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우의 나의 기타이야기] '통기타의 명품' 마틴기타와 테일러기타

  • 김혜우 싱어송라이터
  • |
  • 입력 2021-12-03   |  발행일 2021-12-03 제37면   |  수정 2021-12-03 08:21

2021120301000000900035412
김광석이 애장했고 그가 죽은 후에 마틴사에서 그의 사인을 플렛에 새겨 커스텀 모델로 만들어진 마틴 M-36.

13세기경부터 인류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치며 발전을 거듭해온 기타는 20세기에 들어 포크음악의 유행과 함께 황금기를 맞이하며 수많은 제조사와 브랜드가 생겨났다. 20세기 이전까지는 대중음악 시장이 성숙되지 않았기에 기타의 보급률은 별로 높지 않았다. 오늘은 현존하는 브랜드 중 통기타(Acoustic Guitar)의 표준으로 불리는 마틴 기타와 몇 가지 명품브랜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현재 약 190년의 역사를 가진 마틴 기타는 1833년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Christian Frederick Martin Sr'에 의해 창립되었다. 그는 1796년 1월31일 독일의 마트 뉴커션에서 태어났다. 마트 뉴커션은 기타와 바이올린 제작의 역사를 가진 도시인데 마틴은 어릴 때부터 기술을 익혔다. 그는 15세에 당시 유명한 기타 제조업자인 요한 스타우퍼의 제자가 되기 위해 비엔나로 갔고 곧 그의 수제자가 되었다. 이후 그는 고향인 독일 마르크 노이 킬 헨으로 돌아와 자신의 가게를 열었다. 그러나 당시 그 지역에서는 가구 제조업 조합과 바이올린 제조업 조합이 기타 제작의 권리를 놓고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마틴을 포함한 기타 제조업자들은 가구 제조업 조합에 속해 있었다. 두 조합 간의 대립 속에 마틴은 미국 이민을 결심하게 되었고 결국 그는 1833년 뉴욕으로 떠났다. 그는 뉴욕의 허드슨 스트리트에서 손수 만든 몇 대의 기타와 다양한 악기까지 파는 공방 겸 판매점을 열었고 마틴 기타의 역사는 그곳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시기 마틴의 '헤드 디자인'이 만들어졌는데 거기에 새겨진 'C.F.Martin EST. 1833'이라는 문구는 오늘날까지 마틴 기타의 상징이자 자존심이 되었다.

1850년대에는 앞판에 혁신적인 모양의 'X-브레이싱'이 장착된 모델을 개발했다. '브레이싱(Bracing)'이란 기타의 상판과 하판에 여러 종류의 굵기의 부목을 다양한 각도로 부착해 다양한 질감의 공명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오늘날 전 세계 통기타의 표준화가 된 이 X-브레이싱 구조는 큰 음량과 맑은 울림을 내었으며 세계 최초로 스틸 스트링(쇠줄) 사용이 가능한 설계였다.

1920년대에는 14프렛 넥과 현대 기타의 표준이 된 D보디(드레드넛 보디)와 OM보디를 개발했다. 14프렛 넥은 1929년 말에 개발되었는데 이전 기타는 대부분 12프렛 넥이었다. 14프렛 넥의 개발은 성공적이었고 이후 전 세계 기타 산업의 표준이 되었다. 1931년 출시된 D보디 모델은 당시에는 기타를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가수가 적었고 솔로 연주자에게는 베이스가 너무 강해 인기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 포크송이 대중화되면서 D보디 모델의 판매량이 급증했으며 그 인기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 통기타의 명품 브랜드가 여럿 있지만 만약 나에게 현시대 명품 브랜드의 양대 산맥을 꼽으라면 세계적인 인지도와 보급률 그리고 울림의 명확한 개성으로 볼 때 주저하지 않고 마틴 기타와 테일러 기타를 꼽겠다.

김혜우
김혜우 싱어송라이터

그리고 두 브랜드 못지않은 인지도와 사운드로 유명한 깁슨도 있는데 깁슨은 일렉트릭 기타 브랜드에서도 펜더기타와 함께 금세기 양대 명품브랜드다. 그리고 앞의 3대 브랜드 외에도 생산량은 적지만 라리비, 브리드러브, 굿 얼, 산타 크루즈, 콜링스, 레이크 우드, 올슨 등도 하이엔드 통기타에 속한다.

내가 소위 명품브랜드를 처음으로 가져 본 것은 군에서 갓 제대를 했을 무렵이었다. 당시 일본에서 오랫동안 큰 사업을 하던 당숙이 계셨는데 자식이 없었던 당숙께서는 종손인 나를 무척 아껴주셨고 내가 기타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서 '마틴 D-28'을 사 가지고 오셨다. 2년 뒤 난 불행하게도 그 기타를 도둑맞았다. 요즘은 400만원 조금 넘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큰 값어치의 기타였다.

다음 회부터는 나와 기타에 얽힌 사연들과 몇 년간 중고 기타 거래를 하면서 느꼈던 기타의 목재와 모양에 따른 소리의 특징들을 주관적 관점에서 다뤄 보고자 한다.
김혜우 싱어송라이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