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항문질환 원인과 예방…하루 5분 뜨거운 물 좌욕 항문건강 지킨다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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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21 07:48  |  수정 2021-12-21 07:50  |  발행일 2021-12-21 제17면
항문관 압력 높아지면 치핵·치열·치루 유발
고기·가공식품 자제하고, 채소·과일 많이 섭취
항문 주위 농양 생기는 치루, 수술적 치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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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철에 항문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낮은 기온이 항문질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근거는 없지만, 추운 날씨로 항문과 주변이 차가워지면서 혈관이 수축되고 혈액순환이 나빠져 치질이 악화될 수도 있다. 거기다 연말연시 잦은 술자리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계절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나이와 과체중 등도 항문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다.

◆비만·과체중 항문질환 생기기 쉬워

항문관은 주로 항문 바로 위쪽에 있는 내괄약근으로 둘러싸인 부분으로, 평소에는 충분한 압력으로 직장에 쌓인 변이 새지 않도록 항문을 닫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항문관은 배변 시에 압력이 떨어지면서 직장에 쌓인 변이 원활하게 바깥으로 빠져나가게 한다. 문제는 이 부위의 압력이 충분하게 떨어지지 않고 배변 시 높은 압력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변을 볼 때 저항이 생기게 되고, 이로 인해 배변 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물론 쾌변감을 느끼기 힘들게 되고, 변을 자주 나눠서 보게 되는 현상이 생기게 된다.

특히 비만이나 과체중이거나 항문이 둔부 사이 깊게 위치한 경우에는 항문 주위가 습해지고 직장 안에 있는 점액이 항문 주변으로 묻어나면서 항문 주위 가려움증이나 습진과 같은 피부질환도 많이 발생한다.

여기에 나이가 들면서 직장이 아래로 처지고 장 점막이 서로 중첩되면서 직장 내 탈출과 같은 골반 장기가 처지는 증후군이 겹치게 되는 수가 많다. 이렇게 될 경우 배변이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배출에 장애가 생기게 돼 더더욱 쾌변감을 느낄 수 없고 변이 직장에 남는 듯한 잔변감도 심해지게 돼 변비로 오해하거나 아랫배 통증과 같은 모호한 불편함이 생긴다.

이러한 증상이 반복되면 본인도 모르게 변이 새는 변실금의 가장 흔한 형태인 과부하 변실금으로 발전해 빵빵한 풍선에서 바람이 조금씩 빠지듯이 적은 양의 변이나 점액 등이 속옷에 묻게 되고 항문 및 골반에 불편한 증상이 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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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 구미병원 박형철 교수

◆배변 습관 고쳐야

항문관의 압력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배변 습관에 관한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나 배변 시 항문관의 압력이 떨어지지 않는 현상은 항문의 흔한 3대 질환인 치핵, 치열, 그리고 치루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현대인에 있어 항문관의 압력이 높아진 원인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다만 화장실의 위생 상태가 좋아지면서 화장실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여건이 된 점과 지방 혹은 단백질이 많은 서양식 식단을 많이 먹게 된 것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런 원인으로 항문관 압력이 높아져 항문 질환이 많이 생기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화장실에서 휴대폰을 본다든지 책을 읽는 등 오래 좌변기에 앉아 있는 배변 습관은 별로 좋지 않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았다. 또 고기나 가공식품 위주의 편식을 하기보다는 채소나 과일 등을 비롯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좌욕은 항문관의 압력을 낮출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40℃ 정도의 뜨거운 물에 5분 정도 엉덩이 부위를 담그는 것이 좋다. 간단하게 집에 있는 대야나 큰 바가지 등을 이용하고 반드시 좌욕기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반신욕이나 탕에 물을 받아서 담그고 있는 것도 좌욕을 대신할 수 있다. 너무 뜨거운 물을 사용하면 항문 주위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는 만큼 적당한 온도의 물을 사용해야 한다. 세정제나 소독제 등을 타서 사용할 수도 있지만, 항문이나 생식기 주위에 감염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 좌욕은 하루 2~3회가 적당하다. 너무 자주 하면 오히려 항문 주위 피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비데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강한 수압을 사용할 경우 항문이 움츠러들고 통증을 느낄 수 있어 낮은 수압을 사용하는 것이 좋고, 시간은 30초 정도 해 주는 것이 좋다.

◆항문관 압력 높아질 경우 치핵, 치루 우려

이러한 항문관의 압력 증가로 치핵 (치질)이 심해질 수 있다. 치핵은 항문 바로 위 정맥총들이 압력으로 인해 부풀어 올라 병적인 상황으로 진행되는 질환이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가장 흔한 항문 질환으로 1년에 수 회 이상 출혈이 있거나 혈전이 차서 항문 주위 혹처럼 보이는 경우, 그리고 부풀어 오른 정맥들이 나왔다가 들어가는 경우에는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또 항문관이 찢어지는 치열의 경우는 배변 시 가장 힘을 많이 받는 부위인 항문 뒤쪽이 찢어지는 경우가 많아 연고나 약물, 그리고 좌욕 등으로 치료한다. 자주 출혈이 일어나고, 배변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 괄약근 일부를 절개하는 수술을 할 수 있다.

순천향대 부속 구미병원 박형철 교수(외과)는 "이러한 수술이 나이가 들고 나서 변실금과 관계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어 수술을 잘 받지 않으려고 하는 환자들이 많이 생겨 나고 있는데 매우 강한 안쪽 괄약근의 일부를 절개하는 수술로 경험이 많은 전문의에게 받으면 그와 관련된 합병증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항문관의 높은 압력에 의해 항문 주위에 있는 항문샘의 염증으로 시작해 발전하는 치루는 거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항문 주변에 조그마한 물집이나 고름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고, 처음부터 항문 주위 큰 농양으로 오는 경우도 많다. 저절로 나을 확률도 있지만, 대부분 초기 염증에서 진행이 안 되는 경우에만 일어나고 특히 성인에서는 20%를 넘지 못한다. 문제는 대부분 버티다가 심해서 오는 경우도 많고 물집이나 고름 주머니가 여러 개인 경우는 복잡 치루로 발전, 수술도 어렵고 수술 후 재발률도 높다는 점이다. 특히 당뇨나 심장 등의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는 항문 주위의 심한 괴사성 질환을 유발해 인공항문이 필요하기도 하고, 항문 주위를 넓게 긁어내야 하므로 수개월 이상 상처가 낫지 않을 수도 있다.

박 교수는 "항문 질환이 의심될 경우 심하게 진행되기 전에 전문의에게 빠른 치료를 받는 것이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 재발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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