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남아공의 '코이산 왕'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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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7   |  발행일 2022-01-17 제25면   |  수정 2022-01-17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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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명예교수·시인

남아공의 '코이산 왕'이 한 곳만 겨우 가린 채 체포되었다. 마스크 미착용과 대마초 재배 및 거래 혐의였다. 경찰은 그 '왕' 일당이 대통령궁 근처에 재배하고 있던 대마초도 모두 뽑아버렸다. 그들은 코이산족으로 2018년부터 대통령궁 근처 넬슨 만델라 동상 가까이에 캠프를 치고 투쟁을 벌여 왔다. 그 주동자는 스스로 '코이산 왕'이라고 칭하면서 그들 언어를 공식 언어로 인정하고 뺏어간 토지를 되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왕비'도 분노했다. "대통령에게 대화를 하자고 아무리 오라고 해도 오지 않는다. 코이산족을 인정하라." 대마초는 암과 고혈압에 좋아 재배했고 대마초를 가정에서 사용하는 건 불법이 아니지 않는가. 그들은 1913년에 토지를 뺏겼지만 1994년에 토지를 재분배할 때 이 종족만 돌려받지 못했다. 그들이 그 나라 최초 종족이란 것을 인정할 수 없고 또 그들 토지는 아파르트헤이트 훨씬 전에 수용됐기 때문에 재분배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코이산족은 남아공에 거주한 가장 오래된 종족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종족이다. 그들은 약 15만년 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현생 인류 중에 유일하게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섞이지 않은 종족이기도 하다. 코이산족은 코엑호엔족과 산족을 합하여 그들 스스로 붙인 이름인데 이 산족이 곧 칼라하리 사막에서 수렵생활을 하는 부시맨이다. 코이산족은 여러 개 언어를 썼지만 혀를 입천장에 짧게 댔다 떼면서 내는 똑 소리, 즉 흡착음을 아주 다양하게 구사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 또닥거리는 경쾌한 말을 그들도 거의 쓰지 않아 지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언어는 사멸 위기에 처해 있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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