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교통편 때문에" 2030세대 떠나고 노인들 덩그러니

  • 정지윤,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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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01 07:24  |  수정 2021-12-01 07:30  |  발행일 2021-12-01 제5면
[수요기획] 대구 서·남구 인구감소지역 지정 <상>
전출인원 매년 증가…작년엔 서구 1만1999명·남구 1만2568명
대부분 젊은세대…현추세 지속땐 2030년 서구 노령화지수 770%
학원·지하철역 등 관련 인프라 확대해 인구유출 차단이 우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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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2017년까지 대구 남구 대명1동에 거주한 박종옥(35)씨는 2017년 달서구 이곡2동으로 이사했다. 이동의 주된 이유는 '직장' '자녀' 때문이다. 경북 군위에 직장을 두고 있는 박씨는 출퇴근을 위해 고속도로 인근에 자리를 잡았다. 또 자녀들을 키우기 위한 환경, 주변 상가시설 등의 인프라도 고려의 대상이 됐다. 박씨는 "남구의 경우 불과 몇 년 전까지 오래된 빌라, 주택 위주라 낙후된 느낌이 강한 편이었다"면서 "남구로 돌아갈 생각은 따로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직장인 이현동(36)씨는 지난달 대구 서구 내당동에서 수성구 범어동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교통, 마트 등 정주 인프라가 서구보다 좋다는 게 이동을 결심하게 된 이유였다. 그는 "서구에 거주하는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수성구에 거주해보니 교통편이 우수하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면서 "다시 서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향후 서구의 정주 여건이 괜찮아지면 집값 등을 비교해 이사를 고려해볼 수 있다"라고 했다.

#장호영(가명·46)씨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대구 남구 봉덕동에 위치한 회사를 다니고 있다. 원래 남구에 살았던 장씨는 2011년 달서구 상인동으로 이사했다. 자녀 교육 등 인프라를 고려한 선택이었다. 달서구의 경우 남구보다 학원가 형성이 잘돼 있다는 게 이사를 결심한 이유였다. 장씨는 "남구의 경우 노인 인구가 많고, 구도심이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면이 있다"면서 "남구에도 인프라가 구축되면 다시 돌아갈 의사도 있다"고 했다.

#허모(51)씨는 2003년 대구 서구에서 수성구 시지로 이사를 했다. 자녀들의 교육 때문이었다. 자녀들이 고교를 졸업한 뒤에도 수성구를 떠나지 않고 있다. 허씨는 "서구로 이사를 가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 없다"면서 "서구에는 도시철도가 없어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학교 및 학원도 부족해 힘들었다"고 말했다.

◆ 젊은 층 떠나

대구 서구와 남구의 경우 전출 인원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서구청에 따르면, 2017년 서구를 떠난 인원은 1만4천84명, 2018년 1만3천375명, 2019년 1만4천5명, 2020년 1만1천999명이다. 남구의 경우 2017년 1만2천405명, 2018년 1만2천270명, 2019년 1만2천166명, 2020년 1만2천568명이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이동이 두드러진다. 서구와 남구 모두 2030세대 전출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서구를 떠난 2030세대는 9천545명으로 전체 전출 인구(2만4천344명)의 40%를 차지했다. 지난해 남구를 떠난 젊은 층은 1만920명으로 전체 전출 인구의 45%에 달했다.

젊은 세대가 서구와 남구를 떠나면서 노인 인구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2020 대구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대구지역 8개 구·군 중 노인 인구 비중은 남구가 23.3%로 가장 높았다. 서구가 22.6%로 그 다음이었다. 노령화 지수도 서구와 남구가 다른 구·군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령화지수란 15세 미만의 유소년 인구에 대한 65세 이상의 노령인구의 비율을 말한다. 지난해 기준 서구는 298.2%, 남구는 314.3%의 노령화지수를 나타냈다.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0년 서구의 노령화지수는 77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달서구로 이동 많아

대구 서구와 남구를 떠난 시민 상당수는 '달서구'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구에서 3천967명이 달서구로 이동했다. 이는 서구에서 대구지역 다른 구·군으로 이동한 1만1천999명의 33%를 차지하는 수치다. 2019년 5천313명, 2018년 4천589명, 2017년 4천103명이 서구에서 달서구로 이동했다.

남구 역시 달서구로의 이동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4천41명이 남구에서 달서구로 이동했다. 남구에서 다른 구·군으로 이동한 1만2천568명 중 32%에 달한다. 2019년 4천668명, 2018년 4천251명, 2017년 3천930명으로 남구에서 달서구로 이동하는 인원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서구와 남구에서 달서구로 이동하는 이유는 주로 '교육' '교통' 등 인프라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대구에 등록된 학원 수는 총 4천283개이다. 이 가운데 서구는 145개, 남구는 122개로 8개 구·군 중 가장 적었다. 달서구는 1천95개로 8개 구·군 중 수성구 다음으로 학원 수가 많았다. 서구, 남구와 비교 시 각각 7.6배, 9배에 이른다.

대중교통에서도 서구와 남구가 열악하다. 대구도시철도 1~3호선 역 보유 수(주소지 기준)를 보면 서구는 4곳, 남구는 8곳이다. 달서구의 경우 두류, 죽전, 월배 등 주요 노선이 지나고 있으며 총 14곳을 보유하고 있다.

서구와 남구의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선 젊은 층 유입이 필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구 유입의 핵심은 젊은 사람이 들어와야 하는 것이다. 서구와 남구에서 인구가 빠져나가는 걸 분석하기 위해선 왜 그들이 수성구, 달서구 등으로 가는지 분석하면 쉬워진다"면서 "교통, 문화생활 등 젊은 층이 관심 가질만한 인프라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 지역에 대한 특성화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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