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나도 내고 싶다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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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6   |  발행일 2021-11-26 제23면   |  수정 2021-11-26 07:10

동냥하던 거지가 불난 집을 보고 아들 거지에게 "우리는 집이 없어 화재 걱정은 없다"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떠오르는 요즘이다. 수십억 원대의 집을 소유하거나 아파트 여러 채를 가진 사람들에게 날아든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때문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정부는 국민의 2%만 종부세 부과 대상에 해당한다고 발표했지만, 국민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사뭇 다른 것도 한몫한다. 물론 집 없는 사람이나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수도권 국민은 강 건너 불구경만 하는 꼴이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히자 골프 동호인들이 국내 골프장으로 몰리면서 비수기인 겨울에도 예약은 여전히 어렵고 천정부지로 치솟은 이용료도 내릴 줄 모른다는 불만이 가득하다. 특히 시중 가격의 몇 배에 이르는 음식값이나 시설 이용료는 대중화한 골프라는 스포츠의 이미지를 크게 나쁘게 만든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상당수 국민은 "그렇게 비싸면 안치면 되지 않느냐"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종부세든 골프장 이용료든 국민이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모두 갑질의 하나라는 주장도 있다. 국민이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의무지만 종부세는 징벌적 세금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저항도 크다는 이 주장은 "고액 주택 소유주는 90%의 국민에 비해 비싼 집에 사니 세금 좀 더 내라"는 식이어서 공감을 얻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세금부과의 칼자루를 쥔 정부가 갑이고 납세자는 을의 처지다. 이는 바가지요금으로 횡포에 가까운 운영을 하는 골프장도 마찬가지로 고객을 '호구'로 보는 갑질의 하나라는 것이다.

하지만 종부세나 턱없이 비싼 골프장 이용료와 관계없는 무주택자나 서민은 "나도 종부세 좀 내고 싶다"라고 비아냥거린다. 물론 골프도 형편이 허락하면 즐기고 싶다고 한다. 이들은 종부세는 자산을 가지고 있기만 했는데 집값이 올라 얻은 불로소득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는 견해다. 종부세가 무서우면 보유한 여러 채의 집을 팔면 될 터인데 그러지 않는 행태도 이해 못 할 처사다. 이래저래 종부세는 국민 분열만 시키고 있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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