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19禁 대선' 만든 철부지 불장난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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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7   |  발행일 2022-01-17 제26면   |  수정 2022-01-17 07:17
김건희 통화녹음 공개 강행
야당은 맞불 놓는 차원에서
이재명 형수 욕설 방송요구
선거 유불리 차원 넘어서서
공작정치에 난장판 된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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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씨 7시간 통화 녹음' 파문은 유권자 입장에서 두 갈래로 나눠 생각해야 한다. 하나는 전화를 통한 대화의 '내용'이다. 이 부분은 어젯밤 TV 전파를 탔고, 앞으로도 여러 내용이 공개될 테니 직접 듣는 유권자가 각자 판단하면 된다. 다른 하나는 통화 내용이 공개되기까지의 과정이다. 이 부분은 유권자가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으니 설명이 필요하다. '열린공감TV'라는 친여권 성향 유튜브 방송은 최근 그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통화 녹음을 한 인물은 역시 친여 유튜브인 '서울의 소리' 촬영기사다. 그가 열린공감TV의 PD와 '작전'을 짠 정황이 나온다. 두 매체가 보도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벌이다 작전 과정이 밖으로 흘러 나왔는데, 김건희씨 대화 내용과는 다른 의미에서 충격적이다. 요약하면 "김건희의 환심을 사기 위해 떡밥을 던졌다"→"여러 사안에 대해 적절한 질문유도 멘트를 알려줬다"→"김건희 대답 녹취를 성공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보내왔다"→"윤석열 지지율이 높게 나왔을 때 녹취 일부를 까는 방안을 논의했었다"→"협업해서 녹취를 더 끌어내자고 다짐했다"→"공중파에서 먼저 터트리기로 했다" 등이다.

둘이 이런 작전계획을 짜고 실행한 이유는 뻔하다. 두 매체의 속성상 윤석열에게 치명상을 입히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둘은 2022년 대선판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철부지 행동을 했다. 오히려 윤석열에겐 가벼운 상처만 입히고, 이재명이 치명상을 당하는 결과를 낳을 폭탄을 던졌을 수도 있다. 공영방송(MBC)까지 가담한 정치공작, 선거에 악용하기 위해 덫을 쳐서 여성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에 대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차원을 넘어선 잘못을 그들은 저질렀다. 야당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맞불 작전'을 펼칠 수 있는 빌미를 줬기 때문이다. 당장 윤석열 캠프에서 이재명의 형수 욕설 파일(14분 분량)도 방송하라고 요구한다. 공영방송이 받아들이지 않을 게 뻔한 만큼 보수 유튜브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틀 기세다. 그동안 이 파일은 욕설 수위가 너무 높아 야당 안에서도 공개적으로 논의하길 꺼렸으나 둘의 철부지 행동으로 봉인이 풀려버렸다.

인터넷 공간에 돌아다니는 이재명의 욕설 파일은 또 있다. 고인이 된 친형과 돈 문제로 다투는 통화 내용인데, 야당이 이를 길거리에서 틀기라도 하면 10분 분량의 녹음 처음부터 끝까지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쏟아내는 이재명의 거친 말을 들어야 한다.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씨와 이재선의 통화도 있는데 여기도 민감한 내용이 있다. 이재명은 대장동 의혹 사건의 주범 격인 유동규를 '측근'이 아니라고 했었다. 그런데 이재선은 대장동 개발 초기에 이뤄진 통화에서 "이재명이 옆에는 전부 이런 사람만 있어요. 협박하고… 내가 문자 보니까 유동규 엄청 사랑합디다"란 대목이 나온다. 김혜경씨와 이재선 딸의 통화에선 "내가 여태까지 네 아빠 강제 입원 말렸거든? 너 작은 아빠가 하는 거? (강제입원 되면) 너, 너 때문인 줄 알아"라고 하는 대목도 있다. 이번 김건희 통화 녹음 작전에 여권이 개입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분명한 건 이재명도 난장판 선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더 분노가 치미는 건 대통령선거를 '19금'으로 만들어버린 철부지들의 불장난이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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