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군 "국비 공모사업에 올인" 시장 재건축 재원확보 총력전

  • 남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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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08 07:18  |  수정 2021-12-08 08:41  |  발행일 2021-12-08 제3면
영덕시장, 화마 딛고 최첨단 시장 변신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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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대형화재가 발생한 영덕전통시장이 인근 초등학교 부지 위에 개설된 임시시장에서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 9월4일 오전 3시29분, 경북 영덕군의 영덕전통시장에서 화마가 꿈틀거리더니 삽시간에 시장점포를 집어삼켰다. 오전 5시57분 완전히 진화됐지만, 하필 이날은 장이 열리는 날인 데다 추석을 앞두고 점포마다 추석 대목 물건들이 가득했기 때문에 피해는 생각보다 심했다. 삶의 터전이자 일터인 점포 79곳이 전소됐다. 그나마 천만다행으로 인명피해가 전혀 없었다. 이희진 영덕군수는 현장에 재난대책본부를 차리고 상황수습에 나섰다. 국비 10억원·도비 5억원을 확보해 피해 상인들에게 영업준비금·긴급생계구호비를 지원하는 한편 4천㎡ 규모의 임시시장을 조성해 추석 대목장을 열었다. 류학래 영덕시장상인회장은 "솔직히 이렇게 빨리 임시시장이 개설될지 몰랐다. 추석 대목장으로 생계를 이어 갈 수 있어서 한숨을 돌렸는데 이 모든 것이 영덕군의 빠른 조치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올 9월말 재건축 TF 꾸려 만반의 준비
'컨트롤타워' 전담 추진단 신설 입법예고
이달 중 결정 '도시재생 인정사업' 주목
상인회·번영회와 견해차 해소도 숙제로


◆전국적 도움으로 안정 찾아 가는 중

폐교된 인근 초등학교 부지에 '임시 영덕시장'이 개설된 지도 이제 두 달이 넘었다. 화재피해를 본 상인들은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며, 피해복구와 상인지원에 써달라며 전국에서 12억원이 넘는 성금과 물품들이 영덕군에 모였다.

추석을 앞두고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임시 개설된 시장까지 장을 보러 와 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도 있었다. 영덕군의 유관단체들은 다양한 이벤트로 손님을 대했고 여러 기관단체와 개인들도 물건을 사고 온정까지 건네며 호응했다.

영덕군이 시장 정상화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던 9월 초, 경북도는 영덕시장을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선도할 명품시장으로 재건축하겠다고 지원을 약속했다.

경북도는 생산에서 판매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상품이력제를 구축하고 시장에 상품품질관리연구소를 만들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상품과 디자인 개발에 노력하고 배달시스템도 갖출 계획이다.

또 동해안 700리 길을 따라 이어진 관광·문화를 전통시장에 접목한 시장을 만들고 박물관과 전시관, 아름다운 휴게공간과 지역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구상하고 있다.

◆국비 등 예산확보 통해 사업비 마련

경북도의 재건축 지원 약속에 영덕군도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군은 화재로 소실된 영덕시장의 정밀안전진단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9월 말 재건축을 위한 TF를 꾸려 미리 준비에 나섰다.

재건될 영덕시장은 총면적 2만87㎡에 주차장·점포·복합문화센터가 들어선다. 이를 위해 영덕군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철거공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재건축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0월28일 군의회와 시장 상인회·주민 대표 등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덕시장 재건축 기본용역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이날 보고회에는 재건축 기본 구상안과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 제시 등과 함께 총 350억원의 재건축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경북도의 적극적인 지원에 따라 현재 확보된 예산은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의 일환인 133억원(도비 79억여원·군비 53억여원)으로 아직은 부족하다. 자체 예산이 열악한 영덕군의 유일한 방법은 여러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를 통해 사업비를 마련하는 것이다.

영덕군은 앞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공모사업인 '도시재생 인정사업' '도시재생 뉴딜사업' '전통시장 주차환경개선 사업' '특성화시장 육성사업' 등에서 총 129억원 규모의 국비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달에 결정되는 '도시재생 인정사업'에서도 영덕군에 상당히 긍정적인 신호들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전통시장 주차환경개선사업, 특성화시장 육성사업에 대해서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시장상인회·번영회 입장 조율 필요

재건축사업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시장과 인근 상인들 간의 이견 조정이다.

오래전부터 영덕전통시장은 화재 피해를 직접 본 시장상인회와 시장 주변에 정착 생활 중인 시장번영회로 구분돼 있었다. 그래서 영덕시장 재건축 여부나 방식, 재건축에 따른 점포 이전 등에서 서로의 견해 차이가 분명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영덕군은 이러한 이견이 시장 재건축 자체의 당위성 문제가 아닌 견해 차이인 만큼 충분한 조율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정밀안전진단에서 위험시설로 판정받은 시설물 철거 등 재건축 계획단계부터 주민과 상인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이견을 절충하기 위해 정기적 다자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주민과 상인들의 불편이나 불이익이 없도록 행정 처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더 나아가 영덕군은 지난 12일 영덕시장 재건축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전담 추진단을 신설한다는 조직개편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영덕시장 재건축만을 전문적으로 집중하는 인원 11명이 행정팀, 추진팀, 도시 재생팀을 이뤄 행정처리, 공모사업, 주민합의는 물론 타 부서 지원과 연계사업에 대한 컨트롤타워의 역할까지 수행하게 된다.

조직개편이 '팀'이 아닌 '과' 단위로 규모를 키웠다는 것은 영덕군이 '명품 시장' 건립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한 면이다.

글·사진=남두백기자 dbna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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