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성구 고 2년생의 청원, 경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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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08   |  발행일 2021-12-08 제27면   |  수정 2021-12-08 07:11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고 2년생이 정부의 방역 패스 확대 적용 방침에 반대한다고 지난달 말 올린 국민청원이 청와대의 공식 답변 요건인 20만명을 충족했다. 불과 두 달여 전 청소년 백신 접종을 '자율 선택'에 맡겼던 정부는 충분한 설명도 없이 이를 사실상 '강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 논란을 자초했다. 정부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방역 패스는 백신 접종 증명이 없으면 일상생활을 불편하도록 해 미접종자의 접종을 유도하려는 정책이다. 오미크론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이번 주부터 방역 패스 적용 시설을 크게 늘리고 12~18세 청소년에게도 내년 2월1일부터 방역 패스를 제출하도록 했다. 당장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이자 학습권 침해' '사실상 접종 강요'라는 반발 움직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청원인 A씨는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서 백신 패스가 도입된 것에 대해 그리 달갑지 않은 시선이었고, 개인적으로도 백신 부작용에 대한 불안 때문에 백신 1차조차 아직 못 맞고 있는 상황인데, 왜 이렇게 백신 패스 확대에만 혈안이 돼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정부 방침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연관성이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백신 부작용 사례로 불안해하는 이들의 문제 제기는 당연한 일이다. 전면등교하라면서 학원 출입은 제한한다든지 카페에서 혼자 마시는 것은 허용하면서 스터디카페에서 혼자 공부하면 안 된다는 방역 당국의 오락가락 잣대는 또 뭔가. 당장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는 백신 접종을 꺼리는 청소년들이 학원을 중단하고 개인과외로 돌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부모경제력에 따른 학습격차를 키울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인생이 걸린 학업을 미끼 삼아 부작용을 무릅쓰고 백신을 맞으라며 사실상 강제하는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방역 패스를 확대하려면 청소년 백신 접종의 안전성이나 효과, 실익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또 방역 패스 적용 범위와 시기도 합리적으로 조율하길 바란다. 결코 "여러 나라가 이미 도입했다"는 이유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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