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맞는 일격' 뇌졸중, 추워질수록 더 조심해야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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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21 07:47  |  수정 2021-12-21 07:48  |  발행일 2021-12-21 제16면
겨울기온 3℃ 떨어지면 10% 더 많이 발생…혈관수축해 혈압 높아지기 때문
뇌혈관 막혀 생기는 허혈성·뇌혈관 터져 뇌조직 손상되는 출혈성으로 구분
30~40대에서도 발병…언어장애·반신마비 가능성 있고 심하면 사망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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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인구 6명 중 1명은 일생에 한 번, 국내에서는 5분 만에 1명씩 진단되고 20분 만에 1명씩 사망하고 있는 질환이 있다. 바로 '뇌졸중(뇌경색·뇌출혈)'이다. 이 질환은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이 되면 더 위험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은 상승해 발생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독일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겨울철 기온이 2.9℃ 떨어지면 뇌졸중은 11% 더 많이 생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구·경북에서도 이 질환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 2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대구·경북민이 치료를 받은 질환 중 뇌경색증으로 치료를 받은 일수와 진료비 부담은 가장 높은 수준(입원기준)이다. 대구지역의 경우 뇌경색증으로 인한 1인당 진료비 부담액은 1천478만8천793원으로 가장 높았다. 내원 치료를 받은 일수는 총 59만5천873일로,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에 이어 둘째로 많았다. 경북지역의 경우 뇌경색증으로 인한 내원일수(38만4천817일)와 1인당 진료비 부담(1천64만원가량)이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에 이어 둘째로 많았다.

◆뇌졸중, 30~40대에도 발생할 수 있어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손상이 오고 그에 따른 신경학적 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갑작스럽게 진행하는 국소적 또는 완전한 뇌기능장애가 24시간 이상 지속하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질환으로, 뇌혈관의 병 이외 다른 원인이 없는 경우"라고 뇌졸중을 정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의학의 영향으로 뇌졸중(腦卒中)을 중풍(中風)이라고도 통용되고 있지만 이는 적확한 표현이 아니라는 게 신경외과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영남대병원 김종훈 교수(신경외과)는 "엄밀히 말하자면 중풍(中風)에는 의학적으로 뇌졸중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질환이 많이 포함된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뇌혈관 질환, 중풍 혹은 뇌졸중은 사회적으로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들이라 할 수 있지만 뇌졸중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밝혔다.

뇌졸중은 그 문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뇌가 갑자기 심한 일격을 맞는다'라는 뜻으로, 심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고 반신마비·언어장애 등이 남을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더욱이 이런 뇌졸중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중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또 성인에서 신체적 장애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특히 이러한 신체적 장애는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구성원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뇌졸중의 경우 노인질환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30~40대 등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층에서도 발병하고 있다. 이는 식생활의 변화와 운동 부족으로 인해 뇌졸중의 주요 위험 인자인 비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발생률이 높아졌고 이에 대한 조절이 적절하게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문의들은 분석했다.

◆뇌졸중 예방하려면 만성질환 관리에 신경 써야

뇌졸중은 뇌혈관이 갑자기 막혀서 영양분과 산소가 혈액을 통해 뇌 조직에 공급되지 못해 뇌손상이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져서 생긴 혈종이 뇌조직을 손상시키는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으로 구분된다.

급성 허혈성 뇌졸중의 경우에는 환자의 상태(발병 후 시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도착 당시 환자의 신경학적 증상 등)와 검사 결과(CT·MRI·MRA 등)를 종합한 다음 뇌 손상의 진행 정도와 뇌부종의 동반 정도 등을 고려해 혈전 용해제 투여, 막힌 뇌혈관을 뚫는 혈관내 수술(혈전제거술)을 할 수 있다. 뇌경색 증상 초기 시행 가능한 혈전 용해술은 혈관 내로 혈전 용해제를 넣어 혈관 재개통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증상 후 1시간30분 이내에 혈전 용해제를 투여하면 치료 받지 않은 환자에 비해 장애가 남지 않을 가능성은 3배가량 높아지고, 3시간이 넘어가면 그 가능성은 절반 이하로 낮아진다.

발병 후로부터 6~8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해야만 막힌 뇌혈관을 뚫어주는 혈관내 수술을 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24시간 또는 그 이상도 선택적으로 가능하게 되면서 치료의 적응증(약제나 수술에 의한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것)이 확대되고 결과가 좋아지고 있지만 그 이전에 병원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혈관 내 수술이 불가능하더라도 두개강외(外) 동맥과 두개강내(內) 동맥을 연결해주는 혈관 문합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뇌압항진 조절을 위한 두개골 제거 및 감압술을 시행해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출혈성 뇌졸중 치료에서는 코일 색전술을 비롯한 혈관 내 수술의 발전으로 환자의 치료 성적이 좋아졌고, 앞으로도 여러 가지 의료기술의 발전 및 임상 연구의 결과로 뇌출혈 치료에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허혈성 뇌졸중 분야에서도 혈관 내 수술로 혈전을 제거하는 방법이나 두 개 내외 혈관을 이어주는 혈관문합술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

김종훈 교수는 "뇌졸증의 경우 평소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관리에 힘써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만약 뇌졸중을 치료해야 할 상황이 생길 경우 약물치료에서부터 수술적인 치료가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더해 빠른 재활치료까지 잘 이뤄져야만 좋은 치료 결과와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김종훈 영남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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