보가 지역 언론 중 유일하게 운영하는 '지역공약정책발굴기획단'의 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이 바라는 대구경북의 미래 핵심 키워드는 '일자리'다. '일자리'는 바로 기업과 대학의 기능이 겹치는 영역의 일이다.

기업과 대학의 분산을 제한적·일시적으로라도 강제·유인하는 혁신적 지방분권 개헌은 가능할까. 초헌법적인가. 비민주적인가. 분명한 것은 대학과 기업을 지금처럼 두면 지방 문제는 백약이 무효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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