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손에 생긴 물혹…손 종양의 50~70% 차지…다른 곳으론 안퍼져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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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1 07:46  |  수정 2022-01-12 11:40  |  발행일 2022-01-11 제17면
얇은 섬유성 피막안에 끈적한 액체 함유 낭포
관절염도 있는 경우, 마디뼈 모서리 제거 수술
소아는 1년 정도 경과 지켜본 후 수술여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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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등의 물혹 수술 전(왼쪽)과 수술 후 모습.
IT업종에서 일하는 김모(여·43)씨는 최근 오른쪽 손목에 물혹이 하나 생겼다. 업종의 특성상 컴퓨터 작업을 오래 해야 하는 탓에 비슷한 나이대의 직장 동료 중 같은 경험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동그란 모양으로 10원짜리 동전 정도 크기로, 눌러도 크게 통증이 있거나 하지 않았다. 다만 일을 할 때마다 손목에 있는 작은 물혹이 눈에 거슬려 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병원에서 손목 결절종 진단을 받았지만, 크기도 작고 통증도 없는 상태일 때 병원을 찾아 수술까지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볼 때마다 신경이 쓰여 수술로 제거했다"고 말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아

전문의들에 따르면, 손이나 손목 등에 물혹이 생기는 질환을 결절종(Ganglion)이라 한다. 결절종은 얇은 섬유성 피막 내에 젤라틴같이 끈적이는 액체를 함유하고 있는 낭포(물혹)성 종물이다. 안에는 납작한 세포로 덮여 있고, 대부분 힘줄막 주변에 생기거나 손목 관절 내에서부터 연결되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결절종은 손에 발생하는 종양 중 가장 흔한 형태라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손에 생기는 모든 종양의 50~70%를 차지한다는 보고도 있을 정도다. 환자 대부분은 손을 많이 쓰거나 다쳐서 생겼다고 생각하는 경우 많지만 현재까지 정확한 발생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은 상태다. 다만 관절막이나 힘줄막의 물리적인 변화를 일으켜 생기는 것으로 전문의들은 보고 있다. 다행히 악성(암)종양이 아니어서 다른 곳으로 퍼져 나가지는 않는다.

결절종은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 여성 환자의 비율이 남성보다 2~3배 많다. 연령별로는 20~40대에게 흔하게 발생한다. 발생 빈도는 양쪽 손에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고, 손목의 등 쪽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고, 다음으로 바닥 쪽에서 생긴다. 손바닥이나 손가락 마디에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결절종이 손목 등에 많이 생기는 이유는 다른 곳에 비해 작은 관절이나 힘줄이 많기 때문이다.

손목 외에 잘 생기는 부위는 손바닥에서 손가락으로 이어지는 곳과 손가락 마디다. 손바닥에 생기는 경우 주먹을 쥐는 동작 중에 손가락이 걸리는 방아쇠 수지와 동반되어 잘 발생한다. 손가락 마디에는 관절염이 있을 때 같이 잘 생기는데 통증을 유발하거나 손톱 밑에서 찐득한 액체가 나오게 하기도 한다. 환자 본인이 터트리겠다고 집에서 바늘로 찌르기도 하는데 이는 손톱 주위 염증을 일으킬 수 있어 간단해 보이더라도 반드시 병원에 와서 치료를 해야 한다. 대부분 수술로만 제거가 가능하고 혹과 함께 관절염이 생긴 손가락 마디 뼈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같이 제거해야 재발을 줄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9년 결절종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2명 중 1명 이상은 40~50대였고, 50대 여성이 남성에 비해 2배가량 병원을 많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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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병원 천호준 원장
◆혹의 모양이나 위치로 진단

손목 결절종 진단은 혹이 생긴 위치나 모양을 보고 쉽게 진단할 수 있다. 대부분 타원형이거나 원형으로 딱딱하게 만져지는 경우가 많다. 크기가 작으면 눌러도 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혹이 커진 경우는 눌렀을 때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가장 좋은 검사는 초음파로 혹 내부의 액체를 확인하고, 손목 관절과 연결된 부위를 찾아내어 다른 종류의 종양과 구별할 수 있다. 다만 크기가 아주 크거나, 수술하고도 재발한 경우에는 자기공명검사(MRI)를 통해 손목 관절과 연결된 부위 및 주변 연부 조직과의 상호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손목에 결절종이 생겼다고 해서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눈에 크게 띄지 않거나 통증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두고 볼 수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판단이다. 다만 손목을 움직이거나 손을 사용할 때 통증이 있거나 외관상 보기 싫다면 제거하는 것이 좋다. 보통 일어나면서 손을 짚는 동작 시에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고, 이럴 때는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간혹 단기간 부목을 대거나 항염증 약물을 복용할 수 있으나 효과는 제한적이다. 혹을 제거하는 방법 중에 혹 안에 들어 있는 액체를 주사기로 뽑아내는 경우가 있지만, 손목 관절과 연결된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경우 재발한다. 따라서 손목 관절막과 함께 혹 자체를 없애는 수술을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수술적 방법으로는 절개를 통한 절제법과 관절경을 이용한 절제법이 있다. 절개를 통한 절제법은 흉터가 남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관절과 연결된 관절막의 일부를 같이 절제해 재발률을 줄일 수 있다. 관절경을 이용한 결절종 절제법은 흉터가 작게 남지만 수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위치에 따라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적절한 제거 방법을 찾고 수술 후 재발률을 낮추기 위해 경험 많은 수부외과 세부전문의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가끔 크기가 작아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손목이 아픈 경우, 손목 관절의 안쪽에 결절종이 숨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를 '잠복 물혹'이라고 한다. 이 경우 초음파 혹은 MRI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잠복 물혹의 경우 손목 관절로 가는 신경을 자극해 손목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어 혹을 없애는 수술과 동시에 신경을 같이 절제하기도 한다.

수술 후 약 2주간 수술 상처 치료를 하면서 손목에 부목 고정을 한다. 이후에는 굳은 손목 관절을 부드럽게 만들면서 손 사용을 한다. 한 달 정도는 손목을 덜 사용하는 게 좋다.

W병원 수부미세재건센터 천호준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수부외과 세부전문의)은 "성인뿐만 아니라 소아에서도 가끔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성장과 더불어 자연 소실되는 경우가 있고 수술 후 재발률이 성인보다 오히려 높기 때문에 발견한 지 1년 정도의 경과 관찰 후 결절종으로 인한 손목 통증, 미용상의 문제 등이 있을 때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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