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특송' 박소담 "몸 잘 쓰려고 기본기부터 익혀…카체이싱·거친 맨몸 액션 희열"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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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21   |  발행일 2022-01-21 제39면   |  수정 2022-01-2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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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특송'의 은하는 무엇이든 안전하고 신속하게 배달하는 은밀한 배송 거래 전문 드라이버다. 폐차 직전의 낡은 차량을 개조해 사용 중이지만 놀라운 운전실력을 자랑하는 그는 어떠한 경우라도 배송 사고를 내지 않고 의뢰인이 원하는 목적지로 특송해주고 돈을 받는다. 설령 의뢰받은 일이 범죄(자)일지라도 말이다. 그런 은하에게 어느 날 위기가 찾아온다. 뭔가 찜찜했던 배송 업무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면서 졸지에 경찰과 범죄조직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않던 은하는 설상가상 현장에서 만난 어린 서원(정현준)까지 책임져야 할 처지다. 배우 박소담이 여성이 주체가 된 이 흥미로운 이야기의 주인공 은하로 돌아왔다. "긴 호흡의 액션 영화를 찍어보고 싶은 갈증이 항상 있었다"는 그는 기다렸다는 듯 고난도 카체이싱과 타격감 넘치는 액션을 지치지 않는 에너지와 열정으로 소화하며 관객들의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만든다. 환상에 가까운 드리프트 실력은 물론 한국의 지형적 특성을 반영한 골목과 기찻길 카체이싱은 혼자 보기 정말 아까울 정도다. 무표정한 얼굴로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를 흥얼거리던 영화 '기생충'의 박소담은 잠시 잊어도 좋을 만큼 내뿜는 아우라가 제법이다. 지난달 갑상선 유두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박소담과의 서면 인터뷰를 공개한다.

어릴때부터 몸 쓰는거 굉장히 좋아해
대사연기 모니터링은 쑥스러운데
이번엔 어떻게 나오는지 계속 보게돼

전문훈련 받은적 없지만 싸움 잘하는
극중 '베스트 드라이버' 은하역
액션 강도 조절하는데 많이 고민

기회되면 해외작품도 참여하고 싶어
수술후 건강 중요성 새삼 뼈저리게 느껴
잘 회복해서 다양한 연기 보여줄 것


▶수술은 잘 끝났다고 들었다. 요즘 근황은 어떤가.

"많은 분께서 응원해 주신 덕분에 잘 회복하고 있다. 처음에는 많이 놀라고 두려웠지만 더 건강하게 오래 일할 수 있게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돌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배우로서도 자연인 박소담으로서도 많이 건강해야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잘 회복하고 잘 관리해서 이전보다 훨씬 더 건강한 모습으로 찾아 뵙고 싶다."

▶'특송'으로 하고 싶어 했던 액션 연기에 도전했다. 소감이 남다르겠다.

"어린 시절부터 달리고 몸 쓰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래서 다양한 액션을 펼칠 수 있는 작품을 기다려왔고 감사하게도 '특송'의 은하를 만날 수 있었다. 맨몸 액션과 카체이싱 액션 두 가지 모두 도전할 수 있어서 더 욕심이 났고 잘 표현해내고 싶었다. 역시 해보니 너무 재밌고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희열도 상당했다. 대사 연기를 모니터로 보는 건 무척 쑥스러운데 액션 연기를 하고 나서 모니터링하는 건 정말 재밌었다. 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화면엔 어떻게 나오는지 계속 보게 되더라. 전에 없을 만큼 모니터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원톱 주연에 가까운 작품이다. 기대감 한편으로 부담감도 상당했을 것 같은데.

"원톱 주연이라는 말이 정말 쑥스럽지만 정말 신기했고, 감사했고, 설레었다. 당연히 그에 대한 부담감도 상당했다. 하지만 모든 분들이 내가 힘을 낼 수 있도록 응원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김의성·송새벽 선배님은 첫 대본 리딩 때부터 '소담아 우리가 널 도와줄게' 라며 힘을 주셨고 염혜란·오륭 선배님, 현민이와 현준이 그리고 감독님을 포함한 모든 스태프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맨 순간 나를 응원해줬다. 특히 여러 번의 탈색을 거쳐서 탄생된 헤어스타일과 머리 색깔의 연결을 맞추느라 분장팀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촬영을 하다 보면 의상, 분장팀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항상 옆에서 사소한 것 하나까지 다 챙겨주셨다. 추울 때나 더울 때 떨리고 긴장될 때 내 손을 잡아줘서 정말 고마웠다. 덕분에 카메라 앞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꼈고 많은 부담감을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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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드라이버 설정에 부합되는 드라이빙 실력이 돋보였다. 마치 '매드맥스'의 퓨리오사를 연상시켰는데 실제 운전 실력은 어떤가.

"언젠가 꼭 한번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렇게 봐주셨다니 정말 영광이다. 실제 운전 실력은 할머니를 병원에 모셔다 드릴 수 있고 바람을 쐬고 싶다면 어디든 떠날 수 있고 누군가 나의 픽업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도다.(웃음) 예전에 교통사고가 난 적이 있어서 차를 타는 것 자체가 사실 두려울 때가 많았다. 일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차를 타야 했고 그럴 때는 항상 커튼으로 앞을 가리고 다녔다. 그러던 중 '특송'의 베스트 드라이버 은하를 만나게 됐다. 다행히 많은 분의 보호를 받으며 운전을 하다 보니 이전의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다. 두려움을 떨쳐내니 운전을 하면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생기더라. 그 과정에서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되고, 감사한 부분들이 많아졌다. 많은 부분에서 나 스스로에게 큰 도전이었던 작품이다."

