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역사에 없는 사람들의 미국사, 평등에 굶주린 이민자들이 미국의 풍요를 만들었다

  • 최미애
  • |
  • 입력 2022-01-14   |  발행일 2022-01-14 제14면   |  수정 2022-01-14 08:35
'이방인' 낙인 등 사회적 배척
근간 산업 중추적 역할에도
기록되지 못한 그들의 역사

42-30953541
공립학교에서 학생이 출입국 지위를 확인하도록 요구한 미국 앨라배마주의 법에 반대하는 시위자들. 〈갈라파고스 제공〉

미국사에서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흑인과 아시아인, 멕시코인, 유대인, 무슬림 등 여러 이주민과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미국 역사에서 잘 그려지지 않는다. 하와이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노동자의 후손이자 이민 3세대인 저자는 택시기사로부터 "손님, 우리나라에 오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라는 질문을 종종 듣는데, 그는 "평생 살았어요. 미국에서 태어난 걸요"라고 답하는 순간 택시 안은 어색해진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을 같은 시민으로 알아보지 못한 택시기사를 탓하지 않는다. 이는 택시기사가 학교에서 배운 미국사에 아시아인의 역사가 생략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민자들은 '무임승차자' '자국민의 안전과 일자리를 위협하는 자'라는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반면 이 책은 그런 이민자들이 결국 미국의 역사를 만들어나갔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이민자들이 값싼 노동력으로 미국 사회의 근간 산업을 떠받치며 미국의 풍요를 만들어온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소수 집단이지만, 미국 역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식민지에서 플랜테이션을 운영하던 영국인은 처음에는 백인 노동자를 선호했지만, 이들의 무장봉기가 일어나자 아프리카로 눈을 돌렸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그렇게 미국에 들어왔고, 그들은 노예제 시행 시기뿐만 아니라 노예제 종식 후에도 인종 분리, 등으로 암울한 시기를 보냈다.

2022011401000396200016791
로널드 다카키·레베카 스테포프 지음오필선 옮김/갈라파고스/344쪽/1만7천원

아시아계 미국인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농장과 공장 노동자였던 중국인, 하와이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노동자로 대거 유입된 일본인도 시민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한국에선 1884년 갑신정변 후 미국으로 갔던 지식인들과 정치인이 있었다. 1903년부터 1905년까지 하와이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계약 노동자와 가족 7천여명, 1910년부터 1924년까지 이들 노동자와 결혼한 신부 1천여명이 집단이주했다. 1975년에는 수만명의 베트남 난민이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피신하면서 또다시 아시아계 이민 물결이 이어졌다.

19세기 미국으로 대거 이주했던 400만명의 아일랜드인은 가톨릭 신자로 개신교 사회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다만 아시아계 이민자와 달랐던 건 귀화법상 백인이었기에 미국 시민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외에 미국에는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들어온 러시아의 유대인, 미국에서 소위 '불법 체류자'로 불리는 이들의 대부분인 멕시코계 미국인, 무슬림 등도 미국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타자'로 취급받아온 이민자들은 일을 찾고 자리 잡는 과정에서 서로 만나고 종종 갈등에 휘말리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함께 노조를 결성하고 연대 파업을 하는 등 지배계급의 계략을 눈치채고 연대하기도 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인구통계 자료에 따르면, 인구 조사가 시작된 이후 미국에서 처음으로 백인 인구가 감소했다. 미국 전체 인구는 증가했지만, 이는 소수 집단의 인구가 증가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는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에서 한 명 이상의 외국계 혈통 부모를 가진 다문화 학생이 전체 학생 중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3%를 넘겼고 그 비중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을 미래를 위해 과거를 탐구하는 책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개별 집단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이것들이 모두 모여 세계 시민 국가의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모든 미국인이 소수 집단에 속하게 될 날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 도전에 직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