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2022년, 어쩌다 예순 목표는 耳順

  • 이호경 대영에코건설(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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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8   |  발행일 2022-01-18 제23면   |  수정 2022-01-1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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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경 대영에코건설(주) 대표

신정(新正)과 설날 사이는 뭔가 애매한 구석이 있다. 올해처럼 간격이 짧을 때는 더 그렇다. 새해가 시작됐다고 하자니, 설날이 코 앞이라 겸연쩍고, 그렇다고 새해가 아니라고도 할 수 없다. 나이 한 살 더 먹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나이 먹기 싫은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필자의 경우는 설날이 지나야 한 살 더 먹는 느낌이다. 더군다나 범띠다. 올해가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흑범의 해'라고 하니, 흑범과 함께 '6학년'이 됐다. 예순의 나이. 소위 말하는 환갑이라서 한 살 더 먹는 느낌이 남다르다. 솔직히 60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 한때 일본에서는 제 나이에 70%만 계산하기도 했다. 그 계산법이라면 아직도 42세 '청춘'이다. 오만스러운 생각인지는 몰라도 신체적으로 60의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6'자의 무게감만큼은 만만찮다. 어린 시절만 해도 나이 60이면 진짜 어른이었다. 나잇값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60은 논어 위정편에서 '이순(耳順)'이라고도 하는데, '귀가 순해진다'는 뜻이다. 공자는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었다(六十而耳順)"라고 했다. 귀가 순해진다니 얼마나 지혜로운 별칭인가.

시인 오세영은 '耳順'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안 들리던 소리들이 이제는 다 들린다/ 꽃이 피고 지는 소리, 별이 웃고 우는 소리/ 노년에 귀 어둡다는 말 아무래도 헛말이다"라고. 시를 읽으면서 지난해 제93회 아카데미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과 최근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은 깐부 오영수가 떠올랐다. 윤여정은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 대배우와 경쟁을 하겠습니까? 모두가 승자입니다. 단지 오늘 밤 제가 운이 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라고 했고, 오영수는 "내가 나한테 괜찮은 놈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수상식 다음 날에도 여느 때처럼 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70대의 그들은 공자의 '고희(古稀)'라는 별칭이 뜻하는 것처럼 마음 가는 대로 해도 어디에 어긋나지 않았다. 나이에 걸맞은 인생을 산 것이다.

우리는 "나이에 비해 젊다"는 말을 들으면 은근히 기분이 좋다. 또 건강 검진 때 신체나이가 실제 나이에 비해 낮게 나오면 흡족해한다. 나이에 비해 젊게 사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지혜만큼은 나이에 걸맞게 들었으면 한다. 그래서 진짜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흑범의 해다. 변화를 상징하는 호랑이의 특성처럼 세상은 더 빨리 변하고, 정보는 엄청나게 쏟아지며, 사회는 점점 나노(nano)화 돼간다. 이런 세상 속에 개인은 물론 가정과 회사도 혼란스럽다. 그 어느 때보다 이순의 지혜가 필요하다. 필자의 올해 소망 중 하나도 좋은 귀, 순한 귀를 갖는 것이다. 그리하여 꽃 피는 소리, 해 뜨고 지는 소리, 겨울 깊어가는 소리, 봄이 오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나이에 걸맞게 깊어지고 싶다. 나아가 사랑하는 가족의 소리, 한배를 타고 항해하는 임직원들의 소리, 그리고 이 세상이 흘러가는 소리를 귀를 열고 들어 그 이치를 깨치고 싶다. 어쩌다 맞이한 예순, 목표는 이순! 올 한해 '듣기만 해도 세상의 이치를 깨치는 좋은 귀' '가만히 사람들의 소리를 진정으로 들을 수 있는 순한 귀' 하나만 건져도 성공이다. 나잇값을 한 것이다.
이호경 대영에코건설(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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