▶액션 스쿨을 다니면서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과정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드리프트 같이 일상생활에서는 잘 쓰지 않는 전문적인 기술과 낯선 동작들이 많아서 준비가 필요했다. 몸을 잘 쓰기 위해 액션스쿨에서 꾸준히 훈련을 받았고 따로 운전 연습도 많이 했다. 또 어떻게 해야 프로페셔널하면서도 자연스러워 보일지 많은 연구를 했다. 크랭크인 3개월 전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액션 훈련을 기본부터 시작했다. 내가 해낼 수 있는 부분의 연기는 직접 소화했고 위험할 수 있는 장면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무술감독님과 대역을 담당했던 언니와 함께 훈련을 진행했고 항상 옆에서 지켜보며 많은 걸 배웠다. 촬영기간 내내 나와 같은 머리 색을 하고 탈색으로 인해 머리카락이 함께 끊어져가면서도 '넌 할 수 있다'고 응원해준 언니에게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정말 고마웠다고, 언니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카체이싱 뿐만 아니라 거친 몸싸움 등 강도 높은 액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은하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적이 없지만 한 번에 여러 명을 상대할 정도로 몸싸움을 잘하고 총을 잘 다루는 인물이다. 액션의 강도를 조절하는데 있어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특히 후반부 백강산업 안에서 펼쳐지는 경필(송새벽)과의 액션은 정말 많은 분들이 고생을 하며 찍었다. 한편으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공간이기도 해서 기억에 남는다. 은하와 백사장(김의성), 아시프(한현민)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공간에서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다 보니 은하를 연기하면서 가장 큰 감정의 변화가 있었던 신이기도 하다."

▶그런 은하의 감정에 접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인가.

"은하의 내면 연기에 대해 감독님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극 중 초반에 은하는 딱 필요한 일만 하고 끝내면 되는 상황이었고 어린 서원까지 맡게 될 줄은 몰랐다. 서원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운 상황 속에서 결코 서원이 싫은 게 아니라 나와는 상관없는 인물이라는 생각에 밀어내고 거리를 두는 연기를 했다. 그런데 은하 자신도 어릴 적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라온지라 서원에게 마음을 조금씩 연 것 같다. 그 선을 지키면서 어느 부분에서 은하의 마음이 더 열렸는지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통해 절충점을 찾았고, 이후 은하의 감정선에 깊이를 더하는 작업을 해나갔다."

▶'기생충'에 함께 출연했던 아역 정현준이 서원 역을 맡아 반가웠을 것 같다. 제법 많은 분량의 러닝타임을 두 사람의 호흡에 할애했는데.

"현준이와의 재회가 무척 반가웠고 솔직히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사이 엄청 성숙해졌더라. 혼자 힘들게 살아온 은하는 타인을 쉽게 믿거나 정을 주는 대신 경계를 하는 부분이 컸는데 그 감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현준이가 촬영 내내 김서원으로 내 곁에 있어 줬다. 항상 나를 '장은하씨'라고 부르며 밝은 에너지를 주었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서원이를 지켜주고 싶은 감정이 좀 더 자연스럽게 생겨났던 것 같다. 수중 촬영을 할 때도 두렵고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물에 먼저 들어간 현준이가 괜찮으니 들어오라며 해맑게 웃어줘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현준이도 분명 힘든 부분이 있었을 텐데 항상 먼저 웃어 주었고, 힘든 장면을 앞두고 있을 땐 귀여운 장난으로 나의 긴장감을 해소시켜 줬다. 현준아 고마워."

▶'기생충' 이후 작품을 선택하거나 캐릭터 접근에 변화된 지점이 있다면 뭔가. 해외에서의 러브콜도 있었을 것 같은데.

"해외 작품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은 물론 있다.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해내려면 나 스스로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선택하거나 캐릭터 접근에 있어 변화된 지점은 없는 것 같다. 시나리오를 읽은 후 캐릭터에 관해 계속해서 궁금증이 생기고, 도전해 보고 싶은 욕심이 들 때가 가장 설레고 긴장되는 순간인데 그런 느낌이 드는 작품이라면 언제든 오케이다. 내가 몰랐던 한 인물을 나를 통해서 만나게 되는 건데, 작품에 임할 때도 그때 (시나리오를 읽고)느꼈던 감정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기생충'은 배우 박소담에게 많은 의미를 남겨준 작품인데, 개인적으로는 내가 카메라 앞에 서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다는 것을 제대로 느꼈던 현장이다. 함께 호흡한 배우들은 물론, 모든 스태프에게 항상 감사하고 그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내가 더 잘해야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앞으로 더 도전해 보고 싶은 역할과 연기자로서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이번 일을 겪고 나서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새삼 뼈저리게 느꼈다. 목표 역시 오래오래 건강하고 재미있게 사는 것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많은 것을 경험해 보고 싶다. 아직 못 해본 것이 너무 많다. 잘 회복해서 다양한 모든 걸 경험하고 싶고, 연기자로서 좋은 모습도 보여 드리고 싶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 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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