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깨어있음, 불교·그리스도교 가르침의 교집합 '현재에 충실한 삶'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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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4   |  발행일 2022-01-14 제15면   |  수정 2022-01-14 08:37
불교의 '마음챙김' 수행이 그리스도교의 '깨어있음'에도 존재함을 강조
종교 간 대화 통해 보편타당적 수행은 매순간을 깊이있게 사는 것임을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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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피어스 지음/박문성 옮김/불광출판사/464쪽/2만2천원

신은 누구인가? 신은 어떻게 고통을 치유하는가? 그리고 구원은 무엇인가? 이런 인류의 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을 '마음챙김' '깨어있음'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종교 간 대화를 통해 이웃 종교의 가르침에 진지하게 접근하면, 그 이웃 종교의 가르침을 통해 내 종교의 가르침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브라이언 피어스 신부는 종교 간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풍요로운 결실을 인상적으로 그려낸다. 비슷하지만 차별성을 지닌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신부와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저자는 틱낫한 스님이 설명하는 마음챙김 수행에 주목하는 한편, 불교의 마음챙김 수행을 연상시키는 '깨어있음'의 실천이 그리스도교의 가르침, 특히 중세 독일의 신비주의자인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가르침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종교 간 대화라는 관점에서 불교의 마음챙김과 그리스도교의 '깨어있음'을 비교하고 설명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리스도교의 '깨어있음'이 갖는 중요성에 주목할 것은 물론 '깨어있음'을 일상의 영성생활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할 것을 주문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자신의 삶으로 예수를 부활시키는 길이고 제도권 교회에 갇혀 있는 그리스도교 신앙에 참된 생명력을 불어넣는 길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영원한 하느님은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만 현존한다. 우리는 마음챙김 혹은 깨어있음을 실천함으로써 그러한 하느님과 만나게 된다. 그 만남을 통해 우리는 분열된 세계의 일치를 이루어 낼 수 있고, 서로의 경계를 초월한 참된 사랑을 할 수 있으며, 불가항력의 고통 속에서도 평정을 누릴 수 있다. 우리의 삶을 구원하고 우리의 시대와 세계를 구원할 수 있는 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열리기 시작한다.

저자는 종교 간 대화에 참여함으로써 더 나은 그리스도인으로 성숙했다고 고백한다. 다른 그리스도인들 역시 이 책을 통해 그리스도교 전통에 잠들어 있던 보석 같은 가르침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발견을 통해 더 깊이 있는 신앙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불교도들은 마음챙김이라는 익숙한 수행이 불교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타당성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음챙김 수행이야말로 해탈로 가는 여정의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틱낫한의 가르침을 통해 저자는 불교의 마음챙김 수행을 발견한다. 마음챙김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일상의 매순간을 생기 넘치고 깊이 있게 사는 것이다. 마음챙김을 통해 삶을 성심성의껏 살아가면 참된 삶을 맛볼 수 있다. 이것이 삶에서 일어나는 참된 기적이다.

마음챙김 수행은 그리스도교 전통의 '깨어있음'이 갖는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을 돕는다. 그리스도교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깨어있음을 설명한다.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가 구원사업을 완성하기 위해 인간의 본성을 취한 강생(降生)의 신비는 하느님의 말씀이 지금 이 순간 바로 이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을 알게 해 주는 것이 깨어있음이다. 현대의 영성가인 토머스 머튼 또한 깨어 있으면서 주시하는 것이 영성생활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에크하르트는 마음챙김 혹은 깨어있음을 '민첩한 인식'이라고 부른다. 에크하르트는 이것을 '모든 일에서 자기 자신과 자기 내적 존재에 대한 민첩한 인식'으로 설명한다. 그것은 눈을 크게 뜨고 정신을 집중하여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인지하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지금 이 순간에 숨겨진 경이로움을 보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 현존하는 하느님이 영원이다. 바로 이 순간이 영원한 현재다.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과 공간은 오로지 지금 여기뿐이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의 '민첩한 인식'을 통해 하느님을 만난다.

저자는 지금 이 순간에 현존하는 하느님을 항상 인식하며 살아간다면 활기찬 영성생활을 되살려낼 수 있다고 말한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